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증강’ 제품, 잘못 쓰면 ‘면역 저하’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1.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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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키우는 원료 포함된 영양제·건강 기능 식품, 특정 질환 예방이나 치료에 오히려 독 될 수도

ⓒgettyimage / 시사저널 이종현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국민 뇌리에 박힌 단어가 ‘면역’이다. 면역력을 높이면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약하게 앓고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당연히 면역력을 높여주는 영양제나 건강 기능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면역력 증진에 좋다고 소개된 제품은 수없이 많다. 이 중에서 면역 증강 효과를 인정받은 원료는 소수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면역력 증진(유지)’이라는 기능성을 표시 또는 광고할 수 있는 원료는 홍삼과 인삼, 알로에겔, 알콕시글리세롤을 함유한 상어 간유뿐이다.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성분이 있는 인삼과 홍삼은 면역력 증진과 피로 회복에 효능이 있다. 지난 2005년 캐나다 의학협회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면역력이 약한 3백여 명에게 4개월간 매일 인삼 추출물 4백mg을 먹게 했더니 감기에 걸리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걸리더라도 증상이 약했다.

알로에겔은 알로에 베라(알로에 일종) 잎에서 추출한 겔(gel)을 건조해 농축시킨 것이다. 성인 1백2명에게 알로에겔을 8주 동안 매일 1.2~2.4g씩 복용시킨 결과, NK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알콕시글리세롤을 함유한 상어 간유는 상어 간에 풍부한 스쿠알렌을 제외시킨 제품이다. 알콕시글리세롤은 골수를 자극하여 백혈구, 혈소판 등의 면역 인자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충북대 연구팀이 성인 60명에게 12주 동안 하루 2.7g씩 제공하자 T세포가 증가했다. 

이런 원료로 만든 건강 기능 식품이 신종플루와 같은 특정 질환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양의와 한의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면역력 증진 효능이 인정된 원료를 사용했지만, 불특정 다수를 위해 만든 건강 기능 식품이 특정 질환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정승기 경희대 한의대 한방5내과 교수는 “한방에서는 보기(補氣)와 보혈(補血)이 중요하다. 보기에는 인삼과 황기가 좋고 보혈에는 녹용과 당귀가 좋다. 이런 원재료는 좋은 약제이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건강 기능 식품으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없다. 굳이 이런 식품이 필요하다면 먼저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순서이다”라고 조언했다. 

자칫하면 면역 증강 제품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임신부·수유부·어린이는 면역 증진 식품을 복용하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

정문현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몸에는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항(抗)바이러스성 단백질이 있다. 이 물질을 C형 간염 환자에게 투여하면 40~50%의 치료 효과를 본다. 그러나 일반인이 면역력 증강을 위해 추가적인 인터페론을 투여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신체 면역 체계는 한 가지 물질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페론과 같은 특정 물질을 임의로 주입해서 체내 인터페론의 양이 늘어나면 다른 면역 물질이 약화되어 결국 전체적인 면역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약물 치료보다 음식·운동으로 면역력 높이는 섭생법 권장 

쑥은 여성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쑥이라도 전혀 성질이 다를 수 있다. 한의학에서 쑥은 뜨겁고, 인진쑥은 차가운 성질의 식품이다. 같은 쑥이라도 몸에 열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려서 먹어야 한다. 통합의학을 연구하는 BRM연구소의 박양호 실장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음식을 섭취하기 전에 자신의 체질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체질에 따라 면역력을 높이거나 떨어뜨리기도 한다”라며 체질에 맞는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력 증진을 위해 한방에서는 섭생(攝生) 또는 양생(養生)을 강조한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잘하는 방법이 양생법이다. 약물을 사용하는 인공적인 치료보다도 음식,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섭생법이다. 예를 들면, 겨울철에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함과 동시에 맵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비해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고 늦게 뜨는 만큼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자연 이치에 적응하는 신체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

양의와 한의가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면역 증강 방법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꾸준한 식사, 물 섭취, 운동이 그것이다. ‘감기는 밥상머리에 내려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감기에 걸리면 잘 먹어야 낫는다는 말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네덜란드 아카데믹 메디컬센터 반 덴 브린크 박사가 지난 2002년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사를 충분히 하면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면역 물질이 증가했다. 하루 식사를 굶긴 자원자들에게 유동식을 먹이자 감마 인터페론이 4배나 증가했다. 에너지가 공급되자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 덴 브린크 박사는 “인체의 면역 체계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바이러스를 공격한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겨울철에 기승을 부리는 감기, 독감,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유리나 울산대 임상면역학실험실 교수는 “신체에 물이 부족하면 감기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호흡기에 마련된다. 탈수 증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이런 작은 생활 습관이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높인다”라고 말했다.

평소 자신의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도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면역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으로는 저강도 운동이 좋다. 마라톤과 같은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체조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배남은 장안대 생활체육과 강사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면역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이다. 겨울철에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맨손 체조만으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은 영양 섭취와 관련이 있으므로 맨손 체조는 식후에 하는 것이 좋다. 맨손 체조를 매일 하되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생각날 때마다 10~20분만 하면 좋다”라고 설명했다.

 

1. 명치 부위에 손을 맞대어 모은다. 2. 깍지를 끼고 손바닥이 앞으로 향하게 쭉 편다. 3. 2번 동작에서 몸통을 좌우로 튼다. 4. 깍지 낀 손을 머리 뒤로 넘겨 좌우로 당긴다. 5. 양쪽으로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면서 상체를 숙인다. 6. 양쪽으로 팔을 벌리고 다리를 편 채 상체를 숙인다. 7. 깍지 낀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상태로 상체만 숙인다. 8. 한 손으로 다리를 잡고, 다른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9. 손바닥을 마주한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손을 내리면서 숨을 내쉰다.     이때 복식 호흡을 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사랑, 기쁨, 감사 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만들어져 온몸에 퍼진다. 또,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우는 면역글로불린,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없애는 NK세포,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인터페론 등이 활성화한다. 이런 생리 작용을 일으키는, 가장 손쉬운 행동이 웃음이다. 통합의학을 연구하는 BRM연구소의 박양호 실장은 웃음을 천연 면역증강제라고 강조했다.

우리 몸에서 면역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종플루에 걸리면 타미플루를 먹는다. 이 약은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할 뿐이지 근본적인 치료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치료는 물론, 기본적인 예방법은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 우리 몸에서 하루 40~70개의 암세포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모두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면역력은 암도 물리칠 만큼 강력한 것이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웃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도 강해진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웃음이다. 사람이 하루에 웃는 시간이 단 90초이다. 적어도 20분은 웃어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억지로 웃어도 도움이 된다.

웃음은 신체에 어떤 생리 변화를 일으키는가?

뇌과학 분야에서 웃음은 면역력 증강과 상통한다. 웃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당과 혈압이 떨어지고 면역력은 올라간다. 신체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서 ‘행복 유전자’가 발현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면역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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