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꿈의 나노’에 발등 찍히나
  • 김규태 (과학저술가) ()
  • 승인 2009.09.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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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은나노가 폐와 간에 유독할 수 있다” 발표 유익성 강조보다 안전성 평가가 먼저 선행되어야

▲ 지난 7월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09 전시회에서 디스플레이용으로 사용된 분자 모형. ⓒ시사저널 이종현


수 년 전부터 공산품에 ‘나노’라는 말이 최첨단 제품을 상징하는 수식어로 사용되었다. 심지어 속옷이나 양말도 은나노를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등 나노 관련 제품이 봇물을 이루었다. ‘나노’는 10의 -9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리스어 ‘nanos’(난쟁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나노 기술이란 나노 크기의 물질을 측정·제거·가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기초로 해 유용한 소재, 소자, 시스템을 만들고 응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나노’의 홍수 속에서도 나노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확산되지 않았다. ‘나노=좋은 것’ 정도의 개념으로 광고를 통해서 대중에게 전달되다 보니, 나노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는 ‘첨단 이미지’만이 머리에 남았다. 그런 탓에 나노 기술이 실질적으로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관련 정보가 알려졌다고 해도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 과학자들은 나노 기술이 초소형 로봇, 초소형 컴퓨터, 스파이더맨처럼 다닐 수 있는 의류, 때 안 타는 옷, 병을 고칠 수 있는 나노 약품 등의 제조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들을 주로 언급한다. 기업체들은 과학자들이 제시한 이러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나노 유관 제품을 ‘첨단’의 이미지로 덧칠하려 했다.

“효용성과 부작용 등 더욱 면밀히 살펴야”

그러나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나노 기술은 현재까지 효용성과 부작용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서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 역시 대칭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교수는 “석면이 단열재 등으로 도입되었을 때도 유사한 논의가 있었으며, 최근 석면의 폐해가 확실해지면서 건강 문제뿐 아니라 이를 철거하려는 경제적 비용이 설치할 때보다 더 많이 든다. 나노 기술에 대해서도 다양한 측면에서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나노가 독성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나노 제품을 써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일으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8월24일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은나노 입자의 흡입 독성 시험 결과’를 토대로 은나노가 폐와 간에 유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흰쥐에 은나노 입자를 90일 동안 공기로 흡입시킨 뒤 부검한 결과 암수 모두 폐포염이나 염증성 세포 덩어리가 폐에 나타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금나노 실험에서도 쥐의 조직에 이상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측은 “이번 실험은 독성을 나타내는 나노 물질의 농도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으로 소비자 제품에서는 농도가 낮을 것이다. 하지만 나노 물질의 유익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나노와 관련한 안전성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EHS’(‘환경, 보건, 안전·Environmental, Health and Safety)이며 다른 하나는 ‘ELSI’(윤리적, 법적 사회학적 이슈·Ethical, Legal and Societal Issue)이다.

EHS 수준에서의 연구는 비교적 자주 실천되지만 윤리와 법을 다루는 ELSI에 대한 인식은 떨어진다. 아직 나노 기술이 두드러지게 사회·법·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중원 교수는 “나노 기술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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