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는 ‘어플리케이션 상점’이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1.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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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경쟁에서 운영체계보다 더 중요해질 전망…개발자·서비스 사업자 등과 협력 모델 찾느라 분주


“앞으로는 모바일 OS(운영체계) 간에 벌어지는 경쟁보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자, 기기 사업자, 서비스 사업자 등이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중심으로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샌디 셴 수석연구원은 지난 1월19일 코엑스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사업자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폰 OS,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모바일 등 운영체계 자체보다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를 풍부하게 확보하는 것이 스마트폰 경쟁에서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뜻이다. 

오픈마켓 형태로 성장하는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의 중요성이 모바일 시장에서 커질 것이라는 예측은 단순한 전망만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 이동통신사와 모바일 제조사들은 이미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다투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9일 T스토어를 개설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T스토어는 일반인, 개인 개발자, 전문 개발업체 등 누구든지 자신이 개발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전형적인 어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이다. 콘텐츠를 판매하려는 개발자들로부터 연간 등록비(약 10만원)를 받고, 판매 수익의 30%를 얻는다. 이 형태는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하다.

SK텔레콤은 지난 한 해 동안은 연간 등록비를 무료로 하고 아이디어 공모전을 지속적으로 여는 등 T스토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역량 있는 벤처기업과 개발업체에도 투자했다. 8천명의 개발자가 등록했고, 그중 1천명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 결과 6천5백개에 불과했던 초기 어플리케이션 수는 현재 3만여 개를 넘어섰다. 누적 다운로드 수도 2백만건을 기록했다. 윤철진 SK텔레콤 OMP사업팀 매니저는 “앞으로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해 일곱 개 대학과 MOU(양해각서)를 맺어 교육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청과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3월에는 사내 교육을 위한 T아카데미도 개설할 것이다. T스토어를 육성하는 것은 SK텔레콤의 핫 키워드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아이폰을 들여와 스마트폰 시장이 팽창하는 기폭제를 마련한 KT는 지난해 11월30일 쇼옴니아폰을 출시하면서 쇼앱스토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KT는 후발 주자로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 공모전을 여는 한편, 무료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는 등록비를 받지 않는다. 개발자의 진입 문턱을 없앤 것이다. 유료 어플리케이션인 경우 수익이 발생하면 연간 등록비로 3만원을 받는다. 쇼앱스토어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단일 기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아직 콘텐츠가 1천여 개에 불과하다. 최우형 KT 오픈마켓 사업담당 차장은 “단말기 구매자 40%가 다운로드를 받았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앱스토어를 확장하기 위해 KT가 가지고 있는 네스팟과 와이브로망을 확충하고 어플리케이션을 쿡 인터넷전화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도 어플리케이션 스토어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특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이어 중국, 브라질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 T스토어 내에서 숍인숍 형태로 운영 중이고, 해외에서는 삼성앱스(www.samsungapps.com)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관련 업계가 어플리케이션 스토어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근거리 무선인터넷망을 휴대전화로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왔다. 사용자가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려면 각 통신사의 유료 인터넷망을 고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초고속 유선 인터넷망을 바탕으로 IT 강국에 올라섰지만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 등에 많이 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무선인터넷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어플리케이션 스토어 다운로드 시장이 광고 시장 5억9백63만 달러까지 합쳐 총 67억7백4만 달러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42억3백97만 달러에 비해 60% 성장한 수치이다.

앱스토어 추격하는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의 위력에 관심

국내 업체가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애플 앱스토어를 당장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08년 7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 앱스토어는 2009년 4월 다운로드 10억건을 돌파했고, 올 1월에는 30억건을 돌파했다.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후 단시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데에도 어플리케이션이 풍부한 앱스토어가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는 시장에 변화를 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공개 OS인만큼 모바일 기기 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을 속속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아시아 지역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2009년 2.6%에서, 2013년에는 21%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급격한 감소를 보일 노키아 심비안(77.7%에서 50.5%로)을 차치하더라도 아이폰(4.6%에서 6.8%로)이나 블랙베리 RIM(3.0%에서 4.6%로)의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국내에서 다양한 안드로이드폰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들은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도약의 시발점으로 삼을 생각이다. 최우형 KT 오픈마켓 사업담당 차장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 어플리케이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차후에 구글이 정식으로 국내 계정을 만들게 된다면 협력 모델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쓸 만한 어플리케이션, 뭐가 있을까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에는 어디에 쓰고 얼마나 좋은지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유용한 것들도 있겠지만 특정한 경우에만 쓸모 있는 것도 있다. 티프리미엄(T*Premium)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은 날짜 계산, 대출 계산, 가격 비교, 환율 변환, 단위 변환, 할인가 비교, 경사계, 생리 달력 등 총 15가지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종합 선물 세트이다. 할인 마트에서 수량, 중량, 가격 등이 다양한 물건들을 비교해서 싼값에 구매하거나 외국 여행을 갈 때 필요한 환율 계산 등 자질구레한 숫자놀음을 간편하게 해결해준다. 워터 유어 바디(Water your body)는 하루 적당량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자신의 체중 대비 필요 수분 섭취량을 컵이나 병 단위로 계산해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마셔야 하는지, 지난 며칠간 수분이 부족하지 않았는지도 알려준다. 포도주라는 의미의 Vins & Milliesimes라는 어플리케이션은 프랑스 와인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프랑스어로 되어 있지만 와인 애호가에게는 유용하다. 와인병 라벨을 보면서 생산 연도, 장소, 장인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보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 패스트핑거(FastFinga)는 손으로 쓴 글씨를 그대로 인식해 저장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급하게 또는 간단하게 메모를 남기고 싶을 때 자판을 두드리는 대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고정된 폰트가 아니라 자신이 쓴 글자체 그대로 입력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스마트폰 기능을 높여주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무료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스카이프(Skype)가 대표적이다. 무선랜을 지원하는 대다수 스마트폰에 설치가 가능하다. 국내 중소기업 네오엠텔에서 출시 예정인 스맥스(SMAX)는 윈도우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유용하다. 아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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