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 주지가 주식시장에 가는 까닭은
  • 소준섭 |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0.01.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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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려 숭산 소림문화여행유한공사, 2011년 상장 계획 밝혀…절을 중심으로 ‘관광벨트’ 개발 본격 착수

▲ 지난 10월22일 중국 숭산의 소림사에서 영화배우 성룡(가운데)과 소림사 방장 스융신 스님(오른쪽)이 새 영화 제작 발표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림사(少林寺)가 상장된다!” 지난해 12월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간행되는 ‘둥팡자오바오(東方早報)’는 소림사가 2011년에 주식시장에 상장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중려(中旅) 그룹과 소림사가 소재한 덩펑(登封) 시는 이미 ‘협력 의향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 협정서는 양측이 1억 위안으로 ‘中旅 嵩山(숭산; 소림사가 있는 산의 이름) 소림문화여행유한공사’를 설립하며 홍콩측이 51%의 주식을 갖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소림사 입장료 등 숭산 소림 경관 지역의 자산은 덩펑 시에 의해 4천9백만 위안으로 평가되어 주식의 일부분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양측의 합자 협력 기한은 40년으로서 새 회사는 2011년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합자회사는 숭산 경관 지역의 명승지 종합 개발, 경영 및 관리와 서비스에 종사할 권리를 가진다. 소림사를 비롯한 숭산 경관 지역의 모든 입장료 수입은 향후 전액 홍콩이 지배하는 새 회사의 소유이며, 소림사 입장료 수입 역시 합자회사 소유이고 더 이상 소림사측의 관련 부문과 나누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중국 내 여론이 들끓었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네티즌은 “오늘부터 소림사는 없다!”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7일, 이 중려 숭산 소림문화여행유한공사는 ‘언론 보도대로’ 마침내 제막식을 거행했다. 홍콩 중려그룹은 향후 3년간 8억~10억 위안을 투입해 숭산 경관 지역에 기초 시설을 건설하고 문화 여행 산업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경전철 등 현대적인 교통 시설을 자연 경관과 결합시켜 숭산 경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소림사는 오늘날 중국이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 가운데 하나이다. 소림사를 찾는 여행객은 지난해 1백60만명을 넘어섰다. 1년 입장료 수입만 해도 1억5천만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소림사 상장과 관련해서는 2004년부터 보도가 시작되더니 2007년과 2008년을 거치면서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관련 기구 및 인사들은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합자회사 협정서’와 함께 서명된 것으로 보도된 덩펑 시정부 상무위원회의 기요(紀要)는 “새 회사가 2011년 상장 자격을 쟁취한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1982년 영화 <소림사>가 방영되면서 오랜 기간 수면 아래에 묻혀 있던 소림사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고, 이는 동시에 소림사에 상업화의 큰 물결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소림사의 ‘부활’과 함께 일부 상인들은 1천5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림사의 이름 자체가 돈벌이의 기회가 되리라는 점을 알아챘고, 따라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림사와 접촉을 시도해왔다.

 

‘소림사 CEO’ 스융신에 대해 “타락했다” 비판 목소리도

▲ 중국의 소림사 무술공연단원들이 한 공연 무대에서 소림사 전통 무예를 선보이고 있다. ⓒEPA

소림사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인물은 바로 소림사 방장(方丈)인 스융신(釋永信)이다. 올해 44세인 그는 16세에 소림사에 들어가 22세에 일약 소림사 주지가 되었다. 그는 당시 중국에서 가장 젊은 주지였다. 그리고 1999년 34세에 그는 소림사의 최연소 방장이 되었다. 이후 상업성이 짙은 경영 방침으로 소림사라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승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를 1백80˚ 바꾸어 놓았다. 스융신은 중국 최초로 기업 관리 석사 학위를 받은 승려가 되었고, 소림사를 주제로 한 영화 제작자가 되었다. 전국인민대표자대회 대표이기도 한 그는 ‘소림사 CEO’로 불리고 있다.

또한 그는 2005년, 소림 문화를 더욱 연구하고 수집·정리하기 위하여 ‘소림학’을 제안해 이미 존재하는 홍루몽학·돈황학 등과 같이 공동으로 소림 문화를 발굴하고 발전시키자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스융신은 소림사의 시설 개선을 꾀해 여행객을 위한 호화 휴게실을 짓고 내부에는 TV와 제복을 입은 직원을 배치했는데, 이러한 조치들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현재 소림사는 ‘소림실업공사’와 ‘소림영화공사’라는 두 회사 이름으로 급속하게 부와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 소림사는 소림 음료를 개발했고, 소림사에 속하는 회사들이 공개적으로 온라인에서 소림무술학교를 설립해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소림사 무술 승려들의 세계 순회 공연을 개최했고, ‘쿵푸 스타 선발대회’도 열었다. 푸틴 러시아 총리의 방문, 스융신 방장이 고급 자동차를 기증받은 일 등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여름에는 소림사 정문에서 비키니 경연대회가 개최되어 중국 사회에서 이를 둘러싸고 커다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소림사가 타락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인의 공공 재산인 소림사가 이미 일종의 영리 단체가 되었다고 비판하면서 특히 상업적 성향이 강한 소림사 방장 스융신의 중상주의를 비난하고 있다.

한편, 지방 정부가 사원의 지명도를 이용해 영리 목적의 회사를 설립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법률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덩펑 시 관계자는 이른바 ‘소림사 상장’이나 ‘소림사를 합자회사에 헐값에 팔아넘긴다’라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편, 소림사 방장 스융신은 ‘소림사 상장’ 보도에 대해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태도를 비판하면서 “소림사는 기업이 아니고, 평가를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상장할 수 있는가? 또, 설사 상장된다고 하자. 만약 문제가 생기면 사원이 어떻게 파산하느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리고 “소림사는 영원히 상장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이미 소림사는 분명히 본격적으로 상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소림사는 비단 관광 상품만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유산으로서 공공 상품이며 또한 종교와 관련되어 있다. 소림사의 상업화는 과연 소림사라는 문화유산의 타락인가, 아니면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발전인가?

소림사 문제는 어쩌면 현대 중국이 당면한 모순을 대표적으로 집약하고 있는 상징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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