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도시 광산’ 캐고 LED로 푸른 빛 미래 밝힌다
  • 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09.11.02 21: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색 성장’ 위한 세계 각국의 주요 정책들 / 국민의 ‘녹색 생활’ 실천이 밑거름 된다며 적극적 참여 이끌어내


전세계적으로 녹색 성장이 화두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색 성장’을 국정 기조로 내세우고 봇물 터뜨리듯 녹색 정책을 내놓고 있다. 내년부터는 초·중·고교 교과서에도 녹색 성장 관련 내용이 기술될 예정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하도 녹색 성장을 외치니 그것이 굉장한 기술 개발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물론 녹색 기술이 먼저인 것도 있겠지만, 기술보다 더중요한 것은 녹색 생활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8월10일 제21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녹색 기술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들지만 녹색 생활은 누구라도 오늘 당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녹색 생활이야말로 녹색 성장으로 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선진국을 보아도 에너지 재활용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며 녹색 생활부터 실천해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구촌은 어떤 정책과 아이디어로 녹색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각 나라에서 진행되는 특색 있는 녹색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은 녹색 바람 이전에 백색 바람이 불고 있다. 도로나 건물의 색을 흰색으로 바꾸는 운동이 한창이다. 흰색은 햇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건물 표면이나 지붕을 흰색으로 하얗게 칠할 경우 건물로 쏟아지는 햇빛의 80%를 반사시킨다. 기후가 더운 지역에서 흰색 건물이 눈에 자주 띄는 것은 바로 이같은 원리 때문이다. 햇빛이 반사되면 건물 내부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에어컨 등의 냉방 장치 사용이 줄어 전기에너지는 물론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의 방출도 줄일 수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2005년부터 평평한 상업 건물의 지붕을 흰색으로만 칠하고 있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현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장관도 건물 지붕을 하얗게 칠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기후 변화를 막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도로 전체를 하얗게 칠할 경우 흰눈 덮인 도로처럼 반사되는 빛이 오히려 운전자의 눈을 피로하게 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람의 눈과 마주칠 일 없는 지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차량에 배출 가스 농도 따라 스티커 부착해 출입 제한

절전형 전구 사용 캠페인인 ‘Change the World’도 실시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거리의 가로등부터 슈퍼마켓 냉동고와 백화점 매장의 조명등까지, 램프가 백색 바람을 예고하며 변신 중이다. LED의 최대 장점은 전기를 덜 쓴다는 것과 수은이나 납을 함유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가로등에 많이 사용되는 2백50W 나트륨등의 경우 12시간 동안 켰을 때 소모되는 전력 1kW당 이산화탄소가 4백20g 나온다. 이런 가로등이 1만기 있다면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5천t 가까이 된다. 이 가로등을 1백40W의 LED조명으로 교체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2천2백t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자동차 1천100대를 운행하지 않거나 나무 11만5천 그루를 심는 일과 같은 효과를 낸다. 녹색 성장은 이처럼 작은 실천에서부터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독일의 베를린, 하노버, 쾰른. 이들 도시의 도로를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앞 유리를 자세히 보면 초록색·노란색·빨간색 스티커들이 눈에 띈다. 버스나 트럭도 예외 없이 스티커를 붙이고 달린다. 이 스티커는 환경존에 드나들 수 있는 출입증과 같다. 환경존(Umwelt zone)이란 미세먼지와 질소화합물 등의 배출량이, 정부가 정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지역 또는 초과할 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을 말한다. 2008년 3월 독일은 베를린과 하노버, 쾰른이 세 도시를 환경존으로 설정하고, 배출가스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차량은 통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염 우려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는 제도이다. 법으로 정한 일정 지역의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는 하루 경계값이 50μg/㎥. 이 값을 연간 35회 이상 초과해서는 안되고, 연평균 경계값은 40μg/㎥으로 규정되어 있다.

