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한 번 잘못 꺼냈다 가도가도 가시밭길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1.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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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국회’ 열리면서 김준규 검찰총장의 ‘촌지 출처’ 다시 도마 위에 올라

▲ 8월17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김준규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김준규 검찰총장의 기자 촌지 파문이 ‘예산 국회’가 열리면서 2라운드에 돌입했다. 김총장은 지난 11월3일 검찰 출입 기자들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기자 8명에게 현금과 수표를 섞어 50만원씩 모두 4백만원의 촌지를 돌려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국회가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1월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김총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질타했다. “사실상 공금 횡령이 아니냐(한나라당 주광덕 의원)” “이러니까 검찰 개혁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민주당 우윤근 의원)” “사실상 특수 활동비를 쓴 것이 아니냐(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라는 등 추궁이 이어지자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개인 돈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특수 활동비가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데 쓰이는 일이 없도록 엄격히 관리하겠다”라고만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총장은 회식 이벤트로 개인 돈과 그 회식 자리에 참석했던 대검 간부들에게서 걷은 돈을 기자들에게 주었던 것이다”라며 ‘촌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총장의 특수 활동비 삭감할 수도”

정치권에서는 김총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문제의 돈이 검찰총장의 특수 활동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수 활동비’까지 수사했는데, 검찰이 그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아무리 특수 활동비가 검찰총장 마음대로 영수증 처리 없이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촌지’로 쓰라고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올해 예산 국회에서 검찰총장의 특수 활동비를 꼼꼼히 따져 삭감할 부분이 있다면 삭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의 특수 활동비는 얼마나 될까. 법무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특수 활동비 일부를 공개하면서 그때부터 ‘판공비’ 대신 ‘특수 활동비’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각 기관장마다 특수 활동비가 있는데 검찰총장의 경우 월 2백만원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자 촌지’의 출처가 검찰 예산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과거에 총장들이 직원들 격려금 등으로 쓰기 위해 ‘비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검찰 각 부서의 예산에서 조금씩 떼어내는 방법을 취했다. 어찌 보면 예산을 전용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출처가 어디였건 간에 김총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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