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요직에 두루 포진 스포츠 스타도 줄줄이
  • 이춘삼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9.11.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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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학계·문화예술계·스포츠계 ‘장한 언론인상’ 자체 시상…유명 문인·배우 다수 배출

 

■ 언론계

언론계

2005년 2월18일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는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모임의 성격 자체는 고려대 출신 언론인들의 조찬 간담회로서 특별히 이채롭지는 않았으나 참석 연사나 모여든 취재진의 규모는 세간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급히 다녀온 주한 미국 대사가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연사로 나서자 내외신을 포함해 70여 명에 이르는 취재진이 몰려든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보유 선언 등 일련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가 전날 밤 늦게 귀임했음에도 언론인들의 초청에 응해 뉴스 지면을 채울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언론인들 가운데는 이명박 서울시장도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이 고려대 출신 언론인들의 친목 단체가 ‘고대언론인교우회’이다.

1986년 2월28일, 종로구 공평동 교우회관(현재는 안암캠퍼스 바로 옆에 위치) 강당에서 100여 명의 언론인들이 모여 언론인교우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그 후 23년이라는 연륜을 쌓으면서 동문 언론인 간의 결속을 다지고 전체 교우회와도 유대를 돈독히 하는 등 모교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다.

송두빈 초대 회장(당시 코리어헤럴드 관리국장)이 주도한 창립 초기 8년간의 활동이 언론인교우회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었다면, 1994년 6월에 취임한 2대 강성구 회장부터는 사업을 다양화하는 데 눈길을 돌렸다. 그 후에도 3대 금창태 회장과 4대 배병휴 회장을 거치면서 십수 년간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통해 언론인교우회의 위상과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현재 제5대 최학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언론인교우회는 회원들의 세 결집과 상호 부조 등에 힘쓰고 있다.

2대 강성구 회장은 선배들의 권유에 이끌려 회장 자리에 오른 뒤 회원 확충, 모임의 정례화와 더불어 ‘장한 고대 언론인상’ 제정이라는 사업을 성사시켰다. 신문·방송·통신 등 각 분야의 매체에서 업적을 나타내고 후배들에게 수범을 보인 교우를 선정해 시상하는 이 상은 많은 언론인이 부러워하는 언론계 최고 권위의 상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시상은 해마다 송년 혹은 신년 모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패와 함께 순금 20돈쭝의 메달이 수여된다.

이대통령도 당선 전에 언론인교우회 자주 참석

15년의 역사를 가진 언론인상의 수상자는 초기에는 한 명씩이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언론사의 확장, 언론인 숫자의 증가 등의 흐름을 타고 3~4명씩으로 늘어났다. 1회부터 15회까지 수상자는 모두 30명이다. ‘장한 언론인상’ 수상자는 상을 받고 난 뒤 모두가 영전 내지 승진한다는 명예로운 기록을 자랑한다.

첫회 수상자인 홍인근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이사와 고려중앙학원 상무이사를 역임했고, 이듬해 수상자 금창태 중앙일보 편집인은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배병휴 매일경제 주필은 현재도 <경제풍월> 발행인으로 활동 중이다. 고학용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편집인협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노성대 전 방송위원장, 최학래 전 신문협회장, 송형목 전 스포츠조선 사장 등이 1999년, 2000년도 수상자이다. 2001년 수상자인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은 현재도 왕성하게 언론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 밖의 수상자로는 길종섭 KBS 대기자, 이성춘 한국일보 논설위원, 구본홍 MBC 보도본부장, 하금렬 SBS 사장, 김홍 KBS 부사장, 임철순 한국일보 편집국장, 박정찬 연합뉴스 이사, 박보균 중앙일보 편집국장(이상 당시 직책) 등이 있다.

수상자나 언론인교우회 임원은 아니지만 지난 9월 경향신문 사장으로 취임한 송영승 사장도 교우(사학 75)이다.

