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공주 앞세워 재탄생한 개구리 왕자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1.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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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설정으로 디즈니 명성 확인시키는 클래식한 2D 애니메이션

▲ 감독 |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 목소리 출연 | 애니카 노니 로즈, 브루노 캠포스


한때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면서 드림웍스와 폭스가 시장에 진출하자, 애니메이션을 디즈니와 동일시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어졌다. 게다가 최근의 몇 년간, 디즈니라는 이름을 픽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월-E> 그리고 바로 지난여름의 <업!>까지 어지간한 히트작은 모두 픽사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고 디즈니에 의해 배급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썩어도 준치요, 부자는 망해도 3년을 산다고 했다. 동화적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는 여전했다. 오는 1월21일 개봉하는 디즈니의 49번째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는 아직도 건재한 실력을 만방에 과시하는 작품이다.

잃어버린 황금공을 찾아주는 대가로 공주에게 키스를 요구했던 개구리가 알고 보니 왕자였다는 그림 형제의 동화 <개구리 왕자>를 각색한 <공주와 개구리>는 이 세기 들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2D 애니메이션이다.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고전적인 분위기에 성 역할과 고정 관념을 뒤엎는 이야기를 더했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의 맥을 잇는 작품답게 풍성한 색감과 흥겨운 음악이라는 특징은 고수하고 있으나, 기존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발상들이 곳곳에서 돋보인다. 옛날 옛적이 아닌 1920년대라는 특정 시기, 뉴올리언스라는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거니와, 한량에 가까운 왕자 캐릭터나 악으로만 치부되던 마법의 양면을 다룬 점 등은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주인공 티아나이다. 자신의 식당을 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티아나는 사랑을 통해서만 삶의 의미를 되찾았던 이전의 여주인공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형이다. 물론 티아나 역시 왕자와 사랑에 빠지기는 한다. 결말 또한 동화다운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디즈니 동화의 여주인공이 연애보다 일을 더 중시한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큰 변화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검은 머리와 검은 피부를 지닌 흑인이라는 점이다. 소동의 끝에 만나는 행복한 결말은 여전히 동화답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현대적인 흑인 공주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공주와 개구리>는 충분히 새로운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1월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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