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생으로 먹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10.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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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박사’ 김한복 호서대 교수 인터뷰 / “다이어트·혈압 강하 효과 밝혀내…암 예방 약 개발할 수도”

▲ 김한복 교수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연구해야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청국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시사저널 임영무


호서대 김한복 교수(자연과학부 생명공학과)는 ‘청국장 박사’로 불린다. 그는 지난 16년간 청국장을 연구하며 청국장 열풍을 몰고 온 주역이다. 그의 청국장 사랑 덕분에 청국장 시장 규모가 최근 10배가량 커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정작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청국장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에게는 영원히 ‘청국장 학자’로 남겠다는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3대 인명 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2010년판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국장 연구’를 세계가 인정했다. 소감은?

내가 욕심을 냈다면 세계 인명 사전에 이름을 등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괄시받던 청국장 연구를, 청국장이라는 용어도 모르는 외국에서 인정해준 것에 의미가 있다. 이번 인명록 등재를 통해 우리 청국장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고, 콩 발효 연구 분야를 선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청국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지난 1992년 호서대 교수가 되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분야를 찾다가 콩이 떠올랐다. 콩이 몸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발효시켰을 때 몸에 어떻게 좋은지 전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가 연구로 매몰되지 않고 국민 건강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져 1993년부터 청국장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청국장을 연구하면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

청국장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직접 먹어보고 알아냈다. 처음이다. 일본 사람들은 낫토를 먹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생청국장을 복용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3년 정도 지나니까 20kg 가까이 몸무게가 줄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다이어트 효과를 확신했다.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 기능을 강화한 청국장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지금은 청국장이 면역 조절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 성과가 좋으면 암 예방 효과에 탁월한 약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시사저널자료사진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청국장에 들어있는 10만개 성분이 인간의 세포 유전자 3만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DNA 분자를 소형 기판 위에 고밀도로 배열해놓은 DNA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에 청국장에서 뽑아낸 균을 떨어뜨린 뒤, 발현되는 패턴을 분석하면 면역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된다.

연구를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났다. 지금은 면역 조절 기능을 가진 후보 물질을 찾아냈다. 실제로 몸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규명해내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 정년 퇴임까지 14년 남았는데, 퇴임하기 전에 신약 개발을 성공시키려고 한다.

연구 과정이 힘들지 않나?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연구비를 따내는 사전 작업이 힘들다. 청국장 연구를 하겠다고 하면 ‘청국장 몸에 좋은 것 다 아는데’라며 식상한 연구 주제라고 폄하한다. 구체적으로 청국장이 신체 어느 부위에 어떻게 좋은지를 밝혀내는 것은 새로운 연구 분야이다. 청국장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

‘청국장 박사’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데, 제대로 된 지원이 없다니 의외이다.

연구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한계 상황 속에서 연구를 해왔다. 그나마 생물정보학은 연구비가 많이 드는 분야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 지원금이 적어도 본인이 연구만 열심히 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내 연구가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만족한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았나?

부모님이 병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건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청국장 연구를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어머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생청국장을 매일 한 숟가락씩 떠먹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생청국장은 맛은 없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생청국장을 떠먹어야 가장 효과적이다. 분말이나 캡슐형 청국장은 먹기는 편하지만 효과를 보기까지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청국장을 찌개로 끓여 먹을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불에 끓일 때에는 찌개 재료와 들어가야 할 생청국장 양의 절반만 넣는다. 다 끓인 뒤 불을 끄고 식힌 다음, 나머지 절반의 생청국장을 넣는다. 이렇게 해야 생청국장의 효소를 절반이라도 살려서 먹을 수 있다.

16년간 연구를 이어오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30년간 변비를 앓아오던 40대 아주머니가 내가 쓴 책을 보고 변비를 고쳤다는 사연을 전해왔다. 재밌는 사실은 그 아주머니가 20년간 청국장을 팔아온 사장이라는 점이다. 나처럼 20kg을 뺐다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청국장이 몸에 좋다는 것을 믿고 먹어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 이런 분들의 사연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처럼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청국장의 효능들을 에세이로 풀어나갈 것이다. 균주 하나 때문에 몸이 낫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논문을 쓰느라 바쁘지만 사례들이 좀 더 모이면 출판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생물정보학적인 기법을 적용해서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 최우선 순위이다. 그 다음이 출판이고 신약개발이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를 전수해 발전시켜나갈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생청국장 균주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까 생각 중이다. 분말형이나 건강 기능 식품으로 제품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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