언론인교우회의 정기 모임은 장한 언론인상 시상식 때 전체적으로 열리지만, 별도로 연 4~5회 정도 회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을 토의하고 의견도 교환한다. 강성구 회장 취임 때부터 부름을 받아 16년째 언론인교우회 간사로서 실무를 도맡아온 언론계 마당발 이강식 상임부회장이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인교우회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주목받는 인물이 있을 때 조찬 또는 만찬 형식을 빌어 그때그때 토론회나 세미나를 열고 있다. 미국 대사 초청 조찬회도 그러하려니와 이명박 대통령의 현대건설 회장 시절 또는 서울시장 재임시 초청 모임도 그런 성격을 띠었었다. 2006년 신춘 토론회에서는 퇴임을 앞둔 그를 초청해 재임 기간 중의 업적을 분석·평가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명박 시장은 언론인교우회 모임 참석을 즐겨했고, 교우회는 나름대로 그가 마이크를 잡을 기회를 자주 만들었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식의 화두를 끄집어냈고, 같은 자리에서 다수의 동문 중견 언론인들을 만나고 나면 매우 고무되곤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일부 고려대 동문들이 주축이 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과정에는 고려대의 머리글자를 딴 ‘K 포럼’이 주된 역할을 했다. 개교 100주년에 즈음해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 보자”라는 컨센서스가 일부 교우들 사이에 형성되었다. 지휘부에서는 이용만(행정 55) 전 재무부장관이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고, 송정호(법학 61) 전 법무부장관과 천신일(정외 61) 교우회장, 김명하(경제 58) 고대경제인회 회장이 힘을 모았다. 장영철(정외 66)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선진국민연대 공동의장직을 맡아 현장에서 앞장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61학번 동기들의 지원 사격도 적지 않았다. 이미 언급한 바가 있지만, 1960년 4·18을 주도한 고려대의 명성이 전국에 알려진 덕분에 이듬해 예전보다 월등히 많은 인재가 고려대의 문을 두드렸다. 그들이 바로 61학번들이다.

대선 과정에서 천신일 회장이나 송정호 전 장관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고 각계에 발이 넓은 조홍규(정외 61) 전 의원은 전남 지역을, 학번은 다르지만 조남조(정외 57·현 한국사료협회 회장) 전 의원은 전북 지역을 발판으로 힘을 보탰다. 이대통령의 61학번 동기인 유지담 변호사(전 대법관·법대 졸)도 이대통령 당선을 위해 적극 뛰었다. 그 밖에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많은 동기가 표시나지 않게 후원에 발 벗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교우회’ 이름으로 선거 지원 활동을 하는 일은 선거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고, 교우회의 회원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중립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어 별도로 한시적인 조직을 운용하도록 한 것이다.

▲ 지난해에 열린 ‘장한 고대 언론인상’ 시상식.

언론인 교우 가운데는 고려대 학내 신문인 ‘고대신문’ 학생기자 출신으로서 언론계에 진출한 인사들도 이목을 끈다. 문공부장관을 지낸 고 신범식(정치 46)·윤주영(정법 40) 씨와 최창봉(영문 48·전 MBC 사장), 한종우(영문 51·전 코리아헤럴드 사장), 목정균(국문 60·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이광훈(국문 60·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박보균(정외 73·중앙일보 편집인) 씨 등이 그들이다.

언론계 인사는 아니지만, 고려대 ‘4·18 선언문’을 기초한 것으로 유명한 박찬세(법학 55) 전 통일연수원 원장과 정세균(법학 71) 민주당 대표, 현인택(정외 74) 통일부장관도 고대신문 출신이다.

