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TV도 ‘입체’ 옷 입기 바쁘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1.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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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한창…콘텐츠 확보가 상용화의 중요 변수

▲ ⓒ(맨 위부터)카이스트 비주얼 미디어 랩/ 모팩 스튜디오/ 시사저널 이종현

<아바타>로 인해 국내외에서 3D 영상 산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가고 있다. 3D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업계, 3D 상영을 위해 꼭 필요한 하드웨어 업계, 안방용 디스플레이 업계,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장비 업계, 콘텐츠 제작 업계 모두 갑작스럽게 다가온 호재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3D 영상기술과 산업이 아직 상용화 단계를 거치거나 보편화된 것은 아니다. 시대를 뛰어넘은 작품 하나에 의한 단발성 붐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업계를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국내 3D 관련 업체들은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바타> 흥행이 당장 반가운 곳은 극장업계이다. 단지 20일 만에 7백만 관객을 넘어서고 1천만 관객을 돌파할 영화 한 편이 더 출현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3D 상영이 기존 2D 상영에 비해 관람료가 1.5배에서 2배에 달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일반 영화와 대비해서 부가가치를 더 내는 부분이 있지만, 바로 수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장비를 갖추는 데 비용이 들어가고, 영화 제작 비용도 1.5배 정도 더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보전하는 상황이다. 3D 영화가 10편 정도 상영된 지난해가 시장을 형성한 원년이라면 20여 편이 대기 중인 올해가 본격적으로 3D 영화 시대가 열리는 시기이다”라고 말했다. <아바타>는 개봉 당시 1백17개 스크린에서 3D로 상영되었다. 이것이 전체 3D 상영관 숫자라고 보아도 무관하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은 3D 상영관을 확충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CGV는 현재 전체 5백80개 스크린 중에 14% 정도인 80개를 3D 상영관으로 확보하고 있다. 시장 수급 상황을 지켜보면서 올해 안에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09년 전세계에서 약 1만2천개의 디지털 상영관이 증가했고, 이 중 3D 상영관이 절반이 넘는 5천4백개에 달했다. 극장에서 3D 상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에 3D 필터를 추가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CGV는 국내 업체인 마스터이미지와 제휴해 이 기술을 국산화했다. 다른 극장 체인에 비해 3D 상영관 확충이 원활한 것도 국산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스터이미지 이영훈 대표는 “미주 지역을 포함해 약 30여 개국에 장비를 수출하며 2009에는 2008년과 비교해 3천% 성장했다. 올해도 유럽·미주·아시아 지역에서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어 빠르게 성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D 영상 산업에서 가장 큰 파이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가전, 그중에서도 TV 디스플레이 부문이다. 지난 1월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가 열리고 있다. 올 CES 최대의 화두는 3D TV이다. TV 부문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이 모두 3D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CES 현지에 나가 있는 삼성전자 홍보팀 김세훈 과장은 “현장에서 관심이 엄청나다. 올해 전자업계 전체를 보더라도 3D가 트렌드이다. 지난 2007년에 3D TV가 나왔지만 풀라인업으로 상용화하는 것은 올해가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술적 우려에 대해서는 “앉거나 눕거나 여러 명이 보거나 이동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시야각 문제를 해결했다. 주변 조명이나 해상도에 대한 문제도 걱정할 것 없다”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지난해 8월 3D LCD TV를 선보인 LG전자는 올해 다양한 크기로 라인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2월15일 스카이라이프와 3D TV·3D 방송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제휴한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백우현 사장은 “지속적인 투자로 LCD에 이어 PDP 등 다양한 화면을 선보이고, 가장 큰 우려 사항인 어지러움을 최소화하는 3D 기술을 소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선행 기술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시장조사 기관 디스플레이뱅크는 세계 3D TV 시장 규모가 올해 11억3천6백만 달러에서 2011년 28억1천6백만 달러, 2012년 46억4천4백만 달러로 급속히 성장하고 2015년에는 1백58억2천9백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대전화, PMP, 노트북 등 소형 포터블 기기 디스플레이에서도 3D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어 상용화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영화나 3D TV는 대부분 안경을 착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편광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밝기 및 화질 면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식 기기를 활용하기 위해 편광 안경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이영훈 대표는 “휴대전화 같은 소형 기기 디스플레이는 무안경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일반 2D 영상과 3D 영상을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패럴렉스 배리어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라고 말했다.

3D 전문 TV 채널 등장…실시간 입체화 기술도 곧 선보여

ⓒ삼성전자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콘텐츠이다. 아무리 앞선 기술이라 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창고에 쌓일 뿐이다. 소니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무너뜨리기 위한 비밀 병기로 3D TV를 내세우는 것도 플레이스테이션 3D 게임과 소니픽쳐스 콘텐츠와의 시너지 효과를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항해 삼성전자는 드림웍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었고, 앞에서 언급한 대로 LG전자는 스카이라이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아직 3D 입체 영상 제작이 활발하지는 않다. 올해부터 전세계적으로 안방용 3D 콘텐츠 제작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라이프는 2010년 1월1일 24시간 3D 전문 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채널 오픈과 함께 3D 방송 시장 활성화를 위해 3년간 3백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도 올해 안에 풀HD급 3D 영상을 실험 방송할 계획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2010 남아공월드컵 경기를 선별해 3D로 방송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콘텐츠만으로 당장 채널을 채워나가기에는 벅차다. 최근 SK텔레콤은 중소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2D 영상을 3D로 변환·재생해주는 ‘실시간 3D 입체화 기술’을 내년 상반기부터 상용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K텔레콤 홍보팀 김대웅씨는 “보정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알고리듬과 패턴을 반도체 칩이 인식해 수작업 없이 입체감을 표현한다. 입체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시각적 편안함은 오히려 뛰어나다. 앞으로 TV, 휴대전화, 컴퓨터를 비롯해 가정용·산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기술에 비해 국내 콘텐츠 제작 역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지원을 받아 3D 단편영화 <못>을 만든 최익환 감독은 “3D는 영상 문법부터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다. 기존 영화 스태프가 학습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3D 촬영을 위한 고가 필수 장비인 리그 문제는 영진위가 개발해 올 상반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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