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세종시 수정안, 구체적인 것 없고 지금 와서 되돌리는 것도 문제”
  • 감명국 | 정리·강애란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11.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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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을 무시한 청와대 일방통행 너무 심해”

ⓒ시사저널 유장훈


‘미스터 쓴소리’의 계보가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이런 별칭을 들었다.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을 원조로 꼽기도 한다. 같은 당 내에서도 거침없이 입바른 말을 잘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이 계보를 이어받는 모습이다. 3선 의원으로 당 정책위의장을 두 차례나 지냈고, 예결특위 위원장도 지낸 경제통이다. 현재는 윤리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지금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 자세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의원의 목소리를 단순한 비판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논리정연한 주장도 그렇지만, 이른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그 어느 쪽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리지 않는 원칙과 소신에 있다. 세종시 문제에서도 그는 “대책 없는 수정론은 오히려 더 큰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를 ‘세종시 원안 고수론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초 이의원은 누구보다 강하게 세종시 설립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정치인이었다.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그는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충청권의 눈치를 보느라 침묵하고 있을 때에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따라서 지금 그가 주장하는 수정론에 대한 비판은 귀담아 들을 여지가 많다. 11월5일, 이의원을 만났다. 

세종시 논란은 이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의원의 “지금 원안을 수정하면 비용이 더 초래될 수도 있다”라는 주장은 정치적 고려를 무시한 채, 너무 경제 논리의 잣대만 내세우는 것이라는 일부 비판도 있다.

너무 정치적으로만 흘러버리면 해결책이 절대 안 선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분명 세종시는 애초 그 탄생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노무현 정권 때 순전히 정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고려로 결정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굉장히 반대했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되돌리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잘못된 것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에는 분명 부작용과 그에 대한 비용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을 급하게 마련해서 시행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원안 고수’와 ‘대안 제시’, 이 두 가지를 정확하게 비교해서 어떤 것을 따를지 선택해야 한다. 단순히 정치적으로 타협을 보고자 한다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의원의 명확한 입장이 궁금하다. 일부에서는 ‘세종시 원안 고수론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나는 원안 고수론자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수정안에 대해 비판하는 것뿐이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수정안에는 구체적인 것이 없다. 수정안을 제대로 내놓으려면, 원안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과 국가적 부담이 얼마인지,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있어야 한다. 또한 그래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과 면에서 더 좋을지에 대해서도 제시해야 한다. 자, 행정 부처 이동으로 생기는 부담이 있다고 치자. 그래서 그 대안으로 교육 도시, 과학기술벨트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교육 도시, 과학기술벨트의 건설에 대한 국가적인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먼저 검토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어느 곳에 해야 효과적인지, 돈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너무 즉흥적이다. 행정 부처가 안 된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다면 이걸 넣고 저걸 빼보자는 식이다. 국가 정책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과학기술벨트와 기업 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왜 꼭 세종시에만 해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비용은 전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데, 왜 이것을 세종시에 해야 하는가 하는 명확한 이유가 없고, 설득력이 없다. 여기에 대해 앞으로 건설될 세종시에는 자족 기능이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그렇다면 기존의 다른 도시들은 자족 기능이 있는가. 또한, 만일 세종시에 행정 부처가 가지 않는다면, 다른 핵심 도시에 공기업을 보내는 것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세종시에 행정 부처가 오기 때문에 그 인접성을 따져서 공기업들을 보내겠다는 것이 원래의 논리였다. 행정 부처 이동이 없어서 기존의 공기업들이 혁신 도시로 못가겠다고 한다면 정부는 과연 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우격다짐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매사에 합리성을 가지고 다른 계획들과의 일치성 등을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 

세종시 건설을 강행할 경우, 그 문제가 빤히 보이는데도 국민과의 약속이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학계 일부에서는 비판적 견해가 강하다. 

