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
  • 소종섭 vuswlqwkd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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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예기>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20세가 되면 약(弱)이라고 하며 비로소 갓을 쓴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남자 나이 20세’를 일컫는 약관(弱冠)입니다. 창간 20년이라는 것은 옛말처럼 ‘갓을 쓰는’, 성년이 되는, 한 주체로서 당당히 서는 때가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도 이런저런 풍상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세상을 배우다가 20세쯤 되면 어디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 있는 용기와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됩니다. <시사저널>도 이제 그런 때가 되었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아 1989년 창간호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진실이 생명이다’라는 창간 당시 박권상 주필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론인으로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진실에 대한 신앙이다.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나타난 사실을 둘러싼 포괄적이고 완전한 진실이다. 그런 진실을 찾고 알리고 부추기고 가꾸고 꽃피우는 것, 그것이 곧 언론의 생명이요 빛이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발달할수록 진실의 발견은 어려워진다.’ 지난 20년 동안 <시사저널>은 이런 생각의 바탕 위에서 취재·보도해왔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정보가 넘치고 각종 이해관계가 복합화하는 가운데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본령을 지켜가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광고주의 영향력은 날로 강해지고 정치적인 잣대로 보도를 재단하려는 시도 또한 끊이지 않습니다. 보도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유혹은 더욱 치밀해졌습니다. 지금 이런 측면에서 한국 언론은 정신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독자들의 힘이 얼마나 강건한지 경험한 바 있습니다. 독자들은 바다와 같다는 생각입니다. 조용한 듯 보이지만 심연에는 커다란 흐름이 늘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떠 있는 배를 일거에 뒤집기도 하고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몰아칩니다. 이런 측면에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길도 독자에게서 찾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시사저널>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좀 더 독자에게 친절한 언론, 독자들이 궁금해하고 꼭 필요로 하는 정보를 주는 언론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물론 그동안 해왔던 대로 사회의 성역과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보도도 어느 언론보다 강하게 할 것입니다. 동시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직업 신뢰도 조사’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평가·기획 보도도 더욱 강화해나갈 작정입니다. 지난해 호응이 뜨거웠던 ‘차세대 리더 300인’ 기획은 올해 한층 더 가다듬어 이번 창간 기념호에 내놓았습니다. 늘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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