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숨막히는 시대 독자의 이유 있는 항변
  • 김재태 기자 (purundal@yahoo.co.kr)
  • 승인 2009.10.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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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편집국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국인삼산업전략화협의회 회장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그분은, <시사저널> 창간 20주년 기념호 커버스토리로 실린 ‘차세대 리더 300인’에 대해 먼저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그 이유를 조목조목 밝혀왔다. 그분의 말을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면 이러하다. ‘차세대 리더 기사를 큰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런데 30개 항목에서 농업 분야가 빠져 아쉽고 불만스러웠다. 전세계적으로 식량 자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나 언론에서 이처럼 농업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농업에 대한 홀대가 너무 심하다.’

이번 조사에서 농업이 제외될 수밖에 없었던 데는 기술적인 문제 등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그것을 해명하는 일조차 염치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분의 논리는 분명하고 정확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시사저널> 지면에 대한 불만을 떠나 농업이 천대받는 현실에 대한 애절한 항의로 읽히기도 했다.

그분의 말대로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우리나라 농업이 거의 폐기 처분되어가는 단계에 들어서 있음은 분명하다. ‘잊혀져가는 정신적 불모지대’, 그것이 우리 농촌의 사실적인 풍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에 중도 실용을 앞세워 친서민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의 취약 계층이자 집단 서민층인 농민들의 미래를 위로해줄 정책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농민들의 마음은 더욱 암담하다. 영양실조에 지쳐 해가 거듭될수록 초췌해져가는 농촌의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농민들의 피폐해진 삶이 염려되어서만은 아니다. 전화를 걸어온 그분의 지적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식량 자원 전쟁이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빤한데 그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너무도 안이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몰고올 식량 부족 사태는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서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온 일이다. 농업 정책을 소홀히 해 쌀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해버린 필리핀의 사례에서도 교훈은 쉽게 얻을 수 있다.

깊을 대로 깊어진 ‘농업의 비애’는 요즘 한창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도 오버랩되어 있다. 우선 장밋빛 미래만 믿고 대대로 지켜온 삶의 터전을 떠나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란이냐며 분노하는 농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과연 문전옥답을 버리고 고향을 등졌던 그들의 기대와 슬픔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치유해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화의 주인공이 했던 말마따나 오랜 농경 사회에 뿌리를 둔 우리는 모두 농군의 아들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농업은 우리 민족의 근본이자 원초적인 생업이기도 하다. 이런 농업을 등한시하고 방치한다면, ‘가업’의 맥을 끊는 불효자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쌀 곳간을 잘 채워야 민심도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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