그것은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애초 굉장히 심하게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란 것이 세월이 지난 후에 되돌리고자 할 때는 그에 대한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그 대안에 대한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은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 선택은 두 가지이다. 이 둘을 정확하게 비교해서 그나마 비용이 덜한 쪽으로 가야 한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안을 내놓고 확실하게 비교해야 한다. 원안도 지금까지 내놓은 것은 영 엉성하다. 어떻게 하면 이전하더라도 부작용이 최소화되겠는지 하는 방법 등을 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행정 부처 이동이 비효율이라면 아예 중앙 부처에 있는 권한을 대폭 지방자치단체로 분산시키면 될 것 아닌가. 그러면 그것에 대한 부작용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운찬 총리가 내년 1월까지 정부안을 내놓을 테니 기다려달라고 한 것 아닌가?

기다려달라고 말할 것이면 왜 처음부터 백지화니, 수정 불가피론이니 하는 말을 꺼냈나. 말을 꺼내기 이전에 연구할 사안들에 대한 자료 준비를 먼저 끝내 놓아야지, 이게 뭐하자는 것인가. 자문위원회를 갑자기 만들면, 이 사람들은 천재인가. 정부가 준비한 것을 검토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정부는 언제 준비해서 언제 검토할 것인가. 또, 내년 1월까지 우리 사회가 중구난방으로 분열되는 그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 처리해야 할 법률안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이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의원의 주장은 현재 원안보다 수정안으로 갈 경우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는 논리인가?

ⓒ시사저널 유장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기(수정론자)들 입으로 이미 재정적인 면에서 원안보다 더 많이 투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몇 가지 거론되고 있는 사업들이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냉정하게 판단해서 입지 조건을 합리적으로 정해야지, 미리 세종시로 확정해놓아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충청도 주민들은 이미 행정 도시가 아니면 안 되겠다고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압도할 만한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충청도 주민과 전 국민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충청도 주민만 우리나라 국민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지역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부터 정부가 어디로 가자고 결정을 해도 각 지방에서 안 따라간다.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을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하나.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정부가 예산을 자꾸 축소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22조2천억원을 말하지만, 야당에서는 전체 규모가 30조원도 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큰 문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해 지금 정부조차도 명확히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4대강 사업이 인기가 좋을 줄 알고, 각 부처가 옛날에 하던 사업도 4대강과 연계된다 싶으면 포함시키고 부풀린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이 많으니까 또 자꾸 줄이려고 난리이다. 사업을 전반적으로 어떤 개념으로, 어떤 범주에서 추진하는지 일관성 있게, 일목요연하게 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국책사업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정 부분 필요한 측면은 분명히 있다. 물론 국가가 돈만 있다면야 다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은 순전히 국가가 없는 돈을 빌려서 하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생산성이 확실한 부분만 하고 나머지 부가적으로 할 만한 것은 여유가 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예를 들어 재해 재난에 관한 사업들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와 같은 것은 나중에 하면 되지 않겠는가. 환경 개선과 같은 정책들은 하면 좋지만 이것을 하기 위해서 세금이 쓰인다. 예를 들어, 이 돈을 지방 산업 진흥 부분에 쓰면 몇 년 뒤 다시 돌아오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냥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사업들에 쓰면 돈이 돌아오겠는가.  

최근 여러 가지 정책 추진을 보면 정부·청와대와 여당 간에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솔직히 그렇다. 4대강 살리기 같은 큰 사업은 당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을 다 주고, 합의할 노력을 해야 한다. 법 통과에 있어서도 너무 일방적이다. 지적을 많이 받는데도 그냥 행정부 편의적으로만 일해서는 안 된다. 당은 국민들과 가깝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거르는 장치로서 진지하게 접근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당 소속 의원은 의원대로,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따로 노니까 의원들의 불만이 많다. 결국, 이 결과로 인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은 당이 지지 않는가. 일은 딴 곳에서 벌이고 책임은 당이 져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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