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원투수로 '안대희', 왜 뜨나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07.2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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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안대희 대법관 카드 만지작거리며 저울질…‘참여정부 출신’이 흠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안대희 대법관. ⓒ공동취재단

 

최대 위기에 빠진 검찰을 구해낼 회심의 카드 중 하나로 안대희 대법관이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후임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 은밀하게 안대법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점이 포착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로 야기된 검찰에 대한 불신감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가장 적격이라는 얘기가 여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 나도는 안대법관에 대한 평판도 상당히 좋다.  도덕성과 청렴성 면에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안대법관은 지난 2003년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여야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 검사’라는 애칭을 얻었고, 팬클럽까지 생겼다. 당시 각인된 ‘안대희 중수부장=원칙주의자’ 이미지는 지금도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안대희 한 개인을 ‘스타 검사’로 만든 면도 있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현재 위기에 처한 검찰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후임 총장으로 안대법관이 적임자가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간부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차기 총장 반열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여권 핵심부에서도 안대법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2003년 여야 불법 대선자금 수사한 ‘스타’

이미 한 차례 검증된 후보여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도 청와대가 ‘안대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안대법관은 지난 2006년 6월 국회의 대법관 인사 청문회에서 문제 삼을 만한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청렴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재산 형성 과정 역시 크게 문제될 만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청빈 검사’라는 소리를 들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부터 재산이 공개될 때마다 검찰 고위직 가운데 ‘영예의 꼴찌’를 독차지했던 그이다. 대법관으로 임명(2006년 7월)되기 전인 2006년 3월 공개된 서울고검장 시절 재산도 2억6천4백49만원으로 최하위였다. 대법관으로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공개된 재산은 7억6천3백4만원으로, 대법관 가운데서도 꼴찌였다. 이는 고위 법관의 평균 재산인 20억9백84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출신 지역 역시 안대희 카드가 부상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풀이된다. 7월24일 현재 차기 총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대략 6~7명 정도이다. 안대법관(사법고시 17회·경남 함안)을 비롯해,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20회·대구), 문성우 전 대검차장(21회·광주),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21회·서울),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21회·강원 철원),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21회·부산),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22회·전남 장흥) 등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조문 정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PK(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여권에서 PK 출신인 안대법관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대통령이 안대법관을 검찰 총수에 앉히게 되면 동시에 대법관 자리에는 ‘MB맨’을 임명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대통령이 안대법관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고, 자리가 비게 된 대법관 자리에 보수 성향의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대법관들의 이념적인 균형을 꾀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향후 개각과 관련해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안대법관이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전 광주고검장) 등과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청와대는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23일 검찰총장 후임 인선과 관련해 “차기 총장에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미 알려져 있고 검증된 인사들 가운데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6~7명 가운데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제2의 천성관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청렴성, 투명성 등이 중요한데, 현재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는 ‘재산 부문’에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돈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안대희 카드’가 급부상하기는 했어도, 최종적으로 이대통령이 그를 낙점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에게도 엄연히 ‘결격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 입장에서는 안대법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라는 점과 노무현 정부 당시 ‘잘나갔던’ 검사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그의 ‘강골’ 성향도 여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안대희 검찰총장’이 과연 여권의 통제를 받겠느냐”라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청와대 “의외의 인물 발탁은 없을 것”

특히 사시 22회인 천성관 전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20~22회 기수의 고검장급 인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은 탓에 아무래도 17회 검찰총장과 23회 고검장급 사이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차동민 대검차장이 대행을 하고 있는 점을 들어 “국세청의 경우처럼 검찰총장 임명도 장기화할 것이다”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또한, 안대법관을 ‘국민 검사’로 만들어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아직도 그때의 앙금이 남아 있다. 여권의 또 다른 핵심 인사는 “안대법관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면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발이 있을 것이다. 안대법관은 불편부당하게 수사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안대법관이 받아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안대법관은 여전히 검찰 조직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고위 간부는 “안대법관이 검찰총장을 하지 못한 채 법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안대법관은 지난해 10월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사들이 업무량이 너무 많아 가족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배로서 안타깝다”라며 ‘친정 식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안대법관은 지난 7월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검찰총장’ 물망에 오른 것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이다”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검찰에 대한 애정은 많지만, 내가 검찰총장으로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다른 후보자 가운데 임명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만 언급했다. 

현재의 복잡한 정국 분위기로 볼 때 안대희 대법관이 검찰총장으로 친정에 복귀할 수 있을지를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여권과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안팎에서 차기 총장으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릴 만큼 검찰 조직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고, 이를 돌파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 검사 안대희’라는 카드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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