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으로도 더 생생한 뉴스 전하는 라디오 시사 프로들 ‘신문·TV 뚫고 하이킥’
  • 김도영 | PD저널 기자 ()
  • 승인 2010.01.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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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없는 ‘현장 인터뷰’ 등 강점 앞세워…MBC <시선 집중>·CBS <뉴스쇼>·PBC <열린 세상, 오늘!> 등 주목

▲ PBC (맨 왼쪽)와 MBC (왼쪽) 등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청취자들의 사랑이 식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 연합뉴스


김현정 앵커 | 정운찬 총리 후보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얘기한 것은 청와대 의중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정운찬 총리 후보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얘기한 것은 청와대 의중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차명진 의원 | 글쎄요, 제가 청와대에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고요.

김앵커 | (계속되는 질문 끝에) 세종시 수정안을 청와대가 준비는 하고 있습니까?

차의원 | 저는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당시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처음으로 ‘세종시 원안 수정’을 언급한 다음 날,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큰 파문을 일으킨 이날 차의원의 발언은 사전에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 앵커는 집요하게 ‘청와대의 의중’을 캐물었고, 차의원은 결국 이를 인정한 것이다. 출연자 인터뷰가 편집 없이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는 ‘라디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르네상스 시대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라디오 시사 프로의 전성기를 언급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방송되는 이러한 프로들은 각종 이슈를 쏟아내며 독특한 ‘라디오 저널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라디오에서만 들을 수 있는 뉴스들을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과거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이미 보도된 뉴스를 종합하거나 해설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한 발짝 앞서 이슈를 제기하고 논의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인터뷰이다. 매일 라디오 시사 프로에는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출연해 실시간으로 뉴스를 쏟아낸다. PBC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의 오동선 PD는 “신문이나 TV 뉴스는 편집된 인터뷰를 내보내지만, 라디오 인터뷰는 10여 분 동안 앵커와의 대화를 그대로 전달한다. 충분한 질의·응답이 가능하고, 간혹 의도하지 않은 발언까지 들을 수 있다”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라디오 시사 프로의 인터뷰는 각종 매체에 인용되면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한다. 각 프로그램들은 방송 직후 인터뷰 전문을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이를 인용한 기사들은 당일 인터넷은 물론 다음 날 조간 신문에까지 실린다. BBS <김재원의 아침 저널> 등은 아예 인터뷰 전문을 각 매체의 정치 담당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매일 전송하고 있다.

의제 설정 기능을 키우면서 라디오 시사 프로의 영향력은 그만큼 확대되었다. 각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아침 시사프로를 강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오전 6~9시 사이에는 MBC <손석희의 시선 집중>,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SBS <SBS 전망대>, CBS <김현정의 뉴스쇼>, PBC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BBS <김재원의 아침 저널> 등이 방송된다. 이 가운데 청취율로 따지면 <손석희의 시선 집중>이 가장 앞선다. 라디오 시사 프로의 원조격인 <시선 집중>의 매력은 무엇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도 있는 언론인 1위’로 꼽히는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힘에 있다. 이은성 PD는 “손교수는 프로그램을 맡은 지난 10년간 정치적 구설에 휘말린 적이 없다. 그의 공평무사한 태도와 공격적인 질문에 청취자들이 신뢰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선 집중>은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다른 방송사 시사 프로에 비해 5~7배의 청취율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인 등 출연자들도 더 많은 청취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 집중>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프로, 짧은 기간에 비약적 성장

2008년 봄에 출발해 짧은 기간에 비약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기자·PD가 함께 제작하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손근필 PD는 “보도국의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보다 한 발짝 빠르게 인터뷰 대상을 섭외할 수 있고, 질문의 깊이도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뉴스쇼>는 지난해 용산 참사 당시 보도국 속보를 통해 현장 목격자를 제일 먼저 전화로 연결하기도 했다.

PBC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는 하루 5~6명을 인터뷰함으로써 다른 시사 프로에 비해 인터뷰 비중이 큰 덕에, 다른 언론에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오동선 PD는 “고정 꼭지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분야의 이슈 메이커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다른 매체에 인용되는 횟수가 늘면서 인지도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각 방송사의 아침 시사 프로가 늘어나고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부작용 아닌 부작용도 발생한다.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은 파급 효과를 우려해 인터뷰 전에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또한 지나치게 몸을 사린 나머지, 아예 라디오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는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걸림돌도 ‘라디오 저널리즘’의 성장을 막기는 어려울 듯하다. 라디오는 이제 하나의 의제 설정 매체로 신문과 TV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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