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채우고 밧줄로 묶더라”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09.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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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박대성 인터뷰

ⓒ시사저널 유장훈
검찰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지난해 7월30일 올렸던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라는 글과 12월29일 게재했던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1보’라는 글 등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지난 1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4월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또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현재 재테크 관련 서적을 제작하고 있는 박씨를 지난 8월25일 만났다.

검찰에서 조사받은 과정을 설명해달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니 나처럼 법적으로 당한 사람들이 왜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지 그 심정을 이해하겠더라. 지난 1월 임의동행 형식으로 검찰에 갔다. 듣도 보도 못한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지만 임의동행 형식이어서 굳이 검찰에 따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도 해명을 하려고 갔는데 바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사법권의 오·남용이다.

당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나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 하지만 검찰에서 언론에 내 이름과 주소, 학교 등을 일부러 흘렸다고 본다. 인격 모독이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여론 재판이었다.

검찰은 당신의 글이 정부의 외환 관리에 피해를 주었다고 했는데.

내 글이 우리 정부의 외환 관리에 얼마나 피해를 주었는지 구체적인 물증이 없었다. 추정치로만 피해를 입혔다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라고 했는데, 다시 글을 쓰고 있다.

당시 출퇴근 식으로 조사를 받았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갑을 차고 밧줄로 손이 묶인 채 고무신을 신고서 조사를 받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대답을 할 수 있나. 조사받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조사받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검찰의 조사에 부인하고, 부인하다 나중에는 귀찮으니까 일정 부분 시인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라고 자포자기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사받은 나 같은 젊은 사람도 이런데 나이 든 사람은 어떻게 버티겠나.

검찰 조사가 무리했다고 보는가?

내 글이 정부의 외환보유고에 22억 달러 피해를 입혔다면 구체적인 증거를 대야 할 것이 아닌가. 증거도 없이 그저 막연하게 추정한 것을 가지고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개인 탓으로 떠넘기는 것이 어디 있나. 건전한 비판 의식을 갖고 글을 썼는데 잡아넣으면 결국 ‘비판은 너희 집에서 해라’라는 말밖에 안 된다. 사회적 비판은 10명이 하는 것보다 100명이 하는 것이 더 좋은 창의적 결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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