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탄탄대로, 오늘은 가시밭길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11.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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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돈’ 조석래 회장,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재미교포 안치용씨 폭로 이후 ‘바늘방석’

▲ 조석래 전경련 회장(왼쪽 첫 번째)이 10월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재계 수장’으로 일컬어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오르고 현직 대통령 사돈이라는 후광이 더해지면서 조회장 앞길에는 탄탄대로가 놓인 듯이 보였다. 조회장은 국내 4백개가 넘는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한 재계 최대 이익단체 수장으로서 정부와 재계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유감없이 수행했다. 친기업 정권이라고 자부하는 현 정부와 소통하면서 재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고 산업자본이 금융 기관을 소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인 조회장에게 대통령 사돈이라는 인맥은 날개를 달아주었다.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대통령 사돈이라는 인맥은 엄청난 특혜를 가져다 준다. 이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국내 선물투자 전문가와 투자 펀드를 조성한 적이 있다. 이 펀드에 참여한 투자운영역 이 아무개씨는 “대통령 사위가 대주주로 참여한다고 하니 금융 기관들이 앞다투어 초저금리에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찾아오더라. 권력이라는 후광이 대단하기는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성장세에 급제동…하이닉스 인수도 ‘빨간불’

조회장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회사 규모를 키워나갔다. 주력 회사 ㈜효성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부채 2조3천7백억원을 끌어들여 자산을 3조3천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10월15일에는 인수 자금이 4조원을 넘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하이닉스 채권단에게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욱일승천하던 기세에 제동을 거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바다 건너 3천km 밖에서 일어났다. 재미교포 안치용씨가 조회장의 장남 현준씨와 삼남 현상씨가 다섯 차례에 걸쳐 미국에 고급 콘도를 매입했다고 폭로하면서 효성그룹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횡령, 조세 포탈 의혹이 꼬리를 물고 쏟아져나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제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영선 민주당의원은 지난 2007년 말 작성한 ‘대검범죄첩보보고서’를 폭로하면서 검찰의 ‘효성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김준규 검찰 총장은 직접 미국 콘도 매입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태를 이대로 덮을 수 없다’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와중에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조회장의 막내동서 주관엽씨가 소유한 로우테크놀로지가 국방부에 야간 표적 지시기를 납품하면서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해 2백20억원을 챙긴 혐의로 이 회사 대표이사 이 아무개씨(49)를 구속했다.

효성그룹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재계는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에 비유했다. 4조원이 넘는 인수 자금을 효성그룹이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이 와중에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터졌으니 하이닉스 채권단이 효성그룹에게 하이닉스를 넘길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 효성그룹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조회장의 오랜 숙원은 비자금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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