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서열 다 해독할 필요 없어”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7.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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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인터뷰 / “암 발생시키는 유전자 많지 않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 7월9일 한국인 게놈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되었다. 한국인 30대 남성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30억 쌍의 염기서열이 완전히 해독되었다는 내용이다. 염기서열을 해독한 서정선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무엇인가.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건강한 30대의 한국 남성 한명의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백인과 아프리카인, 중국인에 이어 세계 4번째이다. 이 남성은 질병과 관련된 7백73개의 돌연변이가 있다. 그 가운데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결핵, 당뇨병, 고혈압을 억제해 주는 유전자에 결함이 발견되었다. 이런 식으로 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알아내어 암을 예방하는 시대를 열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었나.

외국에서 2003년 첫 게놈 지도를 완성할 당시 11년이나 걸렸다. 우리 팀은 2개월 만에 끝냈다. 비용도 25억 달러에서 20만 달러로 줄였다. 그러면서도 정확도는 99.1%로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 한 달에 여섯 명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분석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개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해독의 상용화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30억 쌍의 염기서열을 다 해독할 필요는 없다. 특정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많지 않다. 이를 찾아내어 해독하면 된다. 5만~10만원으로 하루 만에 자신의 게놈 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남은 목표이다.

암과 관련된 유전자는 너무 많아서 모두 해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개인 유전자 중에서 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3천여 개뿐이다. 이 중에서 암 억제 유전자를 찾아내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예를 들면 특정 암에 대한 예측을 위해 50개 암 억제 유전자만 스크린 하면 된다. 생각만큼 많지 않다.

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특정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많이 확인되지 않아서 생기는 의문이다. 그러나 여러 기관에서 게놈 지도를 해독하고, 분석 기술도 발전하면 방법이 생긴다. 해독하는 비용이 저렴해지면 자신의 유전자를 해독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지금은 초기라서 그렇지만 어느 순간 속도가 붙으면 상용화는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과 예방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게놈 해독이 암 예방 또는 치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특정 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분석해서 어떤 환경이 그 암에 치명적인지 밝혀내야 한다. 그러면 의사는 환자에게 어떤 환경을 피하고 어떤 생활을 하라는 구체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 주기적으로 대장암 전단계인 용종을 떼어내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는지, 어떤 처방을 해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다. 과학과 의학은 긍정적 면을 보고 도전해야 한다. 

자신에게 생길 암을 미리 아는 것이 사람에게 유리한가.

한 개인이 폐암에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삶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일찍 알면 알수록 쉽고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그것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석면이 문제라면 그것을 피해서 생활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물론, 암을 예측한다고 해도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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