학계·문화예술계·스포츠계

고려대 출신 학계 인사들은 아직 정리된 자료가 없어 일일이 거명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고려대 교우회에 따르면 10여 년 전까지 고려대 출신 교수들로 석림회(石林會)를 꾸려 장학사업을 펼치는 등 친목 활동을 하다 전체 고려대 재직 교수들을 참여시킨 바 있었는데,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해체된 후 지금은 명맥이 끊긴 상태라고 한다. 명예교수로서 후학들 사이에 덕망이 있는 교우로는 홍일식(국문 55) 전 총장과 김종길(영문 46)·심재우(법학 54)·계희열(정외 56)·윤사순(철학 57) 교수가 있다. 어윤대(경영 63) 전 총장과 이기수(법학 65) 총장, 김일수(법학 65)·김인환(국문 65)·최동호(국문 66)·전성연(교육 67)·송하춘(국문 68)·이두희(경영 76)·조광(사학 69) 교수 등이 모교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문학계에서 활약하는 교우들의 중심에는 고대문인회가 있다. 교우 문인 1백50여 명의 친목 단체로서 1998년 2월21일 창립했다. 초대 회장은 <디데이의 병촌>의 작가 고 홍성원씨가 맡았다. 고려대 출신 문인은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반영하듯 숫자가 매우 많아 ‘대부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다. 많은 문인이 교수와 평론가로 활동한다. 시인의 경우 연대 출신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한다. 4대 회장을 지낸 오탁번 시인은 요즈음 임기 2년의 한국시인협회장을 맡아 여러 가지 사업을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다. 문인회는 1999년부터 해마다 뛰어난 신인을 선발해 신예작가상을 시상하고 있다.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며 많은 인기 드라마를 남긴 방송작가 김수현씨(국문 61)도 교우이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연기자로는 김성옥(사학 56), 박규채(농학 58), 여운계(국문 58·작고), 유길촌(국문 58), 손숙(사학 63), 장두이(국문 70), 한성주(정외 93) 씨 등이 있는데, 모두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대중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거나 얻고 있다. 또, 한때 법대를 졸업한 여학사 가수로 인기가 높았던 김상희씨(법학 61)와 박력 있는 사회 솜씨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뽀빠이 이상용씨(임학 63)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큼 독보적인 교우들이다. 이들은 모교에 축제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석해 큰 호응을 얻은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역도 전병관, 마라톤 황영조, 양궁 김수녕·이은경 ‘두각’

고려대는 정기 고연전 이외에도 각종 경기에 출전해 숱한 기록을 남기며 스포츠 분야에서도 교세를 드높여왔다. 교내 운동부를 중심으로 한 단체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만, 개인 종목에서도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올해 세상을 떠나 세인들을 안타깝게 했던 아시아의 물개 고 조오련씨(경영 72), 2m10cm 이상의 높이뛰기 한국 기록 보유자 박상수씨, 촉망받던 유도선수 나정득씨가 1970년대 중반에 재학했으며 일찍이 김성집·이규혁 씨 등이 명성을 떨쳤던 역도부는 1958년에 황호동씨(경제 55)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맹위를 떨친 바 있다. 그 밖에 아시아를 주름잡은 농구 스타이자 농구 대표팀 감독과 한국농구연맹 총재를 지낸 김영기씨도 교우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양궁의 김수녕씨(체교 90)가 금메달 두개를 목에 걸었으며, 역도의 전병관씨(체교 88)는 은메달로 첫 메달을 안겨주었다.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양궁의 김수녕과 이은경 씨가 금메달 세 개를 획득했으며, 역도의 전병관씨는 56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씨(체교 94)가 마라톤 금메달, 김수녕·이은경 씨가 양궁 금메달, 전병관씨가 역도 금메달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1994년 12회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양궁의 이은경씨와 마라톤의 황영조씨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각종 빙상 경기에서 메달을 휩쓴 김윤만씨(체교 91)도 모교를 빛낸 인물이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김동성씨(경영 98)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홍명보(체교 87)·이천수(체교 00)·차두리(신방 99)·최성용(체교 93) 씨가 주전 선수로 뛰어 세계 4강 신화를 달성하는 위업을 남겼다. 역도에 장미란씨(체교 05)가 있는가 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주가가 치솟는 ‘은반 위의 요정’ 김연아씨도 고대인이다.

고려대체육회가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고대 체육인상’ 수상자 중에는 손기정(상과 28)·김성집(상과 37·한국 최초의 역도 올림픽 메달리스트)·서윤복(경상 41)·박한(행정 65·대한농구연맹 회장)·김수녕·전병관·이은경·황영조 씨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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