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편이냐’라고 물으신다면…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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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과 가진 송년 모임에서 <시사저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지인이 물었습니다. “너희는 어느 편이냐?”라고. 보수인가, 진보인가. 여당을 지지하는가, 야당을 지지하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선배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다. 헷갈리더라. 기사를 보면 어떤 때는 여당을 지지하는 것 같고, 어떤 때는 야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색깔이 무엇이냐.”

정치권에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이들이라서 더 관심이 있었는지 몰라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곤혹스럽습니다. ‘색깔? 색깔이 없는 것도 색깔 아닌가’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얀 도화지에는 어떤 색깔의 그림이든지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어떤 모양이 어떤 색깔로 그려질지 모른다는 호기심 내지는 두려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정체가 모호하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어떤 때는 여당을, 어떤 때는 야당을 호되게 비판하니까요. 여야, 진보·보수의 구분을 넘어 ‘어떤 것이 올바른 길이냐’ ‘진실이 무엇이냐’라는 관점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의견을 앞세우기보다는 사실에 충실한 매체를 지향합니다.

“그래도 무엇이냐”라고 따져물으면 저는 “우리는 중도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중간이라는 말이냐”라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극단을 배격하는 측면에서 보면 중간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현안을 다루는 부분에서 중도는 ‘가장 올바른 길’을 뜻합니다. ‘어정쩡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틀에 가두기를 원하는 이들은 늘 구분 짓기를 좋아합니다. 자신들의 영역을 확인하고, 그 영역 안에 들어와 있기를 바랍니다. 영역 밖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비난하고 공격합니다. 상대가 내 편인가, 네 편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공통점을 찾고 차이를 확인하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상대 죽이기’에 골몰합니다. 저는 ‘틀’에 갇히지 않은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년호를 맞아 남성들 사이에 불고 있는 ‘안티에이징’ 열풍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젊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지방선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서울을 시작으로 각 지역 출마자들의 현황과 판세를 점검합니다. 각 정당 대표들의 연쇄 인터뷰도 이어집니다. 트렌드·직업 전문가 10인에게 ‘2010년에 뜨는 직업’이 무엇인지도 물어보았습니다.

2010년은 경인년입니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판단은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행동은 소처럼 우직하면서도 신중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명심하면서 새해를 맞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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