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산업 현장 불 밝히며 국가 발전 역군으로 우뚝
  • 이춘삼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1.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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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공대 건물 ⓒ시사저널 임영무


공과대학

서울대 공대 3만7천여 동문들은 산업체·학계·연구소·정부 기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만 8백명의 동문이 포진해 회사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그 밖에 현대자동차 2백명, 현대중공업 1백50명, 현대건설 1백30명, 대림산업 1백10명, 삼성SDI 80명, 삼성SDS 60명이 근무하는 등 국내 고급 산업 인력의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최근 들어 법조인들이 대형 로펌을 꾸리거나 회계법인이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듯이 공대 출신들도 전문 영역에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건축 설계를 전공하는 건축사 집합체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는 손명기 대표이사(건축 30회)를 비롯해 27명의 건축과 동문이 모여 있으며,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도 건축과 19회 동기인 이영희 회장, 김태준 고문, 김용래 부사장을 필두로 2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윤세한 대표이사(건축 41회)가 이끄는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에는 40대 이하의 젊은 건축과 동문 25명이 있다. 토목을 주특기로 하는 도화종합기술공사는 곽영필 회장 등 토목과 선후배 10명의 일터이다.

학계와 연구소에서도 서울대 공대생들은 각급 기관에 엄청난 숫자가 진출해 밤늦게까지 실험실의 불을 밝힌다. 상아탑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총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우중호 교수가 1995년 12월부터 1998년 8월까지 서울대 21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토목과(17회)를 졸업했고, 서울 공대 교수, 공대 학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그의 후임으로 22대 이기준 총장이 부임했다. 화공과 15회 졸업생인 그는 역시 공대 학장을 거쳤으며, 총장 재임 기간은 1998년 11월부터 2002년 5월까지이다. 그 바톤을 정운찬 총리가 이어받았다. 정총리는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서 그의 총장 재임 기간은 2002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이다. 그 다음이 현 24대 이장무 총장이다. 경기고-서울대 기계과 21회인 그 역시 공대 학장을 지냈으며, 2006년 7월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과거 1980~83년 15대 총장을 지낸 권이혁 전 문교부장관의 학력이 경기고-서울대 의학과였던 것으로 보면, 서울대 총장 자리는 경기고 출신들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닐 듯하다.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기계공학 6회)은 1958년 아파트 건설업체인 이 회사를 창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대 공대 기계공학과 동창회장을 지냈고, 모교인 청주중고 재경동창회장도 맡았었다. 서울대 공대 동창회장을 거쳐 2002년 3월 제19대 서울대 총동창회장에 취임한 이래 20·21·22대까지 4대째 역임하고 있다.

오명 건국대 총장은 다채로운 경력으로 인해 화제가 되는 인물이다. 사관학교를 다닌 예비역 대령 출신으로서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에서 위탁 교육을 받았고, 청와대 비서관과 체신부 차관을 지내는 동안 국내 통신 기반을 탄탄히 다져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체신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을 역임해 직업이 ‘장관’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 정도이다. 동아일보 회장, 경기고·육사 총동창회장, 아주대·건국대 총장에 이르기까지 이력이 화려하다.

서울대 공대가 선정해 시상하는 역대 ‘서울공대 발전공로상 수상자’ 명단에는 허진규 일신그룹 회장(공대 동창회장), 윤영석 전 대우그룹 회장, 한갑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손길승 전 SK텔레콤 부회장, 이방주 현대산업개발 사장,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종호 삼호개발 회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이름이 올라 있다.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는 성낙정 한국전력 전우회장, 고 김수근 건축가, 고 김중업 건축가, 박태준 포스코 고문, 강진구 전 삼성전기 회장, 장영수 대우건설 전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진대제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석좌교수,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포함되어 있다.

농과대학

당연한 듯 보이면서 흥미로운 사실은 서울대 농대 출신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장이 농촌진흥청이라는 것이다. 2백명 가까운 인원이 농촌진흥청에서 일하고 있다. 현신규·박정윤·이은종 동문이 청장을 지냈다. 농학과, 원예학과, 농업교육과, 축산학과, 농업교육과, 조경학과, 심지어 곤충학과에 이르기까지 전공을 달리하는 동문들이 각종 연구와 농촌 지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농림부 본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에 많은 동문이 있다. 또 당연하게 산림청에는 임학과 출신이, 수의과학검역원에는 수의학과 출신이 다수 진출했다. 윤근환·김동태·허신행 동문이 장관직에 올랐었다.

▲ 서울대 농대 건물 ⓒ시사저널 임영무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통일원장관을 지낸 허문도씨가 있고,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농대 동문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용석씨 또한 서울대 농화학과 출신이며, 남선현 KBS미디어 대표이사와 정흥보 춘천MBC 사장은 수의학과 출신이다.

수의과대학은 1975년 2월28일 대학본부가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관악구 신림동으로 옮긴 다음 해 3월2일에 농대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단과대로 승격했다. 1992년 3월1일에는 농과대학을 농업생명과학대학으로 개정했으며, 2003년 9월 농생과학대와 수의대가 수원에서 관악캠퍼스로 이전했다. 양 단과대학은 동창회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며, 예전 농대 수의학과 출신들도 수의대 동창회에 따로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한 현신규 전 농대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육종학자였다. 산림이 헐벗어 녹화 사업이 시급하던 시절, 포플러 연구를 통해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를 교잡한 ‘은수원사시’를 개발했다. 이 나무는 나중에 가서 별로 쓸모가 없고 흰 털이 날린다 하여 수종 개량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당시 속성수로서 벌거벗은 산에 옷을 입혀 화급한 불을 끄는 데 기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박사의 공을 기려 이 나무에 ‘현사시’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남해안 시대’는 김태호 경남도지사(농학 43회)의 도정(道政) 브랜드이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최연소(당시 42세) 광역자치단체장에 당선된 그해 남해안을 동북아 해양관광·물류의 거점으로 개발하자며 남해안 시대를 주창했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어 연임하면서 그의 꿈은 이제 구호가 아닌 국가 정책으로 격상되어 본격적인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의학과 출신 중에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를 포함해 수의학 교수로 재직하는 학자와 동물병원 원장들이 많다.

농대생 동아리 가운데 하나인 ‘마라푼다’는 아직도 동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다. 1954년 이후 지금까지 배출한 마라푼다 회원만 총 2백53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마라푼다’의 전신(前身)이 M.L.S.(Music Lovers’ Society의 약자)였는데 말 그대로 음악을 좋아하는 몇 사람이 모여 만든 모임이었다. 사회적으로 혼란했던 1950년대 초·중반 학도호국단을 주도하며 학우들을 이끄는 일을 계속 맡게 되자 동아리 이름이 마라푼다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확인되지는 않지만 사회 혼란기를 틈타 수원 역전 일대에 창궐했던 주먹패와 깡패들로부터 학교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한 자경단(自警團)적 성격을 지닌 모임이었다는 설도 있다.

서울대 농대생들 가운데는 학창 시절에 미식축구에 빠진 사람이 많다. 그것은 개인 시간을 다 빼앗겨 싫고 한 번 발을 담그면 좀처럼 탈퇴하기 어려울 만큼 선후배 간 위계 질서가 군대보다 엄격한데도 땀을 흘리면서 쌓아가는 선후배·동료끼리의 끈끈한 정, 그 마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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