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선’ 오래된 등식 더 이상은 안 통한다
  • 조진범 | 영남일보 기자 ()
  • 승인 2009.09.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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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 박근혜 가공할 위력에 후보자들 ‘한나라당이냐, 친박이냐’ 저울질

ⓒ연합뉴스


‘TK(대구·경북) 목장’은 지금 난장판이다. 한때 TK 지역은 ‘안 봐도 뻔한’ 선거를 연출했다.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불문율이었다. TK 지역을 ‘보수 꼴통’으로 만든 등식은 지난해 총선에서 무너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는 한마디에 한나라당 대표 선수들이 우수수 낙마했다. 친박연대와 친박계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금배지를 달고 다시 한나라당호(號)에 탑승했다. ‘박풍(朴風)’은 지난 4월 경주 재선거에서 또 한 번 위력을 떨쳤다. 결과적으로는 박 전 대표의 존재감이 TK 지역의 지방선거를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현재 TK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인사들이 즐비하다. 한나라당 공천보다 당선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후보가 들어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내년 초에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개최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상황은 간단히 정리된다.

박 전 대표는 평소 ‘공당으로서 당헌·당규에 따른 공정한 공천’을 강조해왔다.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라는 일관된 원칙도 있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자격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 사격한다면 TK 지역의 선거는 싱겁게 끝난다.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후보가 등장할 형편도 안 된다. 하지만 현재로서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진보 진영이 어느 정도 바람을 일으킬지도 관심사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 중반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김범일 시장,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독이 든 성배’ 될 수도




대구시장 후보로는 친이계 성향의 현 김범일 시장과 친박계인 서상기 의원(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집중적으로 거론된다. 김시장은 첨단의료복합단지의 대구 유치로 잔뜩 고무되어 있다.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섰다고 자평한다. 대구 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 김시장측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김시장은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을까. 대구 지역 정치권에서는 “알 수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김시장에 대한 능력 검증은 이제부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충북 오송과 공동으로 유치하면서 경쟁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일부에서는 김시장의 입장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치가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시장을 바라보는 대구 지역 의원들의 태도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대구시의 행정을 못마땅해하며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상기 의원은 아직 대구시장 출마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는 “대구시민과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대구에서 살다시피 하는 서의원의 행보를 들어 사실상 대구시장 출마를 주변에서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와 이명규 의원, 유승민 의원도 대구시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야당 후보로는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와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거론된다. 유 전 장관이 서울을 택할지, 대구를 택할지도 지역에서 주된 화제로 오르내린다. 우동기 전 영남대 총장은 여당과 야당 후보로 동시에 거명되어 눈길을 끈다.

대구 지역 여덟 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여성 후보 공천이 변수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여덟 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한 자리는 여성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여성 후보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공천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대구의 여성 기초단체장은 윤순영 중구청장이다. 대구에서 유일한 무소속 기초단체장인 서중현 서구청장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최근 한나라당 입당을 타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입당이 무산될 경우 무소속으로 한나라당 후보와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친박계 김관용 지사 높은 인기 유지…정장식 “그래도 도전”



경북도지사 선거는 친박계인 김관용 현 지사의 수성 의지에, 포항시장을 지낸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권오을 전 의원의 삼각 경쟁 구도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김지사의 ‘인기’가 워낙 높아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김지사는 친이와 친박에 관계없이 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같은 현지 분위기에도 김지사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정치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라는 것이 김지사의 생각이다.

정원장은 경북도지사 선거에 올인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김지사가 앞서 있는 것은 틀림없다. 현역 프리미엄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경쟁자가 없으면 경북도민들이 심심하지 않겠느냐”라며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최근 미국에서 돌아온 권오을 전 의원의 출마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민주당 후보로는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대구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박명재 전 행자부장관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경북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리턴 매치가 유난히 많을 전망이다. 23개 기초단체장 선거 상당수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맞붙은 인사들의 재대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고령, 군위, 예천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이 관심이다.

이태근 고령군수와 박영언 군위군수, 김수남 예천군수가 3선 연임 제한 규정에 걸려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는 탓이다.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 여부도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의 단체장 선거는 한나라당 경선이 관건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에 맞서 공원식 경북도 정무부지사, 박문하 포항시의원, 김순견 전 경북도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장 선거도 흥미롭다. 남유진 현 시장과 치과의사 출신의 김영일 김천의료원장이 한판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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