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웃긴 ‘박사장’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1.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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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과 상황 설정·개그 요소 비슷…너무 많은 캐릭터 등장해 산만한 흐름

▲ 감독 | 김상진 / 주연 | 지현우, 조한선, 박영규


10년 만이다. 그저 재미있어서 남의 주유소에 난입해 난장판을 만들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99년. 관객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마크, 무대포, 딴따라, 페인트의 좌충우돌을 열렬하게 반겼고, 덕분에 감독 김상진은 성공적으로 충무로에 입성할 수 있었다. 당시 <주유소 습격 사건>에는 특히 젊은 관객들의 지지가 높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기성세대의 대표 아이콘으로 등장한 박사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습격단 4인방에게 당하고 또 당하는 박사장 캐릭터는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이 제공하는 카타르시스의 키워드였다. 그리고 10년, 모두가 그를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 박사장이 돌아왔다. 10년간 동네 양아치와 폭주족에게 당한 설움을 되갚고 자신의 주유소를 지키겠다며 습격단에 대적할 용병을 넷이나 주유원으로 고용했다. 효도르도 날려버릴 강한 주먹 ‘원펀치’, 머리보다는 발이 빠른 ‘하이킥’, 말만으로 사람도 잡는 ‘야부리’, 뭐든지 들어 넘기는 ‘들배지기’. 그러나 이 친절한 주유원들, 하는 족족 사고이더니 탈옥범들이 탄 버스에 경유 대신 휘발유를 넣고, 오라는 폭주족 대신 주유소 한번 털어보는 것이 소원인 ‘고삐리’들이 들이닥친다.

한때 ‘김상진표 코미디’라는 말을 유행시켰을 만큼 상업적 코미디 영화에서 대단한 재능을 발휘했던 김상진 감독은 10년 만의 속편을 통해 또 한 번 주유소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돋보이는 것은 박사장을 연기한 배우 박영규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캐릭터가 지닌 ‘찌질함’을 1백20% 표현하며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개인적 문제로 수년을 쉬었음에도 그의 노련함은 젊은 배우들의 재기발랄함을 완벽하게 압도한다. 그가 아니면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영화가 주는 웃음의 대부분은 그로부터 시작되니 주인공은 박영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박영규 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스크린을 수놓지만 이들이 벌이는 소동은 진부하다. 전편과 상황 설정, 개그 요소가 비슷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이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이야기가 산만하게 진행되는 것 또한 마이너스 요소이다.

달라진 20대를 보며 10년 만의 속편을 기획했다는 김상진 감독은 과연 달라진 그들을 10년 전처럼 웃겨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는 이 영화의 성적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1월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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