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아성’ 빈틈 안 보인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1.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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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시리즈 ‘2010 지방선거 현장을 가다’ <시사저널>·KSOI 공동 여론조사 - 경기도 / 김지사 도정 운영 지지도 68%…무상 급식 예산 문제가 선거 판세에 영향 미칠 듯

ⓒ시사저널 사진팀


31개 기초단체, 34조원의 전체 예산, 1천100여 만명의 인구.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자치단체이다. 여야 모두 오는 6월2일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를 서울과 함께 최대의 핵심 승부처로 꼽는다. 당선인에게는 일종의 급행 티켓이 주어진다. 민선 경기도지사로 선출된다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예비 자격이 주어진다. 매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함께 경기도지사 예비 출마자들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시사저널>은 신년 기획으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경기도에 사는 만 19세 성인 남녀 5백12명을 대상으로 2009년 12월30~31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난주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 지역 민심 탐방이다.

현재 여야에서 경기도지사로 거론되는 후보는 자천타천으로 10여 명에 이른다. 한나라당에서는 재출마 여부가 관심거리인 김문수 현 도지사를 중심으로 남경필 의원,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 김영선 의원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진표 의원, 원혜영 의원, 천정배 의원, 김부겸 의원, 이종걸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아직 정식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이미 뛰어들 태세를 갖춘 상태이다.

지난 서울시장 여론조사(<시사저널> 제1054호 참조)에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위협할 유력한 야권 후보로 거론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참여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총평하면, 결론적으로 김문수 지사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경기도지사 적합도를 물은 결과, 김지사는 32.3%를 기록해 다른 후보들을 큰 격차로 제쳤다. 그나마 김지사를 위협할 수 있는 상대로는 유시민 전 장관(16.1%)이 꼽혔다. 그 다음은 김진표 민주당 의원(5.7%),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5.5%),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5.2%), 천정배 민주당 의원(3.8%), 원혜영 민주당 의원(3.1%), 심상정 전 대표(1.4%),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1.3%), 김부겸 민주당 의원(1.3%) 등의 순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층(모름·무응답)이 23.4%로 나타나,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김지사는 50대(43.1%)와 60대(47.3%), 농·임·어업(68.7%), 블루칼라(36.9%), 동부 농촌 지역권(42.5%), 북부 군사 지역권(43.6%)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면, 김지사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유시민 전 장관은 19~29세(26.3%), 30대(22.9%), 화이트칼라(25.3%), 학생(22.9%), 중부 신도시권(22.2%)에서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았다.

“투표하겠다” 89.7%…최대 관심사는 ‘일자리’