환경존으로 설정된 시내에는 공인 기관에서 발급한 스티커를 붙인 차량만이 진입할 수 있다. 스티커는 유해 물질 배출 등급에 따라 빨간색·노란색·초록색으로 구분된다. 빨간색의 경우, 3원 촉매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휘발유차와 매연필터가 없는 노즐 분사 방식의 디젤차에 발부된다. 산화나 환원 방식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만 있는 가솔린차, 매연 필터가 없으면서 고압 분사 방식인 디젤차에는 노란색이 주어진다. 초록색 스티커는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만족하는 모든 가솔린차와 매연 필터가 장착된 고압 분사 방식 디젤차에 발부된다. 한 번 빨간색이면 영원히 빨간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엔진을 개조하거나 매연 필터 등을 추가로 장착하면 초록색 스티커로 바뀔 수 있다. 만약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채 환경존으로 진입할 경우 그 차량 소유자에게는 일정액의 벌금이 징수되고 벌점이 추가된다.

아직까지는 스티커가 없는 차만 빼고 빨간색이든 노란색이든 초록색이든 모두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초록색 스티커 차량만 환경존에 진입할 수 있다. 교통에서 의무화를 내세워 녹색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 그곳이 바로 독일이다.

덴마크는 또 어떤가. 덴마크는 돼지의 나라이다. 인구 1인당 다섯 마리에 해당하는 2천5백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할 정도이다. 덴마크의 인구는 약 5백40만명. 사육되는 돼지의 수가 인구의 다섯 배에 달한다. 이렇게 돼지 수가 많으니 사육 농가에서 배출되는 분뇨도 만만찮다. 처치 곤란한 분뇨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덴마크 정부는 끊임없는 연구 끝에 이를 녹색 성장을 이루는 발판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그린 리포트>에 따르면, 덴마크의 칼룬보르에서는 돼지 분뇨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해 전력발전소를 통해 생기는 열과 온수를 지역 난방이나 전기 발전에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는 정화시켜 배출해 식수나 영양분의 형태로 토양 등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10여 년 전, 덴마크의 환경부장관이 카메라 앞에서 돼지 분비물을 정제한 식수를 시음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남은 찌꺼기에서 이산화황은 황산 제조업체나 비료를 통해 땅으로 돌아가고, 정유소에서 발생하는 증기는 양어장에, 가스불은 다시 발전소에 공급해 재활용한다. 즉, 순환적 물질 대사의 도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질 순환 대사를 실현하기 위한 칼룬보르 생태산업단지(EIP)구축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은 ‘도시 광산(Urban Mining)’ 프로젝트로 자원 부국과 녹색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도시 광산은 1980년대에 일본에서 처음 만든 용어로, 버려지거나 여기저기 깨지고 찌그러져 방치되었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많은 금속 폐기물을 하나의 광산으로 여기고 이를 재활용하자는 의미이다.

일본은 도시 광산 개발에 가장 앞선 나라이다. 특히 휴대전화, 퍼스널컴퓨터(PC) 등 정보기술(IT) 제품이 도시 광산의 절대적 품목이다. 휴대전화는 고가 귀금속과 희유금속이 집적되어 있는 고순도 초우량 광산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휴대전화 한 대에는 금 0.02g을 포함해 은 (0.14g), 구리(14g), 니켈(0.27g), 텅스텐(0.39g), 팔라듐(0.005g)이 들어 있다. 이것은 극소량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수십만 개를 모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휴대전화 1t(약 1만대)에서 나오는 금은 200g. 1t짜리 금광석에서 채굴할 경우에는 금이 평균 5g 정도 나온다. 이 정도면 도시 광산이 천연 광산보다 채굴 효율이 높다는 얘기이다.

