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올해 한국 정치가 그렇다. ‘박근혜로 시작해 박근혜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법’부터 ‘세종시’까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정치적 사건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연출로 긴장감이 더해졌다. 박희태 전 대표나 정몽준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도 박 전 대표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시사저널>은 올해 정치계의 인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선정했다.
박 전 대표의 행보를 추적하면 올 한 해 그녀의 영향력이 단박에 드러난다. 정치의 변곡점에는 늘 박 전 대표가 있었다. 흥분하는 법도 없다. 단순하고 명쾌한 화법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4월 경주 재선거 당시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에 대한 ‘사퇴 권유’ 논란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일갈했던 “우리 정치의 수치”는 가장 ‘박근혜다운’ 화법으로 통한다. 그녀의 ‘한마디 정치’는 여당과 야당을 쥐락펴락하며 여의도 정가를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었고, 때때로 꼬인 상황을 종료시켰다.
미디어법·세종시 문제에서도 판세 변화에 결정적 역할
올 초 법안 전쟁이 대표적이다. 쟁점 법안을 둘러싼 국회 파행 사태가 박 전 대표의 ‘작심 발언’으로 간단히 막을 내렸다. 박 전 대표의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여론의 흐름이 바뀌기도 했다. 미디어법과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올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아직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주자가 뚜렷이 없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힘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때로는 박 전 대표의 원칙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디어법 통과와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놓고 친박계 내부에서도 ‘왔다 갔다 했다’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말이 많았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반대한 박 전 대표는 최경환 의원(지식경제부장관)이 정책위의장에 출마하는 데에는 찬성했다. 당시 친박계에서는 “김무성은 안 되고 최경환은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라며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2010년은 정치적으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한 해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고,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한나라당 조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내년에 과연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여러 전망과 추측이 난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