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 이제 눈을 떠!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9.08.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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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결혼 시즌이다. 프러포즈하기에 기막힌 10곳을 소개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8월1일 광화문 광장이 준공된다. 선명한 화질과 음향시설까지 갖춘 최첨단 IT 영상 시스템인 ‘해치보드’도 생긴다. 서울시는 이 ‘해치보드’를 이용해 시민들이 결혼 프러포즈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새로운 ‘프러포즈 명소’가 하나 생기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각종 드라마·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프러포즈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해운대>에도 불꽃놀이를 배경 삼아 선상에 장미꽃을 장식하고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방법도 그렇지만 색다른 장소에서의 프러포즈는 때때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때가 있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프러포즈의 명소’들을 찾아보았다.

일단 강 위에서 배를 타고 하는 프러포즈는 최소한 평균점은 넘는다. 한 번쯤은 재계 2~3세들이 파티를 즐긴다는 10억~20억원짜리 요트를 통째로 빌려도 좋겠다. 한강에 떠다니는 대형 고급 요트 내부에는 로맨틱한 테이블, 소파, 식당, 침실 등이 있다. 요트의 맨 위층 갑판은 강바람을 쐬면서 파티나 불꽃놀이를 즐기는 공간이다. ‘용산 세븐마린레저’를 비롯한 한강의 마리나에서 해질 무렵 국내 최고급 요트를 1시간 동안 대여하는 가격은 20만~30만원 사이이다. 주말은 약간 더 비싸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호텔의 흔한 프러포즈 패키지보다는 덜 비싸다. 다만, 프러포즈용으로 대여하는 사람이 워낙 적어 정해진 가격이 없다. 요트 대여업체 사장님과 협의하기 나름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모터보트 위의 프러포즈’를 하는 것도 탁월한 프러포즈 방법이다. 한강에는 모터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많다. 서울 잠실의 씨앤(C&) 한강랜드에서 뚝섬유원지까지 모터보트로 왕복하면서 프러포즈를 한 연인은 올해만 12명이다. 걸리는 시간은 10~20분, 가격은 커플당 2만5천원이다. 프러포즈에 사용되는 6~7인용 모터보트는 직원이 운전해 준다. 그 뒷좌석에 연인이 앉는다. 씨앤 한강랜드의 김재현 코치는 “노을 질 무렵이 프러포즈의 하이라이트이다. 성공률도 높다. 꽃다발과 반지를 준비하면 강 중간에 모터보트를 세워 분위기를 띄워주고, 사진도 찍어준다”라고 말했다.

낭만적인 프러포즈를 생각하고 있다면 야간 조명만한 것이 없다. 프러포즈 장소로는 경기도 양평의 별빛 미로공원이 손꼽힌다. 나무 1천4백그루에 촘촘히 걸린 LED 조명 18만개가 걸려 은하수처럼 빛난다. 여름에는 7~8시 사이에 LED 조명이 동시에 켜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이 공원에는 전용 프러포즈 상품도 여러 개 있다. 하지만 조명이 켜지는 순간의 환상적인 분위기는 5천~2만원 사이의 입장권만 사도 만끽할 수 있다. 여름에는 야간 조명을 받으며 프러포즈할 기회가 유독 많다. 서울대공원에서 열리는 ‘별밤축제’, 부산 경륜공단 스포원(금정체육공원)에서 열리는 ‘한여름 밤, 빛의 축제’를 추천한다. 화려한 루미나리에 조명이 만드는 낭만적인 분위기는 프러포즈를 하기에 더없이 좋다. 얼음이 사각사각 갈리는 아이스링크에서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보며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가? 현실에서도 가능하다.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의 경우, 일반 개장과 선수들의 훈련이 모두 끝나는 밤 12시30분~새벽 2시 사이에 개인적으로 대여할 수 있다. 1시간에 12만원, 1시간30분에 16만원이다. 목동 아이스링크도 일반 영업 시간이나 선수의 훈련 시간만 아니면 개인에게 빌려준다. 1시간에 29만4백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핀 조명과 전광판 영상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년 10명 정도가 이렇게 프로포즈한다.

야구장의 열기 속에서 프러포즈하면 성공률이 100%이다. 두산베어스의 홈구장인 잠실구장은 야구장 전광판을 통해 영상으로 프러포즈하려는 사람의 신청을 받는다. 가격은 무료이다. 잠실구장의 프러포즈 행사 담당자는 “기회가 매달 두 번뿐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커플을 주로 선정한다”라고 귀띔했다. 치열한 ‘사연 경쟁’을 뚫을 자신이 없다면 상암동에 있는 서울월드컵 주경기장의 대형 전광판을 이용해 보자. 40쌍 이상의 커플이 매년 이용 중이다. 경기가 없는 금요일, 드넓은 경기장 가운데 연인을 세워놓고, 전광판 동영상으로 프러포즈할 수 있다. 전광판 대여 비용은 20만원, 시간은 30분간이다.

야구장의 열기 속에서 하면 성공률 100%

서울 청계천에 있는 ‘청혼의 벽’은 이미 서울시민에게 유명한 프러포즈 명소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부하지 않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환호, 화려한 조명의 다리, 영상물과 사연을 선정하는 엄격한 기준 때문에 일반 이벤트업체의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2007년 12월24일에 개장한 이후 3백명이 넘는 커플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애초에 청계천과 디지털 영상물과의 조화를 보여주려고 마련된 장소라서 영상물의 수준이 높아야 프러포즈를 할 수 있다.

위에서 추천한 ‘대형 이벤트성’ 프러포즈가 어색하고 부담스럽다면, 낯 뜨겁지 않고 무난하게 프러포즈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코레일에서 연인을 위해 만든 ‘동해 바다열차의 연인석·프러포즈실’를 예약하는 것이다. 동해바다열차는 강릉부터 삼척까지 바닷가 해안을 달린다.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좌석이 바다 쪽으로 배치되었고, 공간이 독립되어 있다. 가격은 2인이 10만원이고 일년 내내 운행한다. 대화를 하면서 진지한 프러포즈가 가능하다.

남해안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은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모두가 천혜의 프러포즈 장소이지만 연인들에게는 특별히 ‘외도’가 어울린다. 자동차가 없고 2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거리, 그림 같은 화원, 아열대 식물, 비취색 바다 때문에 별다른 이벤트가 필요 없는 프러포즈 명소이다. 조명이 들어오는 분수도 프러포즈에는 제격이다. 올해 5월에 개장한 이후 입소문을 타고 데이트 명소로 급부상한 서울대공원의 음악분수, 한강 선유도공원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간 분수가 유명하다. 당일치기 여행을 곁들이고자 한다면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의 새벽 물안개, 안면도 꽂지 해수욕장의 일몰, 대관령 양떼목장의 초원 정도가 낭만적인 프러포즈 장소의 ‘국가대표’급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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