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준비도 ‘마라톤’이다
  • 이관석 |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 ()
  • 승인 2010.02.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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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상품 고르기 / 비과세 등 혜택 보장된 연금 적극 활용하고 세대별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생로병사가 모두 준비 대상이다! 안락한 노후 생활은 우리 모두의 꿈이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네 가지 고통을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한다. 이러한 고통에 부닥쳤을 때 경제적 어려움 없이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을 `생애 설계`라고 한다. 삶의 목표를 세우고 가족과 자신을 위한 여러 목적 자금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며(生), 평균 수명이 증가해 수입 없이 살아갈 날이 늘어가는 가운데 노후에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老). 건강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만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며(病),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를 죽음이라는 위험에서 가족이 안정된 생활을 지탱할 수 있도록 든든한 준비가 필요하다(死).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다. 인생은 42.195㎞인 마라톤과 같기 때문에 긴 안목에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 과천 정부청사 내 이동 은행에서 직원들이 주택청약저축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른 포트폴리오 구성해야

노후 대비 투자 포트폴리오를 금융 상품만으로 구성할 생각이라면 현재의 생활비 지출 금액부터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생활비는 은퇴 전의 70%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최소한의 생활비 1년치를 남겨놓고 포트폴리오를 짜면 된다.

자신의 투자 성향을 사전에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격형 투자 성향을 가졌다 해도 저축할 돈이 적다면 원금 보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물론 생활비를 아껴서 미리 떼놓은 돈을 투자한다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도 괜찮다. 100%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어야 하는 안정 성향의 투자자라면, 안정적 상품의 경우 금리가 낮으므로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 낮은 금리를 커버할 수 있게 절약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성향과 다른 투자에 나설 경우 자칫 돈보다 중요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3층 연금 구조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노후 생활을 의탁할 수단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정부가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업이 제공하는 퇴직연금(퇴직금), 개인이 각자 가입하는 개인연금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합쳐 ‘3층 노후 소득 보장 장치’라고 한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 후 필요 소득 수준은 은퇴 이전 소득의 65% 정도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소득 대체율이 70% 이상은 되어야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1층 국민연금> 월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인 1백66만원일 경우 20년 동안 가입하면 월 37만원, 30년 동안 가입하면 월 53만원을 받을 수 있다. 2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73만원의 50.5%와 72.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 40∼50대가 아무리 직장 생활을 오래 해도 가입 기간은 20∼30년 정도에 그친다. 이럴 경우 연금 수령액은 생애 평균 소득의 20∼30% 수준밖에 안 된다. 결국,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에 그친다. 국민연금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사적 연금을 통해 메워야 할 부족분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정부는 국민연금으로 충분하지 않은 노후 자금 준비금을 기업·개인 연금 쪽으로 분산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연금에 대해 소득공제·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늘리고 퇴직연금 제도와 개인퇴직연금을 도입했다. 퇴직연금 제도는 고령화·저출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국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국민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그리고 개인연금을 통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3층 보장 체계가 가능해졌다. 기존 퇴직금 제도와의 큰 차이점은 사외에 예치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강화했다는 점과 연금 혹은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2층 퇴직연금>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확정 급여형(DB) 제도와 확정 기여형(DC) 제도, 그리고 개인 퇴직 계좌(IRA)로 나뉜다. 확정 급여형 제도는 근로자의 퇴직 급여 수준이 사전에 정의되고, 기업이 납부할 금액은 적립금 운용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제도(운영 주체 : 기업)이다. 확정 기여형 제도는 사용자의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는 적립금 운용 실적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제도(운영 주체 : 근로자)이다.

