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KBS·신뢰도 MBC ‘으뜸’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08.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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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매체 / MBC, 올해 처음으로 신뢰도에서 KBS 앞서 조·중·동 영향력 커졌지만 신뢰도는 하락…포털사이트 상승세 한풀 꺾여

ⓒ시사저널 유장훈

올해만큼 미디어 담당 기자들에게 ‘기삿감’이 넘쳐났던 적도 없다. 연초부터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육탄전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지난 7월22일 한나라당이 이를 강행처리하면서 상당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위헌 청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디어 정국’은 또다시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YTN 사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오히려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8월 들어서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이른바 ‘보수 성향’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MBC는 ‘폭풍 전야’에 들어서 있다. 미디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서 이루어진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언론 분야 조사 결과는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이번 조사 결과 가장 크게 드러난 특징으로는 각계 전문가들의 평가가 지난해와 사뭇 다른 양상을 띠었다는 점이다. 불과 1년 사이에 매체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진 곳이 있는 반면, 신뢰도가 급상승한 곳도 있다.    


“대통령 지지도·MBC 신뢰도 상관관계 주목”


ⓒ시사저널 임준선

우선 MBC의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시사저널>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항목을 질문지에 처음 넣은 2004년 이후 MBC는 처음으로 신뢰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MBC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에서도 3위를 유지하며 지목률이 해마다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가장 열독·시청하는 언론 매체’에서도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올라선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MBC가 다른 매체에 비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와 MBC 신뢰도의 상관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권력 비판 기능이 강하다면 신뢰도가 높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둘째는 지난해 조사에서 급성장했던 포털사이트가 올해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영향력 면에서 10위권 안에 네이버와 다음 등이 포함되었지만 두 곳 모두 순위에서는 뒤로 밀려났다. 신뢰도 면에서 네이버는 상승한 반면, 다음은 하락했다. 반대로 열독·시청률 부문에서는 다음이 오르고, 네이버는 내려갔다. 지난해 조사에서 네이버와 다음 모두 영향력과 신뢰도 면에서 전년(2007년)에 비해 급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포털사이트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털도 언론 매체로 인식되면서 그만큼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 정부가 포털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와중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포털의 영향력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특징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해 다소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는 점이다. 세 매체의 영향력이 모두 공통적으로 높아진 반면, 신뢰도에서는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조·중·동이 시장 주도적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반면에 지난해 촛불 집회에서 집회 참여자들을 불온시하는 등 국민 정서와 다소 배치되는 보도를 하면서 신뢰도는 더 떨어졌다고 본다”라고 해석했다.


중앙일보 약진 두드러져


ⓒ시사저널 안희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순위 조사에서 KBS가 58.6%로 1위, 조선일보가 57.5%로 2위, MBC는 49.0%로 3위를 차지해 지난해 순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5년 59.1%에서 2006년 55.6%, 2007년 54.8%로 계속 하강세를 보였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49.9%를 기록해 처음으로 50%대 이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지난해보다 7.4% 포인트 상승한 57.5%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면서 KBS와의 격차도 지난해에는 10% 포인트 정도 벌어졌으나 올해 1.1% 포인트 차로 크게 좁혀졌다. 박빙의 접전을 벌이면서 KBS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온 셈이다. 

MBC의 영향력도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31.3%에서 지난해에는 45.2%로 급상승하더니 올해는 여기에 3.8% 포인트가 더 상승한 49.0% 포인트까지 올라왔다. 이에 비해 KBS는 몇 년째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5년 60.3%에서 2006년 56.5%로 떨어진 이후 50% 후반대에서 소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1% 하락한 58.6%를 기록했다.

3위권 밖에서는 순위 변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중앙일보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중앙일보는 전년(2007년)보다 6.3% 하락하면서 7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5.7% 포인트 상승한 19.9%로 4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여기에는 중앙일보가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신문 판형을 바꾸는 등의 개혁 행보를 보인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도 지난해보다 2.1% 포인트 상승한 16.5%로 6위를 차지하면서 순위도 한 단계 올라섰다.

