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과 맞먹는 ‘충격과 공포’‘선제적 대응’으로 차단한다
  • 석유선 | 의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09.11.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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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 비상사태 선포…백신 확보 위해 총력전

▲ 미국 내 병원들이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어린이 방문객을 돌려 보내고 있다. 위는 캘리포니아 주의 한 아동병원에 세워진 출입 제한 안내문.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24일(현지 시각) 신종플루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하면서 대응 총력전에 나섰다. 백악관은 “미국 내 신종플루 감염 지역이 50개 주 가운데 46개 주로 늘어나고 미국 내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섬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문에 서명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어린이 5명 중 1명꼴로 현재 미국 아동20%가 신종플루 감염 의심환자로 추정되어 휴교 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22일 현재 1백98개 학교(학생 수 6만5천명)가 휴학했으며, 이는 직전일 88개교(2만8천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1979년 이란 인질 사태, 2001년 9·11테러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이는 현재의 신종플루 상황이 전시 체제와 맞먹을 정도의 위기라는 뜻이다.

임상시험 중인 신종플루 치료제 긴급 사용도 허가

미국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신종플루에 대한 대응은 훨씬 체계적이고 빨라지게 되었다. 보건장관에게 각종 연방 법규를 뛰어넘어 최우선적으로 신종플루를 차단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각 병원들은 학교나 지역 커뮤니티센터 등에 신종플루 임시 클리닉을 자유롭게 설치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또, 그동안 연방 법규에서 치료 시설이 병원 정문에서 약 2백30m 이상 떨어질 경우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도록 한 규제도 풀리게 된다. 이에 따라 병원 밖에 임시 병실을 설치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훨씬 수월하게 되었다.

비상사태 선포로 임상시험 중인 신종플루 치료제의 긴급 사용도 허가되었다. 지난 10월25일 미국 보건 당국은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신약 ‘페라미비르(Peramivir)’를 중증 환자에게 긴급 사용하도록 비상 승인했다. 페라미비르는 중증 신종플루 환자용 치료제로 기존 치료제인 타미플루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사용이 허가되었다.

이같은 다각적 노력에도 예방 백신 부족 사태로 인해 신종플루 불안감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미국 보건 당국은 당초 10월 중순까지 1억2천만명에게 백신을 접종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산량이 이를 따르지 못하자 결국 11월 중순까지 5천만명, 12월까지 1억5천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하도록 계획을 바꾸었다. 실제로 10월27일 현재 미국이 확보한 백신 분량은 2천2백24만명분에 불과한 상황이다. 연말까지 목표했던 수치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편,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미국의 비상사태 선포에 따른 조치가 한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희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국내에도 4백72개 거점병원을 지정했고, 그중 3백99곳이 컨테이너 등 병원 외부나 내부 별도 진료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등 (미국과 같은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국가전염병 위기 단계를 현재 ‘경계’ 단계에서 ‘위기’ 단계로 격상하는 데에 신중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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