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에 돛 단’ 친노 신당 큰 바다로 나아갈까
  • 이철희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 ()
  • 승인 2009.12.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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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당 지지율 13.4% 나와…민주당과 생존 경쟁 벌일 수도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11월10일 서울 마포구 국민참여당 당사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인 ‘국민참여당’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월19일 신당이 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이 13.4%에 달했다. 한 번의 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이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신생 정당으로서, 그것도 유시민 전 장관 외에 특별히 대중성 있는 인물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신당이 향후 태풍의 핵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사 결과에 고무된 탓인지 유 전 장관이 처음으로 대권 출마를 시사하고 나섰다. 지난 11월22일 국민참여당의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동하는 양심,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대통령을 다시 만들자. 제가 할 수 있으면 하고, 제가 못하면 할 수 있는 사람과 힘을 합쳐 함께하겠다.” 신당이 의뢰한 같은 여론조사에서 유 전 장관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는 11.8%로 2위였다. 야권의 지지부진한 후보 구도를 감안할 때, 이 정도면 누구라도 욕심을 내볼 만하다.

왜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 것일까? 우선 짚고 갈 것은 ‘post hoc’의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학 용어인데 전후 관계와 인과 관계를 혼동하는 것이다. 예컨대, 두 개의 사건이 있다. 두 사건이 시간의 순서상 앞뒤로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앞의 요인이 원인이 되고, 뒤의 요인이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미리 따지는 이유는 어떤 해석을 받아들일 때 한계를 두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 지지율이 상승한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최근의 몇 차례 대선을 검토해보면, 제3 지대의 표가 존재했다. 정주영 후보나 이인제 후보가 그랬고, 지난 대선에서의 이회창 후보의 경우가 그 실제적 예이다. 정당으로 보더라도 이런 흐름은 동일하게 목격된다. 소선거구제·단순 다수제가 양당제를 지향하는 속성을 가짐에도 정당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그동안 계속 유력 정당(relevant party)으로 제3당이 존재해왔다. 

또 하나의 요인은 민주당의 부진 혹은 한계이다. 정당은 사회의 이해관계나 갈등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일부 이슈에서 강한 야성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민주당 지지 팩터(factor) 중에서 긍정적 팩터는 매우 약하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희박하다. 2009년 재·보궐 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반MB 정서)와 견제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호응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승인이나 애정 표출로 보기는 힘들다.

민주당의 한계는 지역적 기반에서도 보인다. 지나치게 호남에 긴박되어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 호남 외에 유의미한 지지율이 보이지 않는다. 6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부산·경남(PK)에서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지만, 큰 흐름으로는 아직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충청에서도 세종시 문제 때문에 반사 이익을 보고 있을 뿐 민주당 자체에 대한 충성은 취약하다.

이런 사정이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1월9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렇게 물었다. “친노무현 대통령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국민참여당이라는 독자적인 정당을 만들 예정입니다. 창당이 되면 지지할 의향이 있으세요? 그렇지 않으세요?” ‘지지할 의향이 있다’가 38.7%, ‘없다’가 44.5%였다. 주목할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이었다. 이들의 경우, ‘지지할 의향이 있다’(62.7%)라는 응답이 ‘지지할 의향이 없다’(21.2%)라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 주목된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 중 상당 부분이 친노 신당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한편, 현 민주당 지지 세력의 충성도가 견고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지난 조사와 흐름이 일치한다. 지난 11월2일 KSOI 조사는 야권 통합 논의와 관련해 물었다. ‘민주당 주도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새로운 세력 중심으로 통합이 진행되어야 한다’(54.3%)에 대한 공감도가 ‘현실적으로 민주당 중심으로 통합이 진행되는 것이 불가피하다’(32.7%)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11월16일에는 질문을 조금 바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재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야권의 다음 주요 세력 중 어디에 가장 호감이 가세요?” 이 조사에서 유시민 등 친노 세력이 1위를 차지했다. 24.1%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세력은 18.4%, 정동영 전 장관 등 비주류는 12.4%, 정세균 현 민주당 대표 등 주류는 8.9%였다.

유시민의 대권 후보 경쟁력에 달려

▲ 11월15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참석자들이 대형 현수막을 펼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흐름에 주목해 지난 11월23일 KSOI는 기존 정당 지지층 중 어디서 가장 많이 국민참여당으로 빠져나가는지를 조사했다. 친노 인사들이 신당을 만들 때 그 당으로 지지를 옮길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4.9%였다. 그럴 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68.8%였다. 지지를 옮길 의사가 있는 응답자는 호남에서, 그리고 20~30대에서,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에서 많이 나왔다. 

이 조사에서도 관심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56.1%가 국민참여당으로 지지를 옮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대답했다. 경기의 경우에는 48.8%이었다. 호남은 43.8%였고, 영남은 35.3%였다. 정당 지지를 밝히지 않은 무응답층의 경우는 서울, 경기, 호남, 영남의 순서대로 25.5%, 21.6%, 28.2%, 25.0%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경우 서울에서 8.2%, 경기에서 5.9%로 나타났다. 호남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영남은 어떨까? 영남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층의 12.3%가 국민참여당으로 지지를 옮길 의향을 밝혔다.

KSOI 조사에 의하면, 국민참여당의 미래는 밝다. 상당한 기반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 조사대로라면 민주당은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남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층의 12.3%가 옮길 의사를 밝힌 것도 관심거리이다. 기존 정치권이 화들짝 놀라기에 충분하다. 이 조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읽으면, 국민참여당과 민주당 간의 생존 경쟁이 제로섬 게임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그렇게 전개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하나 마나 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는, 조사 결과보다 평가가 조금 인색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제3 정당이 숱하게 많이 등장했지만 오래 존속하지 못하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이번 조사에서처럼 국민참여당이 호남에서 받고 있는 높은 지지가 계속될지도 의문이다.

관건은 유시민 전 장관이 얼마나 대권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그가 민주당의 불임성과 차별되는, 다음 대선에서 의미 있는 승부를 예상해볼 수 있는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인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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