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 등은 하강 곡선을 그렸다. <시사저널> 조사에서 네이버와 다음이 처음으로 20위권 안에 진입했던 것은 지난 2003년이었다. 이후에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2006년에 동시에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네이버는 10.0%로 6위, 다음은 3.0%로 10위에 올랐고, 다음해인 2007년에도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네이버의 경우 18.6%로 4위까지 치고 올라갔고, 다음은 2007년(4.4%)보다 무려 13.6%나 급상승한 18.0%로 5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올해 네이버는 지난해보다 1.9% 포인트 하락한 16.7%로 5위를 기록했고, 다음은 8.7%에 그쳐 8위로 밀려났다. 이는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던 포털에 올해는 ‘특별한 호재’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0위권 안에서 하위권을 점유하고 있던 매체들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해에는 한겨레·SBS·오마이뉴스 등이 8~10위를 각각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SBS(10.8%)가 7위로 두 계단 올라섰고, 한겨레(8.5%)가 9위로 내려갔다. YTN은 5.0%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이밖에 11위에서 2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매일경제, 야후, CBS·연합뉴스, 국민일보·구글·한국일보·한국경제 순이었다. 이 가운데 CBS와 국민일보, 구글 등이 올해 새롭게 20위권에 진입한 매체들이다.  

전문가 조사 대상군 가운데 언론인(71.0%), 종교인(63%), 금융인(58%), 법조인(57%), 문화예술인(54%), 기업인(53%) 등이 KBS의 영향력을 1위로 꼽았다. 반면, 행정 관료(78%), 교수(72.0%), 정치인(74%) 등은 조선일보를 가장 영향력이 있는 언론 매체라고 보았다. 특히 사회단체인(53%)은 미디어 관련법 등으로 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MBC를 1위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순위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MBC가 지난해보다 7.7% 포인트 상승한 31.3%로 신뢰도 면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지난해 1위였던 한겨레로 30.3%, 3위는 KBS로 25.5%를 각각 기록했다. MBC와 한겨레는 불과 1%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진보 성향 매체들이 신뢰도 상위권 차지


MBC는 지난 2004년 24.8%(3위), 2005년 17.2%(4위), 2006년 17.5%(4위), 2007년 14.6%(4위), 2008년 23.6%(3위)로 주로 3~4위권에서 머물렀다가 이번에 ‘마침내’ 1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김창룡 교수는 “지난해 정권이 교체되고 KBS 정연주 사장도 교체되면서 KBS는 공영방송이 아닌 관영방송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MBC로의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 KBS의 위상 실추가 상대적으로 MBC의 위상을 높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이른바 ‘진보 성향’ 매체들이 신뢰도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이다. 2위로 밀려나기는 했어도 한겨레는 지난해(28.7%)보다 1.6% 포인트 상승했다. 한겨레와 더불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은 18.4%로 4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조선일보는 올해 14.4%로 5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0.7%, 올해 10.4%를 기록하면서 6위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7~8위와 9~10위 순위는 뒤집혔다. 지난해 10.1%로 7위였던 동아일보가 올해 7.9%를 기록해 8위로 밀려났다. 대신 지난해 7.6%로 8위였던 네이버가 올해 8.1%로 7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위였던 YTN은 1.9% 포인트 상승한 7.1%로 9위를 차지한 반면, 지난해 9위였던 다음은 10위로 내려갔다. 올해 10위권 안에 든 매체들은 지난해에도 10위권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지난해와 비교해 순위만 뒤바뀌었을 뿐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매체는 없는 셈이다. 
10위권 밖에서는 SBS, 오마이뉴스, 한국일보, 매일경제·프레시안, 국민일보, CBS, 야후, 연합뉴스, <시사저널>·<시사인>·한국경제·문화일보 순으로 20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전문 조사 대상군 가운데 기업인(41%), 법조인(38.0%), 금융인(32%) 등이 MBC를 가장 신뢰하는 매체라고 답했다. 반면, 사회단체인(39.0%), 교수(38.0%), 정치인(38.0%), 언론인(35.0%), 문화예술인(32.0%) 등은 한겨레를 가장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종교인(34.0%)과 행정관료(33.0%)는 KBS를 신뢰도 1위 매체로 꼽았다.

‘가장 열독·시청하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는 조선일보가 22.4%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위를 차지했다. 2~3위의 순위는 뒤바뀌었다. MBC가 21.9%로 2위에 올라선 반면, 19.1%를 기록한 KBS는 3위로 밀려났다. 

10위권에 포함된 매체들은 지난해와 같았으나 순위 면에서 혼전 양상을 띠었다. 한겨레가 지난해 5위에서 4위(18.9%)로 오르면서 4위였던 네이버가 5위(18.5%)로 내려섰다. 중앙일보는 6위(15.0%) 자리를 고수했다. 다음(13.8%)과 경향신문(12.0%)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씩 오른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동아일보(9%)는 다음과 경향신문에 밀려 9위로 두 계단이나 밀려났다. 10위에는 지난해와 같이 매일경제(7.6%)가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11위부터 20위를 보면 YTN, 오마이뉴스, 야후, SBS, 한국경제, 프레시안, 한국일보, 국민일보, 연합뉴스, CBS가 각각 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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