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위력 발휘한 ‘한마디’ 그녀가 움직이면 정치가 움직였다
  • 조진범 | 영남일보 정치팀장 ()
  • 승인 2009.12.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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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치권 흐름 내내 쥐락펴락…대권 주자 경쟁에서도 ‘독주’

ⓒ시사저널 유장훈

놀랍다.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올해 한국 정치가 그렇다. ‘박근혜로 시작해 박근혜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법’부터 ‘세종시’까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정치적 사건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연출로 긴장감이 더해졌다. 박희태 전 대표나 정몽준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도 박 전 대표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시사저널>은 올해 정치계의 인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선정했다.

박 전 대표의 행보를 추적하면 올 한 해 그녀의 영향력이 단박에 드러난다. 정치의 변곡점에는 늘 박 전 대표가 있었다. 흥분하는 법도 없다. 단순하고 명쾌한 화법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4월 경주 재선거 당시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에 대한 ‘사퇴 권유’ 논란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일갈했던 “우리 정치의 수치”는 가장 ‘박근혜다운’ 화법으로 통한다. 그녀의 ‘한마디 정치’는 여당과 야당을 쥐락펴락하며 여의도 정가를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었고, 때때로 꼬인 상황을 종료시켰다.

미디어법·세종시 문제에서도 판세 변화에 결정적 역할

올 초 법안 전쟁이 대표적이다. 쟁점 법안을 둘러싼 국회 파행 사태가 박 전 대표의 ‘작심 발언’으로 간단히 막을 내렸다. 박 전 대표의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여론의 흐름이 바뀌기도 했다. 미디어법과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올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아직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주자가 뚜렷이 없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힘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때로는 박 전 대표의 원칙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디어법 통과와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놓고 친박계 내부에서도 ‘왔다 갔다 했다’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말이 많았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반대한 박 전 대표는 최경환 의원(지식경제부장관)이 정책위의장에 출마하는 데에는 찬성했다. 당시 친박계에서는 “김무성은 안 되고 최경환은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라며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2010년은 정치적으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한 해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고,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한나라당 조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내년에 과연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여러 전망과 추측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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