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과 우주 발사체 기술은 ‘선진국’
  • 김규태 | 동아사이언스 기자 ()
  • 승인 2010.01.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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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층 의도로 집중 투자해 기형적인 발전 이어와…최근에서야 생산 현장에 필요한 과학기술도 적극 지원

▲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이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가 북한에 비해서 우주 및 핵기술 등 일부 과학 분야에서는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출간한 ‘북한의 주력 연구 과제와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미사일에 들어가는 우주 발사체, 유체역학이나 핵실험에 사용되는 레이저에 의한 동위원소 분리 방법 등은 한국의 기술 수준과 비교해 같거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동식물 육종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은 우리나라의 1990년대, 동물 복제와 나노·고분자 분야는 2000년대 초반 기술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계·전자 분야에서는 공작 기계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는 리눅스와 한글 문서 처리 분야가 북한 내 다른 분야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비해 수역학(확률 통계), 물리학(광학 음향학 플라즈마), 기계(컴퓨터 집적회로) 등의 분야는 20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 발전 방향, 정치·사회적 설계에 따라 바뀔 수 있어 

이처럼 북한에서 특정 과학기술 분야가 기형적으로 발전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과학기술 개발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2년까지 ‘강성대국’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1998년부터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등의 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측은 “북한은 생산 현장에 필요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한된 자원을 몇 가지 중점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특수한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 과학기술의 불균형적인 발전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영향 속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순수한 과학과 기술의 논리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필요에 의해서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이 사실상 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 분야 및 발사체 기술 개발을 추동해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제 규제 따위로 인해 관련 연구가 지연되는 등 여러 이유로 관련 기술에서 북한을 앞지르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 산업체, 학계가 집중적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빅 사이언스’(Big Science)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분야의 경우 자금도, 인재도 쏠리면서 돌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의 이같은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다. 핵 및 발사체 기술의 선진국인 북한이 여전히 농업과 에너지 기술이 부족해 기초적인 생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외면한 채 정치적인 의도로 ‘빅 사이언스’를 추진했다. 이것은 많은 규모의 세금이 들어가는 빅 사이언스에 시민사회의 감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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