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 역할 바꿀 생각 없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8.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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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인터뷰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시사저널>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5년 연속 1위로 선정된 것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래서일까. 한마디, 한마디에도 신중함이 묻어났다. 손교수는 “생각을 좀더 정리해서 e메일로 답변을 드리겠다”라며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글로 보내오기도 했다.   

4년 전(2005년) 본지 조사에서 처음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에 올랐을 때, 당시 인터뷰에서 “이제 언론인 한 명이 몇 년간 영향력을 독점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예측이 어긋난 셈인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당시 그렇게 얘기했던 것은 대략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정서적 문제인데,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이 좀 있었다. 사실 영향력이라는 것은 좀 막연한 것이기도 한데, 거기에 욕심을 부려 오래 머물고 싶어 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미디어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과거 매스미디어가 발휘했던 그 영향력이 이제는 ‘뉴미디어’들로 상당 부분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올드미디어’에 속한 사람이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라디오나 텔레비전 같은 올드미디어도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가 확대 재생산해 주는 측면을 간과했던 것 같다. <시선집중>이나 <100분 토론>에서 다룬 내용을 인터넷이 키워내면서 ‘나’라는 존재도 역시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어떻게 보면 사회자와 조정자의 역할에 충실한 편인데,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는가?

이미 오랫동안 질문자와 조정자의 역할만을 해왔고, 시·청취자들도 거기에 익숙하실 것으로 본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역할을 바꿀 때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럴 이유를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언론학계의 한 교수가 손교수에 대해 “별로 친근하지 않은 성격인데, 인기가 높은 것이 참 아이러니이다”라고 농담 삼아 평가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성격상 어느 정도는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보아야 한다. 원래 성격도 흥이 많거나 그렇지 못하다. 시·청취자들께서는 프로그램과 이미지가 꽤 맞는 것 같으니까, ‘그래, 당신이 그래도 좀 거기에 맞는 것 같다’라고 봐주시는 것이지, 내가 친근하게 느껴져서 인정해 주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내가 또 그렇게 아주 재미없거나 정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시선집중>에서는 그래도 내 본 모습이 꽤 나오는 편이다.(웃음)

언론인으로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으로서는 없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힘들다. 다른 프로그램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계속 정치권 입문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가 정치 쪽으로 옮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의 생각을 분석할 이유는 없다. 굳이 내 의견을 말하자면, 아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부정할 만한 그런 이유를 아직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역할을 바꿀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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