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실세 3인방’ , ‘교육 개혁’ 연타 공격 왜 나섰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10.2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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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이주호·곽승준, 이번에는 ‘외국어고 폐지’ 의기투합…3탄 ‘방과 후 영어 무상 교육’도 발사 준비

ⓒ일러스트 허경미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또 한 번 칼을 빼들었다. 몇 달 전 ‘학원 심야 교습 금지’를 들고 나와 이슈의 중심에 섰던 그가 이번에는 외국어고(외고)를 ‘사교육비 주범’으로 지목하며 일대 수술을 예고했다. 외고를 수술대에 올리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고가 본래 설립 목적과 달리 입시 전문고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 우수 학생을 선별해 뽑을 수 있도록 한 신입생 선발권이 놓여 있다. 이러한 ‘특혜’가 입시 경쟁을 과열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겨왔다는 것이다.

진단은 어렵지 않게 내렸지만 수술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정의원은 당초 외고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전환을 염두에 두었다. 자율고는 외고와 달리 내신 50% 안에서 추첨에 의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만큼 입시 경쟁이 과열되는 병폐를 줄여 사교육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자율고는 등록금 수입의 5% 이상을 재단이 전입금으로 내야 하는데, 현재 외고 대부분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이에 따라 정의원은 외고를 포함한 특수목적고를 일단 직업 전문 교육 위주로 되어 있는 특성화고로 통합하고, 이후 요건이 갖추어지면 자율고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물론 외고 스스로 특성화고가 아닌 일반계 고교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특히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 일반계 고교로 돌아가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원이 이처럼 ‘우회로’를 택하면서까지 외고에 대한 개혁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자, 이해 당사자인 전국 외고 교장들의 반발과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외고 폐지는 마녀사냥이다”라고 비난하면서 헌법 소원 등 초강력 대응도 시사했다. 지난 10월20일에는 한국학원총연합회 소속 학원장과 강사 3만여 명이 서울 여의도공원 광장에서 “학원 죽이기 쇼이다”라며 정부의 사교육 대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하지만 정의원은 여전히 거침이 없다. “외고는 마녀임이 분명하다”라고 맞받으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의원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당·정·청 핵심 실세 3인방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주도한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 그리고 정의원이 삼각 편대를 형성해 MB식 교육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신호탄이던 ‘학원 심야 교습 금지’의 경우 곽위원장이 섣불리 접근했다 곤욕을 치른 만큼, 2탄으로 마련한 ‘외고 폐지’ 문제는 당에서 공론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곽위원장은 최근 교육 정책과 관련해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현재 그는 한국의 미래 전략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도에 가 있다. 이차관도 “논의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과부 수장인 안병만 장관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 점을 염두에 둔 행보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일련의 교육 정책을 조율한 ‘3인방’이 역할을 분담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교육 정책에 정통한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차관과 곽위원장의 지원을 받은 정의원이 이슈를 띄우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의지도 실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최근 수능 공개도 그렇고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랜드 디자인’ 속에서 움직이는데, 소화할 능력은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외고 문제에 이은 3탄도 발사 준비 상태이다. 방과 후 학교에서 영어를 무상으로 교육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의원은 예산 배정이 핵심인 이 문제도 곧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사교육비에서 영어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방안 역시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동시에 논란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MB 정권의 ‘젊은 실세’로 통하는 이들의 시도가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하다. ‘학원 심야 교습 금지’와 마찬가지로 ‘외고 폐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소속 위원들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라고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야당은 재·보선 시기와 맞물린 정치적 노림수 의심

▲ 지난 10월20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학원 교육 말살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 학원교육자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교육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원이 국정감사 기간에 ‘외고 폐지’를 끄집어내자 당내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추구해 온 수월성 교육 강화와 맞지 않다”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사교육비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이전 정권과 똑같은 기조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한 정책보좌관은 “모난 돌이 정 맞듯이 때려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하면서 “법안을 내는 날부터 시끄러워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야당은 정치적 노림수를 의심하고 있다. 민감한 정책을, 설익은 채 내놓은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교과위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지난 4월 ‘학원 심야 교습 금지’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재·보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을 지폈다. 또, 논의의 중심에 정부가 빠져 있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흐지부지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교과위원인 최재성 의원도 “지난번 재·보궐 선거에서 곽위원장과 정의원이 쌍끌이하면서 선전 효과를 보았다.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급조된 안을 내놓았다”라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최의원은 또 “교육 문제의 경우 의견을 정제해 단일한 안을 내놓아도 갈등이 적지 않은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생략한 채 정책만 던지니까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법안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이번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외고 폐지가 사교육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그만큼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외고가 자율고로 전환할 경우 사교육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자율고는 입학 여부를 추첨으로 결정하는 만큼 입시를 위한 사교육비 지출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자율고 자체가 입시 학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고가 마녀라면, 자율고는 마왕’이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고의 자율고 전환은 평준화 해체를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외고가 자율고로 전환할 경우 자율고의 신입생 선발 방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고의 덩치가 커지고 영향력이 높아질 경우 현재처럼 추첨 방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자칫 외고식으로 빗장이 풀리게 되면 입시 과열이 오히려 확대될 수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MB의 공약대로 자율고가 10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평준화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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