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의 지평 넓히는 명장들의 아름다운 경쟁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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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간발의 차이로 봉준호 감독 제치고 선두…3위부터는 배우들 차지

이번에도 선택의 결과는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었다. 한국 영화계를 현재 진행형으로 이끌어가는 두 감독이 한국 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로 선정되었다. 박찬욱 감독이 첫 번째, 봉준호 감독이 두 번째로 꼽혔지만 그 차이는 미미한 정도이다. 두 감독은 올해 나란히 <박쥐>와 <마더>를 내놓았다. 평단과 대중의 평가는 나뉘었지만 두 감독이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박찬욱 감독은 흥행 감독이지만 자기 색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 감독으로서 , 제작자로서 를 진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올해 자신만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영화 <박쥐>를 내놓았다. 영화는 대중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곳곳에서 내러티브가 끊겼고, 두 주인공이 선택하는 길에 필연성을 부여하지도 않았다. 송강호가 성기를 노출하는 장면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박찬욱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관객 2백21만명을 동원하는 데에 그쳤다. 이전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던 평단에서도 <박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자기 세계에 너무 빠져들어 보편성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세계 영화계는 여전히 박찬욱을 지지했다. <박쥐>는 세계 최고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3대 판타스틱영화제 중 하나인 시체스영화제에서는 김옥빈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박감독은 차기 영화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작품인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의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20년간 수입 금지되었던 정치영화 <제트(Z)>를 연출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거장이다. 박찬욱 감독은 프랑스 제작사 스튜디오 카날로부터 리메이크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 영화는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가장이 재취업을 위해 다른 취업자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을 가진 블랙코미디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재능 많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에 기뻤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만큼 도움을 주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감독은 10월10일과 11일 함께 만나 식사를 하면서 신작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쥐>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렸다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마더>는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고르게 받았다. 비경쟁부문에 출품했던 칸영화제에서도 <박쥐> 수상이 결정되기 전까지 <마더>에 대해 더 좋은 평가가 내려지고 있었다. 국내 흥행 성적에서도 3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쥐>에 앞섰다. 하지만 영화가 모성이라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고,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비해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마더>는 김혜자와 원빈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고 배우 진구를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은 잘 알려진 대로 <설국열차>이다. <설국열차>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작품은 갑작스럽게 혹독한 추위가 닥친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SF 대작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설국열차는 난방과 식량 자급이 가능한 유일한 생존처로 그 안에서 인간 군상이 벌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게 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봉감독은 “각색을 준비하며 기차에 관련된 책 20~30여 권을 보고 있다. 기차 바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관객들은 2012년에 이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두 감독 모두 차기작 준비로 분주해

두 명의 쌍두마차 감독들 뒷자리는 배우들이었다. 배우들 중 첫손에 꼽힌 사람은 장동건이다. 미남 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 진화하고 있는 장동건은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굿모닝 프레지던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대통령 중 강성 외교를 지향하는 젊은 미남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해안선>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등에서 맡았던 남성미를 강조하는 역할과는 조금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할리우드와 공동 제작으로 촬영되는 <전사의 길>로 미국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추격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하정우는 <국가대표>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한국 영화를 이끌 차세대 리더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국가대표>와 함께 한·일 합작 영화 <보트>를 개봉시켰다. <멋진 하루>에서 함께한 이윤기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추격자>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차기작으로 기다리고 있다. 한창 촬영을 진행 중이던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예산 문제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박쥐>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 송강호, <해운대>를 통해 흥행 배우로 입지를 공고히 한 설경구, 할리우드 작품 <지아이조>에 이어 <씨클로>의 트란 안 훙 감독이 연출을 맡고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와 함께 출연한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출연한 이병헌 등이 영화 분야 차세대 리더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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