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릿길도 ‘종잣돈 만들기’부터
  • 이관석 |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 ()
  • 승인 2010.02.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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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계획 아닌 구체적 단기 목표 세우고 5계명 실천하라


왜, 종잣돈을 만들어야 하는가?

평균 수명 80세 시대에 살며 오래지 않아 100세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닌 공포로 다가온다. 대다수 사람은 성장기까지는 부모에 의존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노동을 통해 소득을 올려 생활을 해결했다. 사회 활동 기간, 즉 그나마 소득이 지출을 초과하는 얼마 되지 않는 샐러리맨 생활 동안 충분한 종잣돈을 만들어두지 않으며ㄴ, 소득이 없는 은퇴 뒤의 삶은 축복이 아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종잣돈의 속성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일을 도모할 때 기댈 구석이나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눈사람을 만들려고 할 때, 처음에는 한동안 눈을 굴려도 눈덩이가 잘 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정한 크기가 되면 한 번만 굴려도 금세 눈사람을 만들 정도로 커진다. 돈의 속성도 이와 같아 어느 정도 종잣돈이 모이게 되면 그 다음부ㅌㅓ는 가속도가 붙게 된다. 많은 사람이 초기에 쉽게 불지 않는 종잣돈의 속성을 간과하고 포기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종잣돈 만들기 5계명

그렇다면 종잣돈 만들기는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종잣돈 만들기 5계명을 통해 알아보자.

첫째, 자산 포트폴리오 진단표를 작성한다.

기업은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한다. 가계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갚아야 할 빚이 얼마인지 따져보고, 매월 어ㄹ마를 벌어 얼마를 쓰는지 정확히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종잣돈 만들기의 50%는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자산을 부동산, 예금, 펀드, 보험 등으로 왼쪽에 열거하고, 부채를 담보 대출, 신용 대출, 현금서비스, 신용카드 할부 대금, 기타 사적으로 갚아야 할 돈까지 우측에 적으면 본인의 대차대조표가 된다. 이렇게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나면 자산과 대비해 과도한 부채가 있을 경우 자산의 일부를 처분해 현금서비스 같은 고금리 대출을 자연스럽게 정리해 종잣돈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왼쪽에 매월 정기·비정기적 평균 수입을 열거하고, 오른쪽에 고정·변동적 지출을 나열하면 손익계산서가 되는데 월평균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돈이 많이 낭비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가계의 대차대조표를 통해 불합리한 가계 자산을 구조조정하고, 손익계산서를 통해 낭비 요인을 제거해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한 월평균 저축 가능 금액을 산출했다면 첫 단추는 제대로 꿴 것이다.

둘째, 구체적 재무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는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냥 막연히 ‘퇴직 무렵에 10억원 정도’라는 목표보다는 ‘향후 3년 안에 5천만원’처럼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매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연초가 되면 굳은 결심을 하고 재테크 계획을 세우지만, 너무 막연하고 무리한 계획으로 인해 중도에 적금이나 펀드를 해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안전 자산과 투자 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의 적금만으로 종잣돈을 만드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생각이다.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연령에 따라 그 비중이 일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축 여력의 일정 부분을 적립식 펀드처럼 투자 상품에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100-나이’법이라 해서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수치를 투자 상품에 할애하라고 권유한다. 예를 들어, 40세라면 60%를 투자 상품에 투자해서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3년 미만의 단기 목적 자금은 적금, 3~7년 정도의 중·장기 목돈 마련은 적립식 펀드, 10년 이상의 노후 자금은 변액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매월 저축 여력이 100만원인 35세의 직장인이라면 35만원은 2년짜리 적금, 65만원 중 45만원은 적립식 펀드, 20만원은 변액연금에 투자한다면 투자 기간과 상품 종류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직장인이라면 절세 상품을 최우선으로 활용해야 한다.