김지사는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도정 운영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도민들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김지사의 도정 직무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11.4%), ‘대체로 잘하고 있다’(56.6%)라는 대답이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인 평가가 68.0%에 이른다. 부정적인 평가는 16.6%에 불과하다. ‘지역, 연령, 직업, 지지 정당을 불문하고 긍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다. 특히 지역별로 북부 개발 지역권(73.0%)과 동부 농촌 지역권(87.6%)에서 높았고, 50대(70.2%)와 60대(87.2%), 농·임·어업(79.8%) 종사자와 무직자(80.9%)에게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도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19~29세(23.0%), 화이트칼라(23.5%), 학생(25.2%)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김지사가 차기 도지사 적합도에서 1위를 달리는 밑바탕에는 도정 운영에 대한 높은 평가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병석 KSOI 연구조사팀장은 “김지사의 강세가 흔들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의 대표 주자인 김진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유시민 효과가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비슷하게 나오는데, 수도권에서 나타나는 이런 표심은 향후 민주당이 연대를 고려할 때 상당히 고심해야 하는 부분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선거를 좌우하는 열쇳말 중 하나가 투표율이다. 경기도의 투표율은 어떻게 될까? 조사 결과대로라면 ‘유권자의 불신으로 투표율이 떨어진다’라는 요즘 흐름은 과거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드시 할 생각’이라는 응답자가 58.2%, ‘웬만하면 할 생각’이라는 응답자가 31.4%로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89.7%에 달했다. 무려 10명 중 9명이 투표 의사를 보인 셈이다. 반면 ‘별로 할 생각이 없다’(7.4%)와 ‘전혀 할 생각이 없다’(3.0%)라는 응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반드시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은 50대(73.6%), 60대(83.7%) 등 연령이 높을수록 많았고 농·임·어업 종사자(89.1%)와 무직·기타(76.7%), 중졸(81.1%)에서 많았다. 20~30대 등 젊은 층에서는 실업·물가·교통 문제가 중요하게 취급된 반면, 40~60대에서는 지역 개발·교육·사회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경기도 역시 일자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기도민들은 ‘차기 경기도지사가 해결해야 할 현안 1순위’로 실업(일자리) 문제(47.9%)를 꼽았다. 지역 개발 사업(30.2%)과, 물가(28.9%), 교육 문제(21.5%)가 그 뒤를 따랐다. 복지(17.7%)나 사회 양극화 문제(16.2%), 부동산(13.4%), 교통 문제(11.6%) 등은 뒤로 밀렸다. 실업을 먼저 꼽은 이들은 20대(52.0%)와 50대(53.3%), 60대(56.2%)였다. 장년층도 자식들의 취업 문제나 본인의 재취업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실업 문제에 관심이 높음을 방증한다.

“정책 중심으로 후보자 선택하겠다” 64.7%

국가적 고민거리인 실업은 둘째치더라도 지역 개발 사업이 2위를 차지한 것은 경기도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경기도는 넓은 행정 구역으로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하다. 신도시가 들어선 지역은 서울 못지않은 소득 수준을 보이지만 농촌 지역인 동부와 군사 지역인 북부에는 아직도 낙후된 곳이 많다. 그래서일까. 지역 개발 사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동부 농촌권(35.4%)에서 가장 높았다. 50대(34.1%)와 60대(37.8%), 월 소득 4백만원 이상의 고소득자(34.9%) 역시 지역 개발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경기도 내 지역 문제에 관한 질문을 추가했다. 최근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초등학교 5·6학년 무상 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아이들의 ‘먹는 문제’라는 점에서 여론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시사저널>이 경기 도민에게 “이번 무상 급식 예산안 삭감 문제가 도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라고 물었더니 74.5%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22.6%, ‘약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51.8%였다.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은 남녀노소, 지역, 직업 등과 관계없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영향이 미미할 것’(17.6%)이라는 응답과 ‘영향이 없을 것’(1.9%)이라는 응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70%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모름·무응답’이 6.0%에 불과하다는 점은 도민들이 예산 삭감 문제를 관심 깊게 바라보고 있음을 뜻한다.

무상 급식 예산 문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상 급식 예산 파동을 둘러싼 갈등에는 김상곤 현 경기도교육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와 경기교육감 선거는 동시에 치러진다. 학부모들의 참가 여부에 따라 투표율과 지지율 등이 움직일 개연성이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도지사 투표까지 좌우할 만한 무게를 띠고 있는지 여부이다. 박병석 팀장은 “중요한 이슈인 것은 맞지만 교육감 선거라면 몰라도 도지사 선거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예산 삭감을 한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인 것은 드러났다. 하지만 선거를 좌우할 만한 변수로는 훨씬 큰 것들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민들 가운데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정책을 고려해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64.7%는 ‘정책을 중심으로 선택하겠다’라고 답했고, ‘인물을 중심으로 선택하겠다’(22.6%)와 ‘정당을 보고 선택하겠다’(10.8%)는 상대적으로 적은 응답을 보였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그리고 화이트칼라(68.8%)와 학생(69.9%) 계층에서 ‘정책 중심 투표’ 의지가 높은 반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리고 농·임·어업(54.5%), 무직·기타(34.8%) 계층에서 ‘인물 중심 투표’를 선호했다.

ⓒ시사저널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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