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시는 분 70% 이상이 서민인 데 놀라”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12.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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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지키는 최측근 이광재 의원 인터뷰“안희정씨와 나는 국민참여당에 참여 안 한다”

ⓒ시사저널 유장훈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인데,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오래 모신 기간으로 보면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나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그리고 나 셋 중에서 한 명이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 분은 감옥에 있고, 또 안최고위원은 과거에 고생했고 아직 (정치적) 일을 제대로 한 번도 못했으니, 결국은 내가 여기서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는 일을 돕는 게 도리에 맞다고 본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의원직을 버리고 지금 봉하마을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통했던 이의원이다. <시사저널>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지난 12월17일 이의원을 인터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은 비극적인 상황인데, 이 나라가 진짜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가 하는 굉장한 불안감을 던져주었다. 둘째는 이 땅의 서민들의 대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봉하마을에 있으면서 많이 놀란 것이지만, 주중에도 매일 2천~3천명씩, 주말에는 5천명 이상씩 찾아오시는데, 그 70% 이상은 서민들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오히려 우리 사회가 과거 회귀적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넷째는 개개인의 삶 속에서 갖게 되는 반성이다. 그동안 민주주의를 공기처럼 만끽하고 있었는데 질식할 듯한 상황이 닥쳐오니까, 시민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어제 출판기념회가 열렸지만, 노 전 대통령의 유고집 제목이 <진보의 미래>이다.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노대통령이 남긴 또 하나의 화두로 ‘진보의 미래’를 들 수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의 진보 정권에서 다시 보수 정권으로 넘어갔는데, 많은 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더 이상 후퇴하겠어?’ ‘남북 관계에 더 이상 큰 변화가 있겠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정권이 교체된 뒤 어마어마한 변화로 다가오니까, 진보의 가치를 새롭게 학습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최근 많은 강연을 통해 몸소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좌우 대립이 더 극심해지고, 또 자살이라는 방식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당시 상황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정말 참혹한 상황이었다. 비단 검찰 수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모든 것이 다 그랬다. 더 큰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집권 세력이 통합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언론 관계법으로 밀어붙이고, 지금의 ‘세종시’와 ‘4대강’ 문제까지 가는 것 아닌가. 집권 세력이 갈등과 이견을 통합하려 하고, 단계적으로 설득하고, 무언가 크게 매듭을 지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다.

생전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각별할 듯하다. 강조했던 말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나한테 제일 강조한 것으로 ‘나날이 학습하고 진화하는 인간과 조직이 되자’라는 말씀이 우선 기억에 남는다. 또, 진보는 진보인데 진보 앞에 새로운 수식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너무 정치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서 새롭고 창의적인 진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발 좀 그만 싸우자, 권력을 분점하면 될 것 아니냐, 좀 더 우리 사회가 통합하는 쪽으로 가자’는 말씀이셨다.

그래서 집권 말기 한나라당과 연정하는 구상도 나왔던 것이다.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고향을 살리자’라는 말씀을 참 많이 하셨다. 실제로 우리들에게 ‘장·차관 했던 사람들도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서 군수로 출발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또 하나는 ‘나는 생태·환경 운동을 할 것이다. 과거에는 자연이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가 있었고, 이후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시대로 이어졌지만, 이제 양쪽이 공존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라는 말씀도 자주 하셨다.

만약 아직도 살아계신다면 어떤 모습이었을 것으로 보는가?

생전에 저에게도 그랬고, 주변 사람들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고향에 돌아가서 고향 살리는 일을 하라고. 아마 지금도 살아계신다면 봉하마을에서 철새 돌아오는 자리 돌보고, 겨울보리 심고 계셨을 것이다. 고향에서 살고 싶어 하셨는데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

최근 친노 세력이 국민참여당 창당 등으로 분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을 가장 오래 모셨던 안희정씨와 나는 (국민참여당에) 참여 안 한다.

이른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국민 성금을 바탕으로 현재 묘역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다. 봉하마을의 생태 농업을 계속하는 것도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다. 저서 <진보의 미래>에 이어서 정책 활동과 연구 활동, 저서에 대한 국내외 번역 작업도 계속 해야 한다. 노무현 재단을 중심으로 하겠지만, 봉하마을 차원에서도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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