10년 정부, 방산 비리 ‘폭격’ 맞나
  • 감명국·안성모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7.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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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전방위 사정 착수하면서 ‘군 무기 도입 비리 내사 자료’ 다시 들춰 내

▲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방위사업청 건물. 최근 군의 대외비를 포함한 군사관련 문건 일부가 유출되는 등 방위산업 및 국방력 증가 계획이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는 가운데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이 군납 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무기 중개 사업은 은밀하게 물밑에서 진행된다. 막대한 금액이 오가기도 한다. 필연적으로 많은 의혹과 비리가 수반된다. 실제 김영삼 정권에서는 ‘백두사업’ 비리로 현직 국방장관이 옷을 벗기도 했다. 이후 김대중(DJ) 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도 ‘FX 사업’ 등 무기 도입 사업으로 인한 진통이 끊이질 않았다. 명쾌하게 해명되지도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의혹’만 팽배해 있다. 

최근 군 검찰이 국가 방위산업과 관련한 대외 비밀이 외부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무기중개업체인 ㅇ 사가 수년간 군사 기밀 등 민감한 자료들을 군으로부터 빼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ㅇ 사는 <시사저널>이 입수한 ‘최근 10년간 완제품 무기 도입 현황’ 문건의 무기중개상 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이 수사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이미 소환 조사를 받았고, 업체 직원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대외비 문건은 2002년부터 추진된 한국형 헬기 사업에 관한 내용과 러시아에 준 경협 차관을 현물로 상환받는 이른바 ‘불곰사업’에 관련된 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수사를 진행하던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다. ㅇ 사가 70억원대를 탈세한 혐의를 잡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넘겨받은 군 검찰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민감한 문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군 검찰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두 사업을 둘러싼 방사청의 회의 내용 등도 문건을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역 장성 등 윗선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되고 있다. 하나는 대외비밀 유출 수사가 군 무기 납품 비리 수사로 확대될 것이냐에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9월 중순 관련 업체 네 곳을 압수수색했다. 국세청도 회계장부 등을 압수하는 등 무기중개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예고되었다.

또 하나는 문제의 ㅇ 사가 DJ 정권에서부터 승승장구했던 대표적인 무기중개업체라는 점에서 결국, 지난 정권을 겨냥하는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 회사는 예전에도 특혜 소문이 무성했다. 급성장한 배경에 전 정권의 군 실세가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참여정부 초기 대대적인 군납 비리 수사가 펼쳐졌을 때 이 회사의 이 아무개 대표도 조사 대상이었다고 한다. 수사는 무기 구매 사업의 결정권을 쥐고 있던 한 예비역 장성의 차명계좌 입출금 내역을 추적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군 검찰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이대표는 DJ 정권에서 쉽게 말해 잘나가던 무기중개업자였다. 러시아 무기를 도입한 불곰사업을 따냈고, 잠수함 사업에도 관심을 가졌다. 여러 사업에 손을 댔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는 대부분 무혐의 또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변죽만 울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확실한 물증도 없이 무리한 수사를 펼친 것 아니냐’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전직 국방부장관까지 조사했던 만큼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을 산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DJ 정권에 초점 맞춰 내사…‘박연차 게이트’ 터지면서 보류

그런 상황을 감안할 때 현 정권 들어 다시 이 업체가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군납 비리 차원을 넘어서 과거 10년 정부의 비리 수사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수사 강도가 참여정부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갖가지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압박 수위는 상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사정 기관 주변에서는 지난 정권에서의 무기 도입 사업 비리에 대한 의혹이 계속 떠돌아다녔다. 특히 DJ 정권에서 불거진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진실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라는 말이 많다. 검찰의 캐비닛 안에 묵혀 있던 지난 정권에서의 내사 자료들이 최근 다시 들춰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지난해 9월 사정 기관에서 소위 ‘10년 정부’에 대한 전방위 사정에 돌입했을 때 가장 우선순위로 떠올랐던 것이 DJ 정권에서의 군 무기 도입 비리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국방 사정에 정통한 참여정부 출신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검찰에서 과거 10년 정부의 여러 방산산업에 대해 비리 혐의가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 그리고 기존의 여러 자료를 토대로 내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내사는 참여정부보다는 DJ 정권 비리에 더 맞춰진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박연차 게이트’가 불거지는 바람에 노무현 정권 쪽에 검찰 수사가 집중되었지만, 사실은 DJ의 방산 비리를 캐는 것이 먼저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검찰은 구체적으로 F-15K 전투기 도입 과정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8개 방산업체의 세무조사를 단행하는 등 해외 비자금 조성에 혐의를 두고 외국 금융 기관 거래 내역 등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실제 이 내사 때문에 미국의 보잉 사까지 추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미국의 한 고위 인사가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9월 국세청은 ‘10년 정부’ 시절 진행된 FX 사업과 관련해 무기중개상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했던 한 언론사 기자는 “무기중개업체 자체의 비리보다는 해당 업체들이 당시 권력 실세들에게 로비 자금 혹은 정치 자금을 전달했는지 여부에 더 집중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올렸다는 후문이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당시 검찰은 DJ 정권 시절 ‘특혜’를 받은 대표적인 무기중개상으로 거론되었던 조풍언씨의 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씨는 배임 혐의로 구속 중이었기 때문에 협조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조씨는 DJ의 경기도 일산 자택을 사들이기도 했고, 세 아들들의 후견인으로 의심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조씨를 가리켜 ‘DJ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씨의 입에서는 끝내 만족할 만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조씨는 올해 1월 석방되었다.

일각에서는 “당초 수사 의도가 다분히 정치적이었던 탓에 방산 비리의 구조적 모순을 밝히는 데에는 수사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방산 비리 의혹과 이를 파헤치기 위한 검찰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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