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빠진 충남에서 이인제·안희정 떠오른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1.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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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별 가상 대결 결과 / 이 전 지사 재출마하면 여권 우세…무소속 이의원, 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


‘여권 후보로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재출마한다면 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후보가 나온다면 야권도 해볼 만하다.’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월13일 실시한 충남도지사 후보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충청권으로 가면 자유선진당은 그나마 제3당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어느 누구도 치열한 3파전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대전·충북보다는 충남에서 더욱 그렇다. 자유선진당은 충남의 적자임을 내세운다. 하지만 역시 키(key)는 한나라당 소속인 이완구 전 지사가 쥐고 있는 양상이다. 아직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주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불출마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데는 충남만이 가진 ‘3자 구도’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전 지사가 아니면 필패이다”라고 말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그런 징후가 드러났다.

이 전 지사는 야권 단일 후보와 가상 대결을 벌이는 모든 경우에서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충남지사 적합도에서 2위에 오른 무소속 이인제 의원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51.8% 대 32.6%로 19.2% 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54.0% 대 28.6%),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52.0% 대 30.9%)과의 맞대결에서는 그 격차를 더 벌렸다.  

4자 대결에서는 더욱 여유 있었다. ‘이 전 지사(40.1%)-이의원(15.9%)-류의원(14.7%)-안최고위원(14.2%)’ 순이거나 ‘이 전 지사(39.5%)-이의원(22.0%)-안최고위원(14.8%)-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9.5%)’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이 전 지사가 불출마하고, 다른 여권 후보가 출마할 경우는 상황이 1백80˚ 달라진다. 현재 여권 후보군 중 차기 도지사 적합도 2위를 차지한 박태권 전 충남지사가 출마할 경우, 야권 단일 후보에게 모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지사는 이인제 의원에게는 23.5% 대 48.6%, 안희정 최고위원에게는 31.9% 대 39.9%, 류근찬 의원에게는 26.9% 대 43.5%로 각각 뒤졌다. 4자 대결에서는 박 전 지사와 야권 후보들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이인제 의원(28.0%)-류의원(19.8%)-안최고위원(17.0%)-박 전 지사(13.2%)’, ‘이인제 의원(30.5%)-안최고위원(20.7%)-박 전 지사(13.8%)-이명수 의원(12.9%)’의 순으로 각각 나타났다. 

여권, 제3의 인물 내세워 분위기 반전 꾀할 수도

현재 당적이 없는 이인제 의원을 무소속 후보로 가상 대결에 대입해본 결과, 야권 후보 중 가장 강한 경쟁력을 나타냈다.  당적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또 반면에 어느 당이든 영입 대상 후보에 올려놓을 수 있다. 이미 선진당에서 접촉을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충남도민들은 이인제 의원이 충남의 가치를 보존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있을까. 이명수 의원이 출마했을 때 떨어진 자유선진당 지지율은 대부분 이인제 의원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으로 보아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정가에서는 지방선거 이전에 부분 개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조심스럽게 여권의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정장관을 여권의 후보에 대입시켰을 경우에도 역시 지지율은 박 전 지사의 경우와 비슷했다. ‘이인제 의원(26.4%)-류의원(21.8%)-안최고위원(20.8%)-정장관(12.0%)’의 순이거나, ‘이인제 의원(31.5%)-안최고위원(21.5%)-정장관(13.6%)-이명수 의원(13.0%)’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선진당 소속의 류근찬 의원과 이명수 의원의 지지율 격차(8.2%) 중 상당수는 이인제 의원의 지지율을 5.1%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심대평 전 대표가 선진당을 탈당했을 때 애매한 태도를 취했던 이명수 의원보다는 이인제 의원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인제 의원은 자유선진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중심당의 핵심 멤버였다.

물론 이인제 의원의 영향력을 섣불리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지방선거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지명도 있는 인물이 선호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상무의 말처럼 이번 조사에서는 비교적 정치를 낯설어하는 20대층에서 이의원을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론 홍보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충남 지역의 반발 여론과 관련해 이완구 전 지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고, 수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이 ‘제3의 인물’을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은 이인제 의원의 거취가 관심거리이다. 물론 세종시에 대한 도민들의 민심 추이에 따라 부침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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