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다고 ‘루저’? 그건 니 생각이고~
  • 엄민우 인턴기자 ()
  • 승인 2009.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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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 / 방송 프로그램이 쏟아낸 것이 대부분…<개그콘서트> 따라 하기 열풍도

ⓒSBS

올해도 많은 유행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풍자와 해학으로 사람을 웃기는 유행어가 많았으나, ‘루저녀’같이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는 유행어도 있었다. 2009년을 뜨겁게 달군 유행어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①‘루저녀’

유행어의 단골 메뉴인 ‘○○녀’ 시리즈는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2005년 ‘개똥녀’, ‘된장녀’로 시작된 ‘○○녀’ 시리즈는 2007년 ‘똥습녀’에 이어 올해 ‘루저녀’까지, 2년을 주기로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루저녀 논란은 한 여대생이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키가 작은 남성은 루저(loser)’라고 발언한 데서 비롯되었다. 발언이 방송된 후 당사자인 여대생은 네티즌들에게 ‘루저녀’라고 불리며 숱한 비난을 받았고,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 역시 중징계를 받고 전면 교체되는 등 많은 파장이 일었다.

②‘엣지 있게’

‘그것밖에 못해? 엣지 있게 하란 말이야!’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 편집장 역을 맡은 김혜수가 자주 하던 말이 드라마 밖으로 나와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었다. 드라마에서 ‘엣지’로 표현된 ‘에지(edge)’는 원래 ‘가장자리’ ‘날카로움’ 등을 뜻하는 말이지만 올 한 해 동안은 대중적인 유행어로서 ‘스타일리시’하게, ‘멋지게’ 라는 의미로 쓰였다.

③‘꿀벅지’

올해 남성들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했던 유행어, 바로 ‘꿀벅지’이다. 꿀벅지는 ‘꿀’과 ‘허벅지’의 합성어로 네티즌들이 대한민국의 여자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인 유이의 허벅지를 ‘꿀벅지’라고 명명하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신조어이다. 그 어원이나 뜻은 분명하지 않지만, 대개 여성의 적당히 볼륨감 있고 섹시한 허벅지를 가리킨다. 꿀벅지는 한때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KBS
현재 인터넷에는 ‘루저’ 발언을 한 여대생에 대한 안티 카페를 중심으로 이씨의 과거 행적들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 게시판에 썼던 장학금 문의 글부터 한 성형외과 게시판에 쓴 ‘가슴 수술 후기’ 글까지 찾아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그녀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은 영정 사진으로 편집되어 게재되었으며 미니홈피는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폐쇄되었다.

녀의 근황도 올라오고 있는데, 휴학을 했다는 이야기부터 인터넷 강의로만 수업을 듣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내용이 다양했다. 그녀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씨가 소속된 홍익대 경영학과에 최근 근황을 물어보니 “그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라는 냉정한 답변만 들려왔다.

이씨의 발언이 부적절한 측면도 있었지만 그녀의 사생활까지 들추며 ‘마녀 재판’식으로 벌어지고 있는 네티즌들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매년 유행어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녀’ 시리즈는 이렇게 늘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루저녀 열풍이 우리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이다.

 
④‘빵꾸똥꾸’

ⓒMBC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극중 해리(진지희)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외쳐대는 말로 화나거나 짜증날 때의 마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심지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리믹스 버전’까지 만들어지는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지붕 뚫고 하이킥>이 낳은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⑤‘품절남’ ‘품절녀’

물건이 다 팔려 구매할 수 없다는 뜻의 ‘품절’이 사람에게 적용된 경우이다. ‘품절남(혹은 품절녀)’이란 결혼을 한, 혹은 임자가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설경구와 송윤아, 노홍철과 장윤정 등 올해 유난히 스타들의 결혼 혹은 열애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유행어로 급부상했다.

⑥‘쩌리짱’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등장한 말로서 항상 겉돌기만 하는 정준하가 스스로를 ‘겉절이’에 비유하자 멤버들이 ‘그래도 겉절이 중에서는 최고’라는 의미로 붙여준 별명이다. 방송 중에 언급된 것만으로 유행어가 되었다는 점이 <무한도전>의 인기를 실감케 해준다.


‘빵꾸똥꾸’가 터져나온 곳은 어디?

지난 11월20일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 52회는 말 그대로 ‘빵꾸똥꾸’ 특집이었다. 해리(진지희)가 ‘빵꾸똥꾸’라는 말을 쓰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는 해리가 ‘빵꾸똥꾸’를 외치게 된 계기를 할아버지 순재(이순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해리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순재가 해리의 얼굴에 대고 방귀를 뀌었고, 이를 계기로 해리가 ‘빵꾸똥꾸’라는 옹알이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빵꾸똥꾸’는 귀여운 해리가 아닌 40대 아저씨의 입에서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연출자인 김병욱 PD. ‘빵꾸똥꾸’는 김PD가 어린 시절 친구들을 부르던 말로 극 중 귀여운 악동 역을 맡은 해리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고 판단해 선사한 대사라고 한다. 김PD는 <지붕 뚫고 하이킥>(MBC) 외에도 <순풍산부인과>(SBS) <거침없이 하이킥(MBC)> 등을 만든 대한민국 최고의 시트콤 연출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⑦‘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KBS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에서 탄생한 유행어. 코너에서 밉상 선배 역을 맡은 안영미가 후배 역을 맡은 정경미·김경아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까다롭고 껄끄러운 선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특히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오래 사랑받았다.

⑧‘니들이 고생이 많다’

ⓒKBS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대선배 역의 강유미가 등장하며 하는 고정 멘트. 대선배 특유의 여유로움과 ‘후배 챙기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는 표현이다. 이 유행어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성대 모사의 소재로 쓰이며 더욱 주목받았다.

 ⑨‘그건 니 생각이고~’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에서 시니컬한 박교수 역을 맡은 박영진의 단골 멘트. 제작진이 이 말을 만들어놓고 여러 개그맨에게 시켜본 결과 박영진이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뽑혀 그의 입을 통해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⑩‘참~ 쉽죠 잉’

역시 ‘봉숭아학당’에서 박지선이 선보인 유행어. 남성과의 스킨십을 억지로 끌어내는 비결 등을 선보이며 곁들이는 구수한 이 멘트는 대중들 사이에서 응용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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