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건강검진이 초기에 암 잡아줬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8.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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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우연히 발견…여행하며 즐겁게 살아”

▲ 암을 이긴 사람들2 김소연 씨 ⓒ시사저널 박은숙

“갑상선암이라서 오히려 감사하다.” 대학 교수인 김소연씨(44·여·가명)는 비교적 치료가 수월한 암에 걸려 다행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같은 여유가 그녀로 하여금 암을 이겨낼 수 있게 했다. 김씨는 “외국에서 공부할 때 식사가 불규칙했다. 본래 위가 약한 데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다.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는데, 폐암으로 고생하는 한 아주머니를 알게 되었다. 그런 암에 비하면 갑상선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가볍게 웃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가 수월한 편이다.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할 경우 98% 이상 완치된다. 갑상선은 목 앞에 튀어나온 부분에서 2~3cm 아래에 있는 나비처럼 생긴 장기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모든 기관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씨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완치한 경우이다.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받아오던 그녀는 지난해 6월에도 검사를 받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녀는 “갑상선에 결절(혹)이 네 개 발견되었다. 그중에 한 개가 모양이 불규칙적이어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들었다”라며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는 암담했다. 1cm도 안 되는 작은 크기지만 갑상선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3일 동안은 공황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결국,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겼다. 다른 암에 비해 갑상선암은 치료 결과가 좋은 편이지만 폐나 뼈로 전이되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낮지만 자신이 그 확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김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죽음을 생각했다. 수술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운명에 맡길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오래 생각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딱 30분 동안 고민한 후, 병원 세 곳에서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 병원은 암 크기가 크지 않으니 조금 더 두고 보자고 했다. 다른 두 곳은 수술로 암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수술을 결심하고 알음알음으로 서울대병원 윤여규 외과 교수를 찾았다. 미용상의 문제와 수술 후 회복이 빠른 점을 고려해 로봇 수술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수술 전 정밀 진단 과정에서 암세포 한 개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김씨는 지난 3월30일 갑상선암 절제 수술을 받았다. 양쪽 겨드랑이와 유방의 유두 부위에 각 1cm 이하를 절개하는 로봇 수술이었다. 두 개의 암세포와 결절이 있는 갑상선을 모두 떼어냈다. 주변 임파선도 일부 긁어냈다. 수술은 네 시간 만에 끝났다.

회복 빠른 로봇 수술 선택해

갑상선 암의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다.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암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가 제기되어 있다. 김씨는 심한 스트레스에서 발병 원인을 찾고 있다. 김씨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 외에도 교육 사업에 투자자로 관여했다. 5~6시간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좋지 않은 개인적인 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암을 만들지 않았나 하고 나름으로 생각한다”라며 암 발병 이전 자신의 삶에 대해 설명했다.

암에 걸린 이후 김씨는 자신의 삶을 바꾸었다. 각박한 삶을 여유 있는 생활로 꾸미기 시작했다. 우선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그녀는 “돈이나 삶에 대한 집착도 없으면서 일 욕심은 있었다. 암에 걸린 이후 이런 성격을 확 바꾸었다. 잠도 7~8시간 푹 자고, 사업 투자도 접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일만 하고 있다.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암에 걸린 뒤부터 틈만 나면 여행하러 다녔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여유로운 삶을 살기로 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씨는 “오래전부터 여러 사람과 ‘마음’에 대해 공부해왔다. 나름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도 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러나 죽을 때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병으로 고생하다 죽는 것은 나와 가족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여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술 이후 김씨는 식습관이 바뀌었다. 식사량이 늘었고 특별하게 만든 차를 마신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튀긴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육류보다는 채소류를 즐겨 먹었다.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았다. 아침 식사로 밥을 꼭 챙겨 먹었다. 갑상선을 제거하는 수술 후에는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쉽게 피곤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많이 먹게 되었다. 특히 간식을 전혀 먹지 않았지만 오후 4시쯤 과일을 먹는 습관이 생겼다. 또, 어머니의 권유로 버섯, 무, 우엉, 당근을 우려낸 차를 마신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처럼 마신다”라며 변화를 설명했다.

김씨는 실명을 밝히는 데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녀는 “나의 생활 패턴과 식습관이 암을 유발할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암에 걸렸다. 정기적인 종합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아직도 암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다시 여행길을 재촉했다.

서울대병원 외과 윤여규 교수는 “김씨는 앞으로 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스트레스를 피하고 여행을 하면서 즐거운 삶을 산다면 암 재발 예방에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통상 갑상선암 수술 후 다시마나 미역과 같은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갑상선암 수술 환자가 주의해야 할 음식은 없으며, 갑상선암의 예방과 재발에 효과가 있는 음식도 없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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