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가 잭슨을 영원히 잠들게 했나
  • 로스앤젤레스·진창욱 편집위원 ()
  • 승인 2009.08.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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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생전에 부작용 큰 3가지 약물 ‘상용’

▲ 마이클 잭슨 추모식에서 말하고 있는 미국 여배우 브룩 실즈(왼쪽). 오른쪽은 잭슨의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 ⓒEPA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지난 6월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두고 자살이냐, 타살이냐 하는 논란이 맹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망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매장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한 추측만 난무한다. 그의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할 때 그의 얼굴에 있던 코가 사라지고 없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누가, 언제, 왜 코를 가져갔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일고 있다. 잭슨 미스터리들이다.

잭슨 사건을 수사 중인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사망 원인을 일단 수면 마취제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확인했다. 따라서 잭슨의 주치의인 심장병 전문의 콘래드 머레이에게 살인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재기 공연을 준비 중이던 마이클 잭슨은 사망 바로 전날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대형 공연장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드레스 리허설을 가졌다. 그는 며칠간의 연습을 마무리하는 이 리허설에서 여섯 시간에 걸쳐 댄스를 하는 등 전력을 다했다. 리허설이 끝난 후 스태프는 물론 잭슨 역시 매우 만족해했다. 그는 공연기획자에게 “내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재기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날 밤 상당히 기분이 고조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잭슨은 12년 동안 침묵을 지키다 지난 7월13일 영국 런던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를 도는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기획은 공연기획사 AEG가 맡았다. 이미 공연 티켓은 8천6백만 달러(1천1백20억원) 이상 팔렸고, 기획사는 이번 공연으로 모두 1억1천만 달러(1천4백30억원)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었다. 비록 이같은 기대는 무산되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 해에 5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가수로 일컬어지는 마이클 잭슨에게는 약소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가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이기도 했다.

잭슨은 사망 전날 자정 무렵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켰다. 주치의 머레이가 응급 산소통을 동원해 급히 소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구급차를 불러 UCLA 메디컬 센터로 옮겼으나 구급요원들은 병원에 옮기기 전 잭슨은 이미 호흡이 중단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머레이는, 재기 공연을 준비 중이던 마이클 잭슨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이 우선이라고 주장해 기획사 AEG와 협의해 매달 15만 달러(2억원)를 지불하기로 하고 고용한 의사이다. 머레이는 공연 여행이 끝날 때까지 항상 잭슨과 함께 이동하면서 그의 건강을 책임지기로 했다.

통증·긴장·피로 잊기 위해 프로포폴에 의존해

부검 결과 잭슨은 사망 전 약물인 프로포폴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포폴은 병원에서 수술 환자에게 사용하는 강력 수면 마취제로 일반 약국에서는 처방으로도 살 수 없는 약물이다. 주치의 머레이가 아니면 잭슨이 구할 수도 사용할 수도 없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머레이에 대해 혐의가 집중되었다. 프로포풀의 입수 경위와 주치의에 의한 투약 여부는 잭슨의 자살과 타살 여부를 가리는 핵심이 될 것이다. 주치의 머레이는 “어떤 약물도 마이클 잭슨에게 처방한 적이 없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처방과 투약 여부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잭슨은 10여 년 전부터 프로포폴에 자주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를 도왔던 간호사들은 그가 공연 중 사고로 입은 골절상과 얼굴 성형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 그리고 공연 연습을 통해 받는 긴장과 피로를 잊기 위해 수시로 프로포폴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잭슨의 친구인 의사 드웨인 제임스는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잭슨이 프로포폴을 구해달라고 자신에게 심하게 졸랐다고 말했다. 잭슨은 무대에만 오르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과 공연에 임했으며, 이같은 정열과 카리스마는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받은 스트레스는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잭슨이 묻힌 묘지에 대한 추측은 좀더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잭슨의 시신은 지난 7월5일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추모 공연 직후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의 장지는 애초 유명 할리우드 연예인들이 묻혀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포리스트론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잭슨 본인은 생전에 자신이 애착을 가졌던 센터바버라의 네버랜드에 묻히기를 원했었다. 또, 그가 태어난 인디애나 주의 게리 시가 그의 묘지 유치에 나서고 있어 잭슨은 아직 편안히 쉴 자리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잭슨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달려온 누나 라 토야 잭슨은 잭슨이 누워 있던 방으로 부리나케 달려와서는 잭슨이 평소 현금을 담아 놓은 돈 가방을 미친 듯 찾아 헤맸다. 어머니 캐서린 잭슨은 아들의 사망이 확인되자 곧바로 아들의 재산 관리권과 자녀 양육권을 확보하기 위해 부리나케 법원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망한 잭슨은 4억 달러의 빚을 안고 있었지만 남아 있는 재산은 5억 달러에 달한다. 잭슨의 가족이 차액에 대한 처분을 둘러싸고 싸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이다. 캐서린 잭슨은 법원이 지정한 임시 유산 관리인들이 재산과 관련한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며, 8월 초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마이클 잭슨이 남긴 가장 슬픈 이야기는 그의 사라진 코에 있다. 잭슨은 공연 중 넘어지면서 코뼈가 부러진 후 이를 회복하기 위해 여섯 차례 이상 플라스틱 성형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성형 수술이 성공하지 못해 코 부위에 구멍만 남아 이를 감추기 위해 잭슨은 가짜 코를 사용했다. 잭슨의 측근 간호사는 잭슨의 방에는 유리병에 여러 개의 가짜 코가 담겨 있었으며, 그 옆에는 분장용 접착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잭슨은 생전에 아버지를 매우 증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잭슨은 아들 잭슨을 발로 걷어차 성불구가 되게 했다. 잭슨은 아버지를 닮은 자신의 코를 매우 혐오했다. 영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잭슨이 코 성형 수술에 집착한 것은 단순한 부상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잭슨은 뛰어난 가수이자 댄서였으며 그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혼신을 다해 삶을 산 공연예술가였다. 그는 1백12파운드(51㎏)의 날씬하고 가벼운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 체중 감량에 쓰이는 약물 펜터마인을 복용하고, 부드러운 율동을 위해서는 근육이완제 클로로제팜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프로포폴이 동원되었다. 모두가 부작용이 많은 약물이었다. 그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약물의 위험을 무릅썼고, 그 힘을 바탕으로 심신을 불태웠다. 그리고 약물의 한계에 굴복했다.

잭슨은 마지막 순간 희망과 자신감 그리고 편안함 속에서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세계의 잭슨 팬들은 그의 갑작스런 사망을 슬퍼하고 아쉬워한다. 그의 재기 공연이 성공했을 때 기대할 수 있었을 새로운 팝의 세계를 볼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잭슨 사후에도 식지 않는 그의 죽음에 대한 의혹은 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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