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하저든 상저하고든 상승세 잇는 장기 실적장”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12.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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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1900선 안팎으로 고점 점쳐…“더블딥 등 큰 악재 발생 가능성은 작아”

[재테크] 2010년 주식시장 전망

ⓒ연합뉴스

민간 연구소들은 대부분 내년 경제 성장률이 4% 안팎, 증시 고점은 코스피지수 1900 선 안팎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 위기의 후폭풍에서 완전히 벗어나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데는 일단 모두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내년 경제 성장률을 5% 안팎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쟁점 중의 하나인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증권사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정점이 상반기이냐, 하반기이냐에 따라 ‘상고하저(上高下低)’와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나뉜다는 점이다. 상고하저 쪽의 대표는 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의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1월2일 열린 ‘2010년 대우 증시 전망’에서 “내년 상반기는 2008년 말 이후 상승하는 추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는 민간의 자생적 경기 회복 여부와 정책 변수의 불확실성, 가격 변수의 변동성 확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다”라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의 조익제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하반기의 주요 변수는 세계 각국 정부의 출구 전략 강화 여부에 달려 있다”라고 전제를 달면서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인위적인 조정을 하는 상반기보다는 가계와 기업이 자생적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일 하반기 사이클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나 증시 전망이나 모두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좋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당연히 그가 보는 내년 증시의 고점인 1900선 달성은 하반기에 있을 것이고 유망 종목은 내년 상반기에는 IT와 자동차, 하반기에는 원자재나 산업재 쪽을 추천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낙타형 장세를 전망했다. 그는 “1분기에 높고 2~3분기에 쉬었다가 4분기에 치고 올라가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다. 고점은 4분기 중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보았다. 큰 관점에서 보면 글로벌 경기 회복 사이클이지만 단기 변수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양책의 출구 전략에 따라 2분기와 3분기에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가 11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에 내년 9월까지 하락 사이클이 이어지고 이후에는 회복세를 보이리라고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는 장세는 유동성 공급에 의한 금융장세이지만 내년 4분기부터 2011년까지 이어지는 상승세는 장기 실적장이라는 것이다. 조용준 센터장은 유망 종목으로 “2009년의 수출주 주도 장세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내수주인 은행주와 증권, 항공, 유통 등과 재정 확대의 혜택을 입는 녹색산업주가 유망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금리 인상 등 출구 전략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 중에나 실시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다만,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점과 올해 이미 주가가 상당 부분 올랐다는 점에서 “내년에 증시가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라고 보고 있다. 그가 보는 증시 저점은 2분기 초, 고점은 4분기로 1900선을 보고 있다. 최근 쏟아지는 외국계 증권사의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 주식시장 상황이 좋으니까 이를 기반으로 좀 편중된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라는 입장이었다. 그가 보는 내년도 유망 업종은 현대건설이나 대림산업 등 건설주나 보험주들이다.

외국계 펀드 자금 빠져나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어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전체적으로 상고하저나 하저상고나 어느 쪽 입장을 취하든 더블딥 같은 큰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증시를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곳은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적정 코스피지수를 2300으로 제시했다. 투자 의견도 ‘시장 평균’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시켰다. 골드만삭스는 낙관적인 상황이 이어지면 코스피지수가 2800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배경에는 내년에도 한국 증시의 성장성과 선진국 증시 지수인 FTSE 편입에 따른 매력이 외국인의 매수세를 계속 끌어들이는 데다 주식 비중을 낮춰놓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사자’ 행렬에 가담할 수밖에 없기에 국내 증시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은 곳은 한국과 중국, 타이완 정도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UBS도 내년 코스피지수를 2000으로 보고 있다. UBS는 상고하저 쪽이다. 내년 초에 강세장이 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내년 코스피 고점으로 1900을 제시하고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았다. 외국계 증권사가 모두 비중 확대 쪽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BNP파리바는 지난 11월 말 한국 시장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증시에 외국계 펀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 회복에 큰 역할을 했지만, 올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두었기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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