개인 퇴직 계좌란, 근로자가 퇴직 또는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퇴직연금 일시금)을 근로자의 개인 계좌에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 방법을 결정하는 연금 제도이다. 따라서 개인 퇴직 계좌 상품의 경우 운영할 때 발생하는 이자소득세가 이연되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납입 단계(Exempt : 1단계)와 운용 단계(Exempt : 2단계)에서 과세가 이연돼 최종 수령 단계(Taxed : 3단계)에서 원리금에 대해서 과세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적금의 경우 매년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퇴직연금 상품(확정기여형, 개인 퇴직 계좌)의 경우 이자소득세가 이연되어 퇴직금을 받을 때 퇴직 소득세(3~5%)만 내면 되기 때문에 훨씬 낮은 세금을 내게 된다. 퇴직연금 제도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근로자의 추가 부담 없이 회사의 부담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퇴직금이 적립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은퇴를 준비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중 `국가나 회사에서 작은 혜택이라도 나눠준다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바로 퇴직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내용이다.

또한, 확정 기여형 제도의 경우 장기 투자를 활용한 자산 증식에 매우 적합한 투자 수단이며,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퇴직연금 상품 특성상 장기 투자 수익을 고려해 실적 배당형 상품을 선택할 때 본인의 투자 성향을 반영해 주식 혼합형, 채권형, 라이프 사이클형 펀드 등과 같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저축 여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는 재테크보다는 평균적으로 장기 투자를 통해 꾸준히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가장 부합하는 퇴직연금의 가치를 빨리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3층 개인연금> 개인연금 가입자는 현재 가입률이 8%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연금식 상품은 갈수록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연금 상품은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에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다면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연금펀드 상품이 적합하다. 안정적인 소득을 희망하는 사람은 은행과 보험사의 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은행과 보험사는 주로 채권 위주의 보수적인 투자를 하면서 원금을 보장해준다.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은 노후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이다. 고객들로부터 돈을 모아 주로 채권과 대출금, 단기 금융상품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한 뒤 나중에 원리금을 연금 형태로 돌려준다. 보험사의 연금 상품은 여기에 위험 보장 기능을 추가로 가지고 있으며, 10년 이상 가입할 경우 이자 소득세를 비과세해주는 혜택이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세대별로 노후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금융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세대별 금융 상품

<10대 어린이 전용 적금/펀드, 체크카드, 주택청약종합저축> 노후 준비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울러, 재테크 교육은 말귀를 알아듣는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쇼핑, 신용카드와 같은 소비 도구의 발달로 젊은 세대의 씀씀이가 커진 반면,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면서 20대 초반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어린이 전용 적금과 적립식 펀드는 아이들에게 금융의 개념을 이해시키고, 종잣돈을 만드는 방법을 교육시킬 수 있어 유용하다.

또한, 어린이 전용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참가할 수 있는 경제 교실 등도 적극 활요ㅇ하는 것이 좋다.

용돈을 현금으로 주지 말고 체크카드를 만들어 사용하게 하면 올바른 소비 습관을 형성함은 물론, 부모가 자녀의 용돈 사용 내역을 점검하고 지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월 2만원씩 자동 이체시켜 준다면 훌륭한 조기 준비가 될 수 있다.

<20대 종잣돈 마련> 20대는 인생 전반을 설계하고 그에 필요한 장기적인 재무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이다. 특히 향후 결혼 등에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최소한의 종잣돈을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대의 첫 번째 필수 가입 상품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이다. 청약 경쟁이 치열한 인기 주거 지역의 공공 분양 주택(일명 ‘보금자리 주택’ 등)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 따라 당첨 여부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아예 어린 자녀 명의로 부모가 개설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 20대에 청약통장을 가입해도 늦은 편이라고 할 정도이다.

