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활보하는 ‘환경호르몬 유발자’ 들
  • 이은희 | 과학저술가 ()
  • 승인 2009.09.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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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분해성’ 플라스틱, 바닷물과 태양빛 받으며 분해돼…위험한 오염원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져

ⓒ시사저널 박은숙


‘종이컵 20년, 일회용 기저귀 100년, 스티로폼 5백년’이라는 말이 있다.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들이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지구를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생태계의 순환을 방해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플라스틱의 경우에 가볍고 성형이 쉬우면서도 썩거나 녹슬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편리하지만, 장점으로 지목되었던 난분해성(難分解性) 특징은 플라스틱 제품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순간부터 골칫거리로 변모한다. 한번 버려지면 영원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그대로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화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들은 오히려 놀라운 속도로 분해되고 있으며, 이는 더 위험하고 더 지속적인 환경 오염원이 된다고 한다.

지난 8월, 제238차 미국 화학회에서 발표한 연구팀은 지금까지 매우 안정한 물질로 가정되어온 플라스틱이 태양이나 바닷물에 의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분해되고 있으며, 이 분해 산물이 플라스틱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환경 오염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일본 니혼 대학의 카츠히코 사이도 박사는 “해양에 버려진 폴리스틸렌은 1년 안에 분해가 시작되며, 이 과정에서 유해 성분들을 배출한다”라고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1836년 독일의 E. 시몬이 처음 개발한 폴리스틸렌은 에틸렌과 벤젠을 이용해 만든 가소성 수지의 일종으로, 단단하고 무색 투명하고 절연 기능이 좋아 전자제품, 장난감 등에 다용도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특히 폴리스틸렌에 발포제를 이용해 팽창시킨 발포 폴리스틸렌은 내수성·단열성·완충성이 뛰어나 충격 흡수용 포장재나 단열재, 아이스박스 등에 널리 이용된다. 

비스페놀A 등 화학물질, 생체 시스템 교란시킬 수도

사이도 박사팀은 플라스틱이 분해될 때, 비스페놀A를 비롯해 다양한 화학물질이 수중으로 방출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스페놀A는 생체에 유입되었을 때 종양을 일으키고 생식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며, 기타 플라스틱에 포함된 다른 물질들 중에도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물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 물질들이 바닷물과 섞이게 되면, 해양성 플랑크톤이나 물고기의 체내로 들어가 이들의 생체 시스템을 교란시키게 되고, 나아가 이들을 잡아먹는 동물이나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5천7백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데, 이것이 환경 오염은 물론 환경호르몬도 배출하는 등 이중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셈이다. 우리가 플라스틱 제품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 할 이유에 더 큰 이유가 보태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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