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신당, 올해 안에 창당한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7.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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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병완 등 중심으로 세력화 전망…입장 제각각 달라 과정은 ‘예측 불허’

▲ 지난 7월10일 새벽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에 참석한 유시민 전 장관(가운데) 등이 국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7월 말~8월 중 창당 제안→9월 준비위원회 발족→11월 신당 창당’. 현재 가장 유력한 ‘친노(親盧)’ 진영의 신당 창당 로드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잠정 중단 상태였던 친노 진영의 정치 행보가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당초 계획에서 일부 수정이 있을 수 있지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깃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신당 추진 세력이 이미 지역별 조직을 갖추기 시작했고, 선거에 나설 후보를 확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들린다. 전국적으로 1천명 규모의 후보단을 구성한다면 출범과 동시에 신당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끌었던 참평포럼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주도했던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도 가세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른바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간판급 인사들의 행보이다. 이들이 얼마나 신당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신당 창당이 돌풍을 일으킬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이는 ‘친노 끌어안기’에 나선 민주당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어 향후 범민주 세력의 연대 논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를 놓고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 창당에 힘을 싣느냐, 민주당 복당으로 가닥을 잡느냐, 정치와 거리를 둔 채 여전히 재야에 남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이들의 선택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현재 친노 진영의 ‘다인다색(多人多色)’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주목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파주시 출판단지 내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집필 활동에 들어갔다.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유 전 장관은 지난 3월 헌법 에세이 <후불제 민주주의>를 출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 이렇다 할 언급이 없지만 유 전 장관이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유 전 장관은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릴 만큼 노 전 대통령과 각별했다. 그만큼 친노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상징성이 크다. 현실적으로도 그렇다. 경북 경주 출신인 그는 영남에 지지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 수도권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민주계의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서울시장 후보에 떠오르기도 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 전 장관은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경남 지역에서 끊임없이 정치 활로를 개척해 왔다.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양산 지역 출마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좀더 큰 그림을 도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무튼 유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은 신당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당 창당과 민주당 복귀, 두 방식 동시 진행될 것

▲ 이병완 전 비서실장,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왼쪽부터). ⓒ시사저널 유장훈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다음 행보도 주목된다. 국민장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한 전 총리는 장례를 마친 후 예정된 강연도 취소한 채 쉬고 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유 전 장관과 함께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물론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당 고문으로서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다. 그런 만큼 신당 창당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당내에서 친노 세력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바람이기도 하다.

‘좌희정’으로 불렸던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변화를 이끌어 친노 세력의 활동 공간을 넓혀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13일 50여 일 만에 최고위원회의 참석으로 당무에 복귀한 자리에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역사가 배출한 우리의 대통령으로, 그 역사가 우리 당의 역사임을 확인했고 우리 당의 미래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최고위원은 한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당 밖의 친노 세력과 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당 일각에서 안최고위원이 10월 재·보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화하긴 힘들 듯 보인다. 안최고위원이 지역구인 충남 논산을 떠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행보는 또 다른 갈래로 구분되고 있다. 그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아직까지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이 전 총리는 한때 신당 창당을 도모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는 민주개혁 진영의 연대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추모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국에 대한 전망과 향후 민주개혁 진영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어떠한 길이 ‘노무현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인지 고민이 깊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이미 민주당 복귀로 마음이 기울었다”라느니, “정치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계속 ‘광장’ 포럼 활동을 하면서 거중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등의 추측이 무성한 상태이다. 최근 그 주가가 급부상하고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밖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친노 진영과 교류할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이들 정치인들은 처한 상황에 맞추어 각개 약진하는 모습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신당 창당과 민주당 복귀라는 두 방식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으로 힘의 균형이 기울어질 수도 있지만, 양쪽이 정치적으로 상생하는 접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선거 연대론이 그 방안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외연 확대에 나서고 영남 지역 민주개혁 세력은 독자적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가운데 선거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대를 도모하는 방안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역 패권주의를 깨기 위해서는 그 지역 내부에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성공하면 그 힘을 가지고 향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합당이나 연대에 나서면 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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