직장인들은 급여 소득이 얼마냐에 따라 최저 6%에서 많게는 35%의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절세형 금융 상품을 통해 해당 세율만큼 세금을 덜 내게 된다면 세율만큼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말 정산을 통해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연금저축(펀드·보험), 주택청약종합통장 두 가지이다. 아쉽게도 2009년 말로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보험)과 국내 주식 장기 펀드 가입 시한이 지나버려 신규 가입은 할 수 없지만 이미 가입한 직장인들이라면 납입 한도만큼 최대한 납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펀드·보험)은 연간 3백만원까지 공제되므로, 소득세율 15%를 적용받는 직장인이라면 납입액 3백만원에 대해 주민세를 포함해 총 16.5%인 49.5만원의 절세 효과 또는 추가 수익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연봉이 높아질수록 절세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절세 상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 대부분의 절세 상품은 중도 해지를 할 때 추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다섯째, 통장 쪼개기는 종잣돈 마련의 훌륭한 동반자이다.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매일 가계부를 쓰기도 어렵고, 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잘 붓고 있던 적금을 깨는 경우도 허다하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정확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방법이 바로 최근 유해ㅇ하고 있는 통장 쪼개기이다. 직장인들의 통장은 기본적으로 급여 통장, 소비 통장, 투자 통장, 예비 통장 등 4가지로 쪼개는 것이 좋다.

급여 통장은, 월급날 이후 5일 이내에 각종 공과금 등 고정적 지출이 일어나게 하고, 소비 통장으로 매월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동 이체한 후에 나머지는 전부 투자 통장으로 이체하는 기본 통장이다. 이렇게 관리하면 정확한 소득과 큰 지출에 대한 관리가 통장을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소비 통장은 매월 급여 통장에서 자동 이체된 금액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지출 관리가 쉬워진다. 신용카드 대신에 체크카드를 만들어 소비 통장에 연결해 사용하면 즉흥적인 과소비도 예방할 수 있다.

투자 통장은 적금, 펀드, 변액연금보험 등에 투자되는 돈을 관리하는 통장으로 각종 금융 상품의 자동 이체일 전에 급여 통장에서 자동 이체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는 결혼 자금, 주택 마련 자금, 자녀 교육 자금, 노후 자금 등과 같이 인생 재무 설ㄱㅖ에서 필수적인 재무 목표를 위한 투자 자금과 기타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투자 목적에 따라 금융 상품을 적금, 펀드, 연금 등으로 나누고 적정한 비중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투자 통장의 목적이다.

예비 통장은 실직이나 이직 또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통장이다. 통상 월 생활비의 2~3개월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MMF나 MMDA처럼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으면서도 이자가 붙는 통장에 넣어두어야 비상 상황으로 인해 투자 통장을 해지해야 하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 연말 정산을 통한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는 연금저축과 주택청약종합통장이 있다. 위는 소득 공제 신고서를 작성하는 모습. ⓒ시사저널 이종현

선 저축·후 지출의 원칙

자산 운용의 승패는 잘 굴리는 것보다 잘 쓰는 데서 판가름난다. 흔히들 저축할 여력이 없어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저축하겠다고 하지만, 쓰고 남는 것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하고 남은 것을 쓰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다. 이른바 ‘선 저축·후 지출’의 원칙이다. 정기적인 월 소득에서 적정한 저축의 비중은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독신이라면 70%, 독립한 독신이나 맞벌이 부부라면 최소 60%는 우선 저축에 할애하고 나머지를 생활비로 사용해야 종잣돈을 빨리 마련할 수 있다.

그 밖에 주의해야 할 것들

일확천금을 꿈꾸다가는 일장춘몽의 쓴맛을 보기 십상이다. 재테크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려면 재무 설계도가 필수이다. 장거리 항해를 나설 때 지도와 나침반을 챙겨야 하는 것처럼 계획 없이 ‘좋다’는 상품에 무분별하게 가입하다가는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가기 힘들다. 내년 여름휴가와 같은 단기 계획부터 내 집 마련이나 결혼 자금을 포함한 장기 계획까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투자 상품을 선별하는 것이 재무 설계의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직장인은 자기 계발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기 계발을 통해 몸값을 높이고 종잣돈 만들기에 성공한다면 또 다른 인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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