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야 모두 “대형 스타 어디 없나” 파괴력 있는 인물 찾기 고심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9.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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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오세훈 시장 카드 왠지 불안” 원희룡·유인촌 거론…야권에서는 친노 3인방 강세

흔히 서울시장을 ‘부통령’이라고 부른다. 1천만 수도 서울의 시정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의 경험은 국정 운영의 예비 학습으로 평가받는다. 민선 3기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발판 삼아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선배’인 조순(1기), 고건(2기) 전 시장도 어김없이 유력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 때문에 여야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곧 지방선거에서 이긴 것으로 여겨 당력을 집중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주자는 오세훈 현 시장이다. 지난 5월 말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시장은 27.8%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야권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16.5%),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9.2%), 한명숙 전 국무총리(7.7%) 등이 이었다. 6월 초 <월간조선>과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오시장은 17.9%로 1위를 차지했다. 2~4위는 유 전 장관(12.5%), 한 전 총리(10.1%), 강 전 장관(6.9%)의 순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폴리뉴스’가 ‘모노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7월 중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오시장이 26.6%로 선두를 지켰고, 유 전 장관(16.3%), 한 전 총리(12.1%), 강 전 장관(11.6%) 등이 뒤를 이었다. 그 뒤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5.7%),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4.7%),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3.5%),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2.2%) 순으로 이어졌다.

일찌감치 첫 ‘재선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하고 나선 오세훈 시장은  차별화된 행보로 기선 제압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오시장이 비록 현재 선두이기는 하지만, 지지율이 불과 30%도 안 되는 탓이다. 더군다나 2~4위를 달리는 야권의 세 후보가 모두 친노 성향의 인사들이어서 단일화는 불 보듯 뻔하다. 야권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결코 오시장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크다. 실제 지난 6월 초 <시사인>이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조사한 서울시장 가상 대결 조사에서는 유 전 장관이나 한 전 총리가 각각 단일 후보로 출마할 경우, 오시장에게 7~10% 포인트 차로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은 “절대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질 수 없다”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신이어서 이 자리에 대한 애착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좀 더 참신하고 파괴력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다.

현재 당 주변에서는 원희룡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 지역구 3선인 그는 소장 개혁파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쇄신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차세대 리더’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정치인 분야 1위를 할 만큼 대중적 인기도 얻고 있다. 원의원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오시장측도 긴장하고 있다. 원의원이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을 접한 오시장측에서 직접 원의원에게 진의를 물은 적도 있다.

‘친이(이명박)계’ 진영에서는 정두언 의원과 공성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정의원은 이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공의원 역시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낸 전력을 갖고 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3선을 한 박진 의원의 이름도 나온다. ‘친박(박근혜)계’에서는 진영 의원을 민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 쪽의 후보군이 대개 여성이라는 점 때문인지 나경원 의원도 최근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당내 서울 지역 여성 정치인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된다. 지난 2006년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전 원내대표와 맹형규 청와대 정무특보의 이름도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계속 거론된다.

하지만 “왠지 파괴력이 약해 보인다”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른바 ‘깜짝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 밖으로 과감하게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런 점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것이 주목된다. 관가에서는 ‘리틀 MB’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 추진력이나 충성도가 강한 유장관이 상당히 부각되고 있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유장관 자신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안 하겠다고 하면 속 시원해할 것이고, 하겠다고 하면 나오는 거다, 그렇게 얘기하겠지요”라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추석을 며칠 앞둔 최근에는 갑자기 재래시장 민심 탐방에 나서 주변을 어리둥절케 하기도 했다.

구청장 후보, 현역 중 상당수는 물갈이될 듯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중량급 인사의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 후보로 한 전 총리가 급격히 부상하면서 그 대항마로 이 전 최고위원이 적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화 운동 경력과 옥고를 치른 전력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여성 후보들이 상당히 강세이다. 그 대표적인 3인방이 바로 한 전 총리와 강 전 장관 그리고 추미애 의원이다. 이 가운데 최근 한 전 총리가 조금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최근 두 명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장과 국민장을 치르면서 대중적 인지도도 상당히 높였다. 특히 그녀는 민주당 상임고문이면서도 친노 통합 조직인 ‘시민주권모임’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민주당과 친노 세력 간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본인도 출마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석패했던 강 전 장관 역시 아직 대중적 인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노의 여자’로 불릴 만큼 친노 세력으로 분류되지만, 그녀 역시 민주당 최고위원과 선대위원장을 지낸 만큼, 양측의 접합점이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강 전 장관 또한 지난 두 차례의 조문 정국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앞으로) 나의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라는 말로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현재 국회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3선의 추미애 의원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서울시장보다 대권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당 주변에서는 김성순 의원, 박영선 의원, 신계륜 전 의원, 이계안 전 의원, 김한길 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특히 송파구청장을 지낸 김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신 전 의원은 시장 도전에 대한 열의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역시 당내 인사만으로는 파괴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 밖의 스타들을 과감히 영입해서라도 반드시 ‘부통령’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첫머리로 꼽히던 인사가 사실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였다. 하지만 이미 그는 ‘민주당의 적’이 되었다.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이름도 활발히 거론되었다. ‘필승 카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손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의 내 역할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8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라는 말로 항간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 

유시민 전 장관의 영입설도 나온다. 그는 현재 민주당 당원이 아니다. 친노 신당인 가칭 국민참여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가 벌어지는 6월2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이 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유 전 장관을 포함해 친노 인사들의 경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기타 정당 후보로는 여러 이름이 거론되지만, 전체 판도에 영향을 미칠 인물로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첫손에 꼽힌다.

서울시 25개구의 구청장 선거도 관심거리이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는 25개 전 지역을 한나라당이 싹쓸이해, 민주당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은 구청장 선거에도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 정서를 보여온 서울의 지방선거 흐름으로 보아 민주당으로 표가 몰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무작정 기존의 구청장들을 재공천하기보다는 인물론을 내세워 인지도 있는 인물을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역 구청장 중 상당수가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 광역·기초 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친박=친박연대,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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