일본은 지난해 자국 내에 축적된 도시 광산 규모를 구체적인 수치로 계산해냈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에 따르면 자국 내 전자제품에 들어 있는 금은 6천8백t에 이른다. 이것은 세계 금 매장량(4만2천t)의 16%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14%)보다 많은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2백20조원이다. 창고나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고부가가치 자원을 활용한 도시 광산은 일본의 자원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훌륭한 대안이다.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막는다는 67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자전거 도시’ 하면 떠오르는 곳, 프랑스 파리이다. 파리에는 요즘 다시 자전거 물결이 일고 있다. 파리의 히트작 ‘벨리브 시스템’ 때문이다. 벨리브(Velib)는 파리 시에서 운영하는 24시간 무인 ‘공영 자전거 시스템’으로, 프랑스어 ‘Velo’(자전거)와 ‘Liberte’(자유)의 합성어이다. 3백m 거리마다에 들어선 ‘벨리브 자전거 주차장’에 20대 정도의 자전거를 비치해 두고 하루에 1유로만 내면 누구에게나 빌려준다. 이때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고, 1일권과 7일권, 1년권에 따라 요금이 구별된다. 요금 정산기는 태양에너지로 작동되고, 무선통신이 가능하도록 자전거와 거치대에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 식별)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기초 공사나 별도의 케이블 작업이 필요 없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공영 자전거 시스템·건물 지붕의 초목 지대화 등 눈길

▲ 독일의 한 자동차 회사 직원이 정부가 정한 ‘환경존’에 드나들수 있는 출입증으로써 차량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스티커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랑스에서 자전거는 에너지 절약의 일등공신이자 가장 유용한 출퇴근용 교통수단이다. 자전거는 버스전용차로로 달리는데, 일반 차도와의 사이에 20cm 높이의 턱을 만들어 승용차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턱이 조성되어 있다. 파리에는 1980년대부터 자전거 도로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버스 전용차로로 달리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차량들이 자전거를 불편해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또한 불안해해서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런데 자전거 전용도로 턱이 생기고, 벨리브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파리 주변 도시에까지 자전거 이용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파리 시내 어느 곳에서든 5분 이내에 자전거 정거장을 볼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총 이용자 수는 2백10만명, 하루 평균 이용 건수 12만여 건이다. 시스템 도입부터 정착까지 이 정도의 효율을 올린 나라는 없다. 자연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 효과에 건강 지킴이 역할까지 하는 벨리브는 시너지 효과를 자랑하며 지금 파리 곳곳을 누비고 있다.

홍콩은 덥고 습한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이다. 그 때문에 연중 에어컨이 꺼질 날이 없다. 에어컨과 자동차에서 내뿜는 열기, 밝은 조명 등으로 홍콩은 도시 열섬 현상이 심각하다. 고심하던 홍콩 정부가 내세운 정책은 ‘녹색 지붕 프로젝트’. 말 그대로 전문 기술을 이용해 건물 지붕에 풀이나 나무를 심어 초목 지대를 조성하는 것이다.

식물을 이용한 녹색 표면은 태양으로부터의 열을 적게 흡수하고, 증발산 과정을 통해 수분을 증발시켜 대기를 냉각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실내 온도를 최대 6℃까지 내려주고, 도시에 따라 지역적 온도를 3.6~11.3℃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에어컨을 필요로 하는 시간도 12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녹색 지붕과 초목으로 둘러싸는 벽을 도입하면 도시 열섬 현상이 완화되고, 에어컨 사용량이 줄어 대기 오염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쇼핑몰 두 곳과 학교 열 곳, 정부 건물 등이 녹색 지붕으로 변해 있고 다른 곳들도 설치 중이다. 녹색 지붕은 기온을 낮추는 효과 외에도 자연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향수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재활용 기술을 보편화한 터키의 녹색 성장 또한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폐식물성 기름을 통한 경유 생산이다. 터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다. 원유, 천연가스 등 매년 3백억 달러 이상의 광물성 연료를 수입할 정도이다. 따라서 터키 정부는 신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재활용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식물성 폐유를 모아 경유를 생산하는 에너지 재활용 기술이다. 터키에서는 이스탄불을 포함해 총 30개 도시의 식당, 패스트푸드점, 호텔, 학교와 일반 가정에서 쓰고 남아 버려지는 폐식물성 기름을 모아 매년 7억5천만 달러의 경유를 생산하고 있다.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고 또 새로운 것을 개발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녹색 성장 비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한창이다. 어느 쪽이든 자연의 혜택을 최대한 실현해 녹색 생활을 즐기는 지구촌이 건설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