아울러, 미혼인 20대 직장인이라면 수입의 최소 70% 이상을 적금, 펀드, 보험에 투자해야 한다. 향후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가장 긴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투자 금액의 70% 이상을 주식형 펀드나 변액연금에 배분하는 것이 좋다. 또한, 10대와 마찬가지로 즉흥적인 소비를 막을 수 있도록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가입과 노후  준비를 위한 변액 연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본적 포트폴리오를 살펴 보면 투자 금액을 100으로 했을 때, 주택청약종합저축 10, 보장성 보험 10, 개인연금 20, 적립식 펀드 40, 변액 보험 20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30대 분산 투자 원칙> 30대에는 주택 구입,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해 한번에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 잦다. 따라서 20대에 마련한 종잣돈을 30대에는 목돈으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종잣돈의 손실 위험은 최소화하면서도 큰돈을 만들 수 있는 수익성을 내기 위해 고수익 자산과 안전 자산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일반적으로 30대 연령층은 필요 자금 우선 순위를 ‘결혼 자금-주택 자금-자녀 학자금-노후 준비 자금’의 순서로 정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으며 적립식 펀드와 연금 저축, 자유 적금, 주택청약종합저축, 종신보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맞벌이 부부라면 두 사람의 수익과 지출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소득이 높아지는 시기이므로 연금 저축 같은 소득 공제 상품은 필수 가입해야 한다.

<40대 ELD, ELS>  40대는 30대에 마련한 목돈을 지키면서도 이를 기반으로 평생의 화수부ㄴ을 창출하는 알짜 자산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시기이다. 본격적인 노후 자금 준비 시기인 것이다. 여전히 적립식 펀드 등의 투자 이유는 존재하지만, 안전 자산의 비중을 점차 늘려야 하는 시기이다. 주가지수연동예금(ELD)과 같은 상품은 투자 수익이 떨어져도 최소한 원금은 지킬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최근에는 주가지수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동시에 연동시키는 신종 ELD도 출시되어 투자 원금뿐 아니라 최소한의 금리 마진도 보장받을 수 있다. 주가연계증권(ELS)도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상품으로 꼽히지만 최근 일부 회사가 수익률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등 운용의 투명성이 충분하지 않아 단점으로 꼽힌다.

50대는 본격적인 은퇴를 준비하는 연령대이다. 따라서 그 동안 쌓아 놓은 자산을 지키는 쪽에 한층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투자 상품 비중은 되도록 줄이고 원금을 보전해주는 금융 상품이나 현금, 혹은 현금화가 쉬운 유동성 자사ㄴ 등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50대 즉시 연금 & 변액 연금> 퇴직금 같은 목돈을 맡겨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즉시 연금’과 ‘변액 연금’이 있다. 즉시 연금은 보험사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가입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수령할 수 있어 통상 ‘즉시 연금’으로 불린다. 이 상품은 시중 실세 금리에 연동하는 공시 이율(2월 현재 5% 수준)로 운영되며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최저 보증 이율(연복리 2.5%)이 보장된다. 공시 이율은 보험사의 운용 자산 이익률과 국고채·회사채·CD수익률 등 시장 금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금리를 말한다.

▲ 국민연금 송파 지점에서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반면, 변액 연금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운용 실적이 좋으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아무리 투자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원금은 보장해 준다. 두 가지 상품 모두 연금 수령 방법으로는 평생 원리금을 나눠 받는 ‘종신 연금형’과 이자를 받다가 자녀에게 원금을 물려줄 수 있는 ‘상속 연금형’, 일정 기간 동안(10년, 15년, 20년) 연금을 받는 ‘확정 연금형’이 있으며 가입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거치 기간 동안 일정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이후 주식시장 등락에 관계없이 수익을 지키면서 납입 원금의 최고 2백%까지 보증하는 변액 연금이 나오기도 했다.

평생 동안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 연금형이나 상속 연금형도 좋다. 특히 상속 연금형은 불려 놓은 연금 적립금으로 평생 연금을 받다가 그 금액을 그대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종신·상속 연금형은 평균 수명이 늘어가는 추세를 감안할 때 상당한 장점이 있다. 변액 연금은 주식형, 혼합형, 인덱스형, 채권형 등 다양한 펀드로 운영되며 연 12회까지 펀드를 갈아탈 수 있다. 연금을 받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형 비중을 높여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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