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문화의 광장 넓히고 시청자들의 가슴 뛰게 했다”
  • 엄민우 인턴기자 ()
  • 승인 2009.11.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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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교수 진행 <100분 토론> 마지막 방송과 뒤풀이 현장 밀착 취재

▲ 손석희 교수가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엄민우 인턴기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2002년부터 8년 동안 이끌어왔던 MBC <100분 토론>에서 ‘하차’했다. 지난 11월19일 밤 11시, MBC 공개홀에는 손교수가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을 직접 보기 위해 4백여 명에 이르는 방청객이 모였다.  

방청객 가운데는 손석희 교수의 팬 카페 회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당신이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과 손교수에게 선물하려고 장미꽃 100송이를 준비해 와 눈길을 끌었다. 손교수의 팬 카페지기 김미영씨(36)는 “안타까운 마음에 회원 80여 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손교수가 리허설을 위해 공개홀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에서 “와아~” 하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입사 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MBC 구내 이발소에서 잘랐다는 단정한 머리 스타일에 깔끔한 슈트 차림을 한 그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가득 찬 방청석을 가만히 올려다본 손교수는 “출연료도 못 드리는데 이렇게 많이 오시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해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은 ‘100분 토론 10년 그리고 오늘’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패널로는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참여했다. 토론이 끝날 무렵에는 제작진들이 영상을 통해 “손석희 교수와 노희찬 대표의 나이가 같은데 손교수가 더 젊어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깜짝 질문을 던졌다. 이에 손교수는 “내가 젊어 보이는 게 아니라 노회찬 대표가 늙어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해 공개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방송이 끝나자 손교수는 방청객과 꽃다발에 둘러싸였다. 김경화, 서현진, 오상진 등 후배 아나운서 10여 명도 그의 고별 방송을 축하하며 감사패와 꽃다발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MBC 엄기영 사장이 손교수에게 직접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손교수, 새벽에 시민 논객들과 술잔 기울여   

▲ 손교수가 방청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엄민우 인턴기자

손교수의 고별 방송을 기념하고 싶어 하는 방청객이 너무 많아 몇 개 그룹으로 나누어 여러 차례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제작진은 손교수에게 다가가는 이들을 최대한 통제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손교수를 떠나 보내는 사람들의 아쉬움을 알아서인지 적극적인 통제는 없었다. 방송이 끝나고 수십 분이 지나도 사람들은 좀처럼 공개홀을 떠나지 못한 채 손교수의 곁을 지켰다.  

손교수의 마지막 방송이 유난히 애틋한 사람들이 있다. 그와 함께 방송을 해 온 ‘시민 논객’들이다. 이들은 방송 중 시청자를 대신해 패널들에게 질문하는 역할을 한다. 이름 그대로 ‘논객’들답게 던지는 질문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날 방송에서는 15기 시민 논객 송준영씨(25)가 나경원 의원에게 미디어법과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은 손교수의 마지막 방송을 보기 위해 80여 명에 이르는 시민 논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방청객들이 손교수와 사진을 찍는 동안 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어디론가 몰려갔다. 손교수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뒤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MBC 근처의 호프집에서 이들은 손교수와 함께한 추억을 나눴다. 시민 논객 10기인 황인구씨(44)는 손교수의 매력에 대해 사회자로서의 냉철함과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꼽았다. 시민 논객 모임의 회장인 배두성씨(48)는 “손교수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걱정이 된다”라고 아쉬워했다.

새벽 4시. 그렇게 이야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손교수가 갑자기 등장했다. 그는 시민 논객들에게 “그동안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민 논객들은 손교수와 함께 술잔을 들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교수의 저서인
<풀종다리의 노래>를 들고 와 사인을 청하는 논객들도 있었다. 손교수는 사인을 청하는 모두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1시간여 후, 그는 논객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용히 호프집을 떠났다. 

손교수는 그동안 <시사저널>이 매년 진행해 온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2005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에 선정되었다. <100분 토론> 사회자 자리를 물러난 이후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게 될지,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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