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국세청-김앤장 “너무 뜨거운 것 아니야?”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1.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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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로펌회사의 고문들 가운데 7명이 국세청 출신…김앤장 출신이 국세청 첫 납세자보호관에 임명되기도

▲ 국세청과 김앤장은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가히 뜨거운 밀월 관계라 할 만하다. 국세청과 국내 최대 로펌 법률사무소인 ‘김앤장’ 간의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들이 퇴직과 함께 김앤장에 고액의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고, 또 반대로 국세청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고위 간부로 채용한다.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들이 김앤장에 대거 들어가기 때문인지, 기업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세무조사와 쟁송 사건을 수임받는 김앤장은 이 분야에서 탁월한 승소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갈수록 ‘국세청-김앤장의 커넥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국세청과 김앤장의 관계는 얼마나 끈끈한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세무 관련 소송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베일에 가려진 국세청과 김앤장의 ‘막후 교류’를 들여다보았다.

ⓒ시사저널 이종현

일반적으로 국세청에서 고위직까지 올랐다가 관복을 벗고 나온 사람들은 대형 로펌이나 회계 법인의 고문으로 영입되거나, 직접 세무사무소를 차리기 마련이다. 대기업의 사외이사직을 겸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형 로펌 등은 새로 영입한 전직 국세청 실세들을 통해 세무 관련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세무 당국의 전관예우를 염두에 두고서 ‘바람막이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국세청처럼 폐쇄적인 기관이 없다. 내부의 정보가 좀처럼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전직 국세청 간부들이 내부 정보만 수집해와도 고문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이 영입한 전직 국세청 고위직 인사들에게 어떤 대우를 해주는지는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다. 로펌별로 몇 명이 국세청 출신이며, 개인별로 얼마의 연봉을 받는지도 거의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런데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들이 퇴직 후 로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김앤장으로 가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에는 현재 15명 정도의 고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가운데 7명이 국세청 출신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김앤장 “최근 2년간 종료된 쟁송 사건에서 100% 승소했다”

▲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초대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으로 임명된 김앤장 출신 변호사 이지수씨가 포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노태우 정권 시절 국세청장과 건설부장관 등을 역임했던 서영택씨를 비롯해 국세청 조사국장과 경인지방 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황재성씨, 부산국세청장과 서울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이주석씨, 대전국세청장과 서울국세청장 등을 거친 전형수씨, 국세청 개인 및 법인 납세국장과 부산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최병철씨, 재경부 국세심판원장과 대구국세청장 등을 지낸 최명해씨, 중부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과 대구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홍철근씨 등이 포진해 있다. 이와 별도로 손태형 전 인천세무서장은 김앤장에서 세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세무 분야에 대한 자문을 해주면서 이 분야의 소송 등을 원활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직접 사건을 맡아 거액의 성과급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공직자 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급 또는 직무 분야에서 종사했던 공무원과 공직 유관 단체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 사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언급했던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국세청의 한 고위 간부는 “김앤장에 고문으로 간 전직 간부들이 공직자 윤리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이 퇴직하기 전 3년 이내에 기업 세무조사와 직결된 조사국 등에서 근무했다면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인데, 그들은 그 기간 동안 지방청장 등 수뇌부를 맡아 김앤장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반면에 김앤장 업무와 국세청 업무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위법이냐, 합법이냐를 따지는 것이 무척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아무튼 김앤장에 쟁쟁한 세무 베테랑들이 고문직으로 버티고 있어서일까, 김앤장은 이 분야에서 다른 대형 로펌들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김앤장은 자기네 인터넷 홈페이지에 ‘저희 그룹은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 세무조사와 쟁송 사건에서 수많은 고객을 대리해왔다’라면서 ‘세무조사 지원 부분에서 연간 90~100여 건 이상 세무조사 지원 업무를 수행해왔으며 조세 쟁송 분야의 수많은 쟁송에서 승소한 실적이 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김앤장은 최근 2년 동안 수임한 세액 기준 2백억원 이상인 세무 소송 30여 건 가운데 종료된 소송 사건에서 모두 승소했다.

재계 서열 10대 그룹에 포함되는 대기업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한 간부는 “기업 입장에서는 국세청에 특별한 로비를 하지 않아도 (국세청의) 청장급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사외이사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무조사 대상 기업 선정 과정에서뿐 아니라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거기다가 김앤장 같은 짱짱한 로펌에 사건을 맡길 경우 승소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세청 출신이 로펌으로 가는 경우는 있어도 로펌 출신이 국세청에 영입되는 길은 아예 차단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백용호 국세청장이 부임하면서 이 금단의 벽이 무너졌다. 백청장은 외부 개방직인 납세자보호관(국장급) 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이 자리에 김앤장 출신인 이지수 변호사를 임명했다. 납세자보호관은 세무조사 대상자의 요청에 따라 세무조사를 중지시킬 수도 있고, 세무조사의 부당성 여부를 조사해서 조사반을 교체하거나 직원 징계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초대 납세자보호관으로 임명된 이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지난 1996년부터 김앤장에서 세무 전문 변호사로 일해 온 경력을 갖고 있다. 

이처럼 김앤장 출신 납세자보호관이 임명된 것에 대해 “김앤장의 사익(私益)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성종 의원은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김앤장 출신이 납세자보호관에 임명되어 세무조사 중지, 조사반 교체, 직원 징계 요구 등 막강한 권력을 국세청 내부에서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김앤장 출신 납세자보호관이 임명되어 앞으로 김앤장에는 대기업들의 세무 소송 수임 건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납세자보호관이 자칫 납세자 권익이 아닌 김앤장 사익을 위한 제도가 될지 모른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공직자로서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국세청은 그동안 자신들을 상대로 제기되었던 많은 건수의 소송에서 김앤장에 변론을 맡겨왔다. 최근에도 한국납세자연맹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요구 행정소송을 김앤장에 맡겼다. 그만큼 국세청과 김앤장은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유장훈
이명박 정부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이에도 ‘회전문’이 돌고 있다. 다시 말해 김앤장 출신이 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로 발탁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현 정부 고위 공직자가 퇴임 이후 김앤장에 새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사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었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김앤장으로부터 연간 1억1천8백40만원(2005년)과 1억2천만원(2006년과 2007년)씩 ‘근로 소득’을 받았다. 지난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다시 김앤장 고문을 맡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아직’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울 서부지검장과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현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 2차장을 역임했던 김회선 변호사도 현재 김앤장 소속이다. 현직에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한덕수 주미 대사 등도 김앤장의 고문 출신들이다.

무엇보다 특히 주목되는 인사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판사 출신인 이변호사는 한때 ‘이명박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는 이대통령이 출연한 3백30여 억원으로 운영되는 장학재단 ‘청계재단’에서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 이사진에 등재되어 있다. 현 정부와 김앤장의 관계를 한눈에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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