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라는 개념에 담긴 날카로운 발톱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1.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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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론·일본 문화론이 넘쳐나는 일본에 대해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분석해

호기심을 독서로 이끄는 ‘WHY’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재미있는 내용으로 채운 책이 봇물처럼 쏟아지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책 제목부터 건조하게 ‘언제의 무엇’ 하는 식으로 개념을 앞세우고 본문 내용 또한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한 책을 시리즈로 펴내는 출판사들이 있어 우려와 함께 눈길을 끌었다.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듯한 편집인 셈인데, ‘WHAT’ 시리즈로 불리는 이 책들이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책세상이 펴낸 ‘비타 악티바’ 시리즈는 개념을 중심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는 내용으로 최근, 전 30권 중 16권째인 <자유>를 펴내 반타작을 넘어섰다. 이런 책들이 몇몇 출판사들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하나의 출판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개념서는 1980년대 운동권을 중심으로 토론이 활발하던 시절 지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던 책으로 유용했다. 다시 개념서를 찾는 독자가 많다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토론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기존 지식 채널로는 만족할 수 없는 ‘고급 정보’의 창구가 절실해졌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비교문화사를 전공한 일본의 니시카와 나가오 교수가 펴낸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은 ‘국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해줄 개념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부 일본인들의 망언이 왜 되풀이되는지 ‘국민’이라는 개념 하나를 가지고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일본에서 ‘일본인론’과 ‘일본 문화론’이 왜 범람하는지도 ‘국민’이라는 개념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은 일본인론이나 일본 문화론에 특별한 관심을 품고 있는 국민이다”라고 말하면서, 자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넘쳐나는 과잉 관심은 분명 특이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 이데올로기가 국민 통합을 위한 국가 이데올로기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본인론·일본 문화론은 본질적으로 전세계 모든 국민 국가에 존재하는 국민성론·국민 문화론의 변종이며, 그 특이성은 공통성에 대한 인식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공통적 인식이라 하니, 우리나라 또한 ‘국민성’을 내세우고 좀 요란하게 ‘일체’가 되었던 기억을 10년도 안 된 세월 속에서 캐내어볼 수 있다. 이 기억을 더듬어 일본 국민성과 일본 문화를 본다면, 100여 년 전  일제의 잔혹성을 만든 것에 ‘국민’이라는 개념이 크게 기여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국민성과 국민 문화라는 신화는 놀랄 만큼 유효하게 작용해왔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국민임을 납득시키고 국민임을 최고의 보람(조국을 위해 죽는 것)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와 타자의 참된 모습, 서로의 참된 관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상호 멸시와 반감을 품도록 만들었다”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차이, 다양성, 개별성을 강조하는 ‘문화’ 개념 역시 국민 국가의 국가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을 숨긴 채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이 용어의 이데올로기성에 깊이 주의해야만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현재 국민 국가의 존재와 상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이다. 스기모토 요시오는 ‘일본인임을 그만두는 방법’을 제시했다.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계속 ‘국민’이고 싶은가, ‘국민’을 그만두고 다른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가”라고 반문했다.   

 

 

 

ⓒ모아북스
한국독서경영연구원의 다이애나 홍 원장이 이시형 박사의책을 읽고 그 책의 메시지를 한 줄로 표현한 말이다. ‘책 읽기의 달인’ ‘대한민국 1호 독서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그녀는 10여 년 동안 기업과 대학 등을 돌며 깊이 있는 책 읽기에서 얻어낸 지혜를 전하고 있다.

그녀는 ‘독서 경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인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을 위해 삶의 현장을 ‘독서 향기’로 물들일 것을 권한다. 무수한 강연에서 그녀가 전파한 향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다이애나 홍의 독서 향기>(모아북스 펴냄)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작의 길을 찾는 이들을 위해 ‘지름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꽉 찰 때 어떤 이는 술에 취하고, 어떤 이는 책에 취한다. 술잔 잡고 넘어지면 몸이 상하지만, 책을 잡고 넘어지면 영혼이 맑아진다. 하루하루 숨 돌릴 틈없이 사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무서운 병이 있다. 바로 ‘시간 없다 병’이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바빠서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고, 가족들과 이야기 한마디 나누지 못한다. 혹시 여러분도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다니지는 않는가?”

그러면서 다이애나 홍은 덧붙인다. “책을 안 읽으니 바쁠 수밖에.” 책을 안 읽으니 길을 몰라 넘어지고, 실패하다 보니 늘 바쁘게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이애나 홍은 “아카시아 꽃은 5월이 가고 6월이 오면 바람처럼 소리 없이 사라지지만 책의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갈피에서 샘솟는 무한한 힘이 우리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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