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에서 만난 옛 사람의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12.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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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들에서 발견한 근대의 풍경 담은 역사 에세이…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삶의 자취 캐내

재건축으로 막 사라져가는 건물들. 바로 직전까지 그 건물에 근대의 풍경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모던 스케이프>를 펴낸 건축 전문가 박성진씨가 들려주는 동대문운동장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이제는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이 몹시도 아쉬워진다.

저자는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가 보전해야 할 것은 우선 장소의 기억이다. 동대문운동장이 가진 공공의 집단적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는 해체와 설계안이 필요하다. 옛것에 대한 막연한 감성과 집착에 보존을 주장하는 것도 경계할 일이지만 그 물리적 구조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오랜 시간 속에 형성된 사회의 집단적 경험과 기억을 지웠다가 다시 되살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모던 스케이프>는 학문이 아닌 감성의 테두리에서 바라본 근대적 풍경에 관한 에세이이다. 저자는 근대 건축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장소의 감성과 공간의 잠재적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오랫동안 30여 곳을 답사하면서 저자가 눈여겨보았던 것은 건축물의 양식이나 공간 구조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각인되었을 공간의 사소한 기억과 오랜 시간성이었다. 그래서 오래된 것에 대한 막연한 집착과 유미주의에 빠지지 않고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 아로새겨진 삶의 흔적들을 캐냈다.

‘모던보이’와 ‘모던걸’은 덕수궁 돌담을 어떤 모습으로 걸었을까. 무심코 지나치는 돌담길 구석구석에 근대의 시간성은 역사의 진행형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옛 사람들을 떠올려보는 여유를 조금은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일반 사람들이 창경궁 대온실을 찾는 것은 건축의 건축적 가치나 양식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곳의 호젓한 분위기에 ‘끌려 오거나 창경원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온다. 그 기억은 사회의 분명한 역사인 동시에 개인의 아련한 추억이기도 하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양산을 들고 이곳 주변을 서성이는 어른들은 분명 저마다 옛 기억 속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 풍경 속에 홀로 남은 창경궁 대온실은 군중 속에 버려진 실어증 환자처럼 그렇게 적요한 그림이 되어 서 있다”라고 말했다.

근대 문화유산 중에는 ‘일제 잔재’로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많다. 근대의 불안한 자화상은 현대의 빠른 속도에 밀려 점점 희미해졌지만, 현대 속에 남겨진 근대의 모습은 치유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저자는 근대의 흔적을 재생하는 것이 창의적인 미래의 시작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다소 기형적일지라도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시대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저자는 지금의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근대를 치유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기에, 제도가 아닌 인식의 테두리로써 근대를 성찰했다. 서울역사를 지나칠 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일본인 건축가 쓰카모토 야스시가 설계한 서울역사는 조선총독부와 함께 경성의 근대 경관을 대표하는 건물이었다. 복잡한 서양 건축의 양식사를 알 리 없는 경성부민이지만, 서울역사의 문화적 이질성은 근대 문물 유입의 신호탄으로 일상에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당시 서울역사는 경성 최대 규모의 건축 프로젝트로 규모나 화려함에서 일찍이 조선인들이 접할 수 없었던 서양 건축이었다. 특히 중앙 현관 상부의 장중한 돔과 화려한 반원형 아치, 또 그 하부에서 높은 천장고로 체험되는 실내 공간의 감동은 이전에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휘황찬란한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연합뉴스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청소년기를 보냈고, 공식 석상에 명품 슈트 대신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는 개성 강한 사람. 2009년 <포천>이 선정한 ‘최근 10년 최고 CEO’로서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리며 애플 신화의 창조자가 된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그는 커서 무엇이 될까 고민하던 시절, 처음에는 나사의 우주왕복선에 탑승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 정치에 입문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애플Ⅱ나 매킨토시를 만들 때 그랬던 것처럼 뛰어난 인재를 찾아내서 그들과 함께 멋진 물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그가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는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컴퓨터와 기술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 무엇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대담한 상상력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대담한 상상력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그 또한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상상력이라는 것을 가장 대담하게 사용한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이야기>(명진 출판 펴냄)는 세계 청소년의 롤모델인 그에게서 머릿속 가득한 호기심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꿈을 설계해가야 하는지 방향을 얻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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