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할 일 찾아라”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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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의학을 공부했다. 의학 지식은 어느 정도 남아 있나?

의학 상식이 풍부한 정도이다. 의사 친구들이랑 만나면 의학 용어는 이해가 가능하다. 20대 때 외웠던 것이라 그런지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의사라는 자각은 이제 남아 있지 않다.

카이스트에서 교수를 제안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가?

카이스트에서 풀타임 수업을 하는 전임 교수 자리를 제안했을 때 고마웠지만 고민도 많았다. 나는 현장에서 일을 더 잘하는 타입이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카이스트에서 그동안 다른 학위를 따고 책도 쓰고 그렇게 학구적으로 보낸 시간을 평가해주셨다.

스스로를 “비효율적으로 살아왔다”라고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 ‘비효율성’이 성공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지 두려워서 도전조차 하지 못한다.

효율성이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성공에 대한 기준이 획일적이 되면서 젊은이들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서울대 의대를 나왔다고 해서 병원이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잘되지 못한다. 자신에게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성공인지가 중요하다.

▲ 벤처업계의 스타 겸 대학 교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멘토가 있나? 어떤 분인가?

멘토라면 만나서 조언도 듣고 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멘토보다 롤모델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 의사일 때, 경영자일 때, 교수일 때마다 롤모델이 다르다. 주로 책에서 그런 롤모델을 하나하나 많이 찾으려고 한다.

사람들이 안교수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올곧은 성공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거칠게 말하면 반기업 정서 같은 것이 있다. 사람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동일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그동안 부도덕한 기업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기업과 기업인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용기를 내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라고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맞다. 사회가 예전보다 젊은이들을 도와주지 못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재기가 어렵다.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지지 않고 안정을 추구하도록 강요한다. 벤처가 어려워지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지금은 현실이 되었듯이 10년 정도 지나면 일자리가 부족하게 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나?

내가 강단에 있는 이유도 그런 노력이다. 그런 뒷받침을 해주기 위해서다. 자문위원회 같은 데나 중소기업청 같은 곳에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갑갑한 부분이 있다. 오래 걸린다.

‘안철수연구소’의 비정규직은 얼마나 되나?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더라. 하지만 안철수연구소도 중소기업이라 다른 곳에 비해서는 정규직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청년들이 비정규직화되어가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정부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일자리의 질도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도 좋아질 수 있다.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들었다.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하고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들이 있다면.

좋은 책은 너무 많아서…. 책을 추천하기보다는 작가를 추천해주고 싶다. 최근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재미있게 읽었다. 뉴요커의 칼럼니스트인데 이 사람 책은 나오면 본다. 토마스 프리드먼의 책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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