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충청권 연대는 바람직하지 않아”
  • 안성모 기자·강철 인턴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8.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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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충남도지사 / “충청 민심도 큰 기대 안 해”

ⓒ시사저널 유장훈

‘충청권 연대론’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과의 연대 움직임인 소위 ‘한-자 연대론’은 이미 한 차례 타올랐다가 꺼진 듯 보였다. 선진당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는 데다, 여권에서도 시큰둥하게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충청권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여권의 의지는 여전히 강해 보인다. 이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충청권 총리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인위적인 충청권 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을 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아직은 연대론이 성숙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심대평 자유선진당 최고위원과 함께 현재 충청권의 민심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들 세 사람은 현재 모두 총리 후보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지사는 특정 지역을 따져서 총리로 등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7월30일 오전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진행되었다.

4년의 도지사 임기 중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지난 임기 동안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고 도정을 운영했나.

충청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동안 실체도 모호한 ‘충청 홀대론’에 빠져 자신감을 잃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취임 초 이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다. 도정 구호도 ‘강한 충남’으로 정해 역동적인 충청을 건설하자는 의지를 살리는 데 노력했다. 또 하나,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외자 유치·기업 유치 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지난 3년 동안 26건에 48억1천2백만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비결은 먼저 우수한 투자 환경을 조성한 데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물류 인프라와 우수 인력 등 여건을 마련하면서 수도권과도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공무원의 적극적인 활동도 한몫을 했다. 경제부지사로 민간 전문가를 채용했고, 조직을 보강하고 팀제를 운영했으며, 기업 마인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최근 안면도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앞으로 어떤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나.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1조5천7백억원의 생산 효과와 3만6천여 명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연간 3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중국과 해상 관광 루트를 개발해 국내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세종시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 백년대계를 보고 접근해야 하는데, 답답하고 실망스럽다. 선거를 의식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청원군 일부 지역이 편입되는 데 대해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할 생각을 해야지 원점에서 맴돌아서는 안 된다.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한 소신 행보가 주목되었다.

수도권 중심으로만 발전해서는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지역별로 특화를 시켜야지, 모든 것을 수도권에 다 갖다 놓으면 안 된다. 축구에서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국토를 넓게 써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는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 그래서 반대한다.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소신은 여전하다.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는 그 지역 주민들의 삶도 어렵게 만든다. 지역 균형 발전이 결과적으로 수도권에도 도움이 된다.

현 정부 들어 지역 균형 발전이 더뎌지는 것은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균형 발전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보완적인 개념에서 현재 수도권의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까 규제를 완화해서 그 어려움을 조금 덜어 주자고 생각한 것으로 이해한다.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모두 경험했다. 어떤 차이가 있나.

국회의원은 포괄적이고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다. 국회에서 마음껏 국정 운영 방향을 논의할 수 있도록 면책 특권이 주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는 무게가 조금 떨어진다. 지사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도민의 생활과 직결된다. 의사 결정이나 예산 집행, 사업 추진 등에서 책임감이 무겁다. 그런 만큼 전문적이어야 한다. 또, 거대한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통합적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때로는 정치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덕목이 요구되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다.

조만간 개각을 앞두고 있는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정 지역을 따져서 등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현 정권에서 충청권 인사의 참여가 적다는 점이 지역 정서로 볼 때 섭섭함과 허전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 출신의 능력 있는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맡고 있는 도정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다. 정치라는 현실에 몸담은 만큼, 차후에 기회가 된다면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여권 내에서는 이른바 ‘충청권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연대와 총리 기용 문제는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정책 연대는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은 중도·실용의 강화에 있다. 그런 관점에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일 중심으로 연대하자는 데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충청권이기 때문에 연대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지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 충청권 달래기는 큰 의미가 없다. 어느 지역이든 마찬가지이다. 물론 대통령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 국정 운영의 동력이 살아난다. 그런 측면에서 충청권의 정서를 일정 부분 대변하는 선진당과의 정책 공조와 연대가 굳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연대는 정치적 상황과 국민적 이해 속에서 이루어져야지, 인위적이고 작위적으로 갑자기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또, 정치 철학과 노선, 국정에 대한 이해에 있어 공통 부분이 넓혀졌을 때 자연스럽다. 그러한 전제 없이 단순히 정치적 지지나 선거를 의식하고 연대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미 ‘DJP 연대’에서 경험하지 않았나.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있는데.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 입장에서 볼 때 누구를 견제하기 위해 그렇게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대통령은 일로써 승부를 해야지 정치 수단을 발휘한다고 좋은 평가를 얻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이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삶의 질과 국가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그 성과로 평가하지, 정치적 운용에 따라서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 견제용이라는 것은 일부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연대론과 관련해 이지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다.

양당의 여러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부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굳이 그것을 의식해 본 적은 없다. 아직은 딱히 뭐라고 말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조급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정치인들만 모를 뿐이지 국민들은 이면을 꿰뚫어 보고 있다. 모든 일은 순리와 이치대로 가야지 인위적이어서는 안 된다.

충청권 연대론에 대한 지역 민심은 어떤가.

충청도 사람들은 이미 DJP 학습 효과를 갖고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정책 연대의 의미를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한다. 과거 DJP 연대는 처음이라서 기대도 많이 했고, 그만큼 실망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냉정하고 합리적이다. 더 이상 요란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을 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수긍하는 것을 원한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은 싫어한다. 갑작스러운 정치적 쇼를 좋아하지 않는다. 중용과 조화와 균형을 선호하는 기질이 몸에 배어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아직은 연대